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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인상 반대 학생 총회 성사와 점거 농성 돌입:
학생들의 투지가 서서히 높아지고 있다

등록금 인상에 맞선 학생 투쟁의 불길이 뜨거워지고 있다.

경희대학교, 고려대학교, 인하대학교, 서강대학교, 덕성여자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숭실대학교 등 곳곳에서 전체학생총회가 성사됐다. 서강대는 22년 만이고 나머지 대학들도 5~6년 만에 수천 명이 모여 학생 총회가 열렸다.

전체학생총회를 성사한 성과를 이어 대학 당국에 맞선 투쟁을 더 발전시켜야 한다.

경희대는 투쟁의 힘으로 등록금을 동결했고, 다른 학교들도 투쟁이 이어지고 있다. 예년에는 전체학생총회가 등록금 투쟁을 마무리하는 장이 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올해는 전체학생총회를 계기로 본관 점거, 수업 거부 등이 벌어지고 있다.

“교무처장실, 사무처장실, 총장실, 부총장실 등 본관 2층을 다 점거하고 있습니다. 등록금을 동결시킬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입니다.”(전은영 인하대 부총학생회장)

고려대도 총장실을 점거했다. 이화여대는 개교 이래 처음으로 채플 수업을 거부하고 투쟁하고 있다. 덕성여대도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이 삭발을 하고 등록금 인상과 비리 재단 복귀에 맞서 천막 농성을 하며 투쟁하고 있다. 서강대도 장학금을 올려 주겠다는 학교 측의 타협안을 거부하고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학생들이 등록금 문제에 분노가 크다”는 것이 총회를 성사한 학교 학생회 활동가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실제로 등록금 때문에 대학생 신용불량자가 5년 새 35배나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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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금 대출 서류와 로또 복권 두 장을 유서 대신 남겨두고 죽은 강릉의 한 대학생처럼 안타까운 일이 학기마다 반복된다.

10년간 갑절로 오른 등록금은 노동자 가정에도 커다란 부담이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등록금 인상을 자신의 문제로 여긴다.

실제로 등록금 인상은 경제 위기 고통전가와 다름없다.

사립대학들은 해마다 등록금 인상분 총액의 갑절이나 되는 돈을 적립금으로 쌓아 그 액수는 현재 10조 원이나 된다.

이명박 정부는 교육 재정을 줄이고 대학 기업화를 추진하며 대학들의 돈벌이를 도왔다.

물가인상 1.5배 내로 등록금을 올려도 된다는 정부의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는 대학들에게 등록금 인상의 명분만 줬다.

극심한 고통과 경쟁 압력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소외감과 체념에 빠지기도 했지만 최근의 일들은 학생들이 집단적으로 저항에 나설 잠재력이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

실제로 지난 몇 년간 학생들은 자신감을 회복해 왔다. 촛불운동과 경제 위기를 겪으며 대학생들의 의식이 급진화했다. 지난 몇 년간 운동권 총학생회의 당선이 늘었고 특히 지난해는 서울 주요 대학들에서 대거 운동권 총학생회가 당선했다.

또 동국대, 홍익대, 이화여대, 고려대 등에서 연이어 청소 노동자들이 강력한 투쟁을 통해 성과를 거둔 것도 학생들의 자신감이 높아지는 데 영향을 미쳤다.

게다가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분열하며 깊은 레임덕에 빠져드는 이명박 정부의 위기도 학생들의 자신감을 높이고 있다.

이런 상황을 이용해 더 큰 대중적 행동을 건설해서 등록금 인상과 경제 위기 고통전가를 막아야 한다.

어떻게 투쟁을 확대할 것인가

대학들과 정부는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립대학들이 적립금 쌓기만 안 해도 등록금을 인하할 수 있다. 현재 대학들이 쌓아 둔 적립금은 무려 10조 원에 이른다. 이명박 정부가 한 해 동안 부자들에게 깎아 준 세금 13조 원이면 등록금 동결과 학자금 부채 탕감이 충분히 가능하다.

따라서 정부와 대학 당국이 양보하도록 투쟁을 확대하는 방향을 추구해야 한다.

그런데 지난해 말과 올해 초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과 등록금넷 등은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 설치를 주요 과제로 여기며 투쟁 확대에 주력하지 못한 점이 있다.

등심위 내에서 협상에 매달리다 보니 등록금 투쟁을 건설할 시간을 까먹게 됐고, 학교 당국들은 등심위를 요식 행위로 여기며 일방적으로 등록금 인상을 고지해 버렸다.

실제로 고려대의 한 학생회 활동가는 “등록금 인상이 예고됐던 시점부터 서명 운동이나, 본관 항의방문, 항의 전화 등을 하는 것이 필요했는데, 등심위에 집중하면서 투쟁 건설이 많이 늦은 면이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경희대 총학생회는 1월부터 등록금 인상 반대 댓글 달기와 문자 보내기 등을 하며 학생들을 조직했고, 그 결과 대중적인 운동을 건설해 등록금을 동결할 수 있었다. 동국대에서는 청소 노동자들의 점거파업 승리에 고무받은 학생들이 입학식 단상 점거 등 행동에 나서며 학교측의 양보를 얻어냈다.

무게중심

이것은 협상이 아니라 대중투쟁 건설에 확실한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는 점을 보여 준다.

또 한대련과 등록금넷은 대정부 투쟁을 다소 일면적으로 강조하면서 대학 당국에 맞서는 투쟁을 소홀히 하고, 대정부 투쟁조차 대중 투쟁보다는 선거를 통한 변화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4월 2일 대학로에서 열린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시민·대학생 대회’에서 연단 발언들은 각 대학에서 벌어지고 있는 투쟁을 더 고무하기보다 민주당 등 야당이 연대해서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투표로 바꾸자는 메시지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등록금 인상을 철회시키고 등록금을 낮출 수 있는 힘은 대중투쟁에 있다.

지금은 학생 총회의 성과를 이어 대학 당국에 맞선 투쟁을 더 발전시켜야 한다.

경희대처럼 승리할 수 있으려면 학생들의 지지를 대중적인 점거 등 학교를 실질적으로 압박하는 행동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청소 노동자 분들에게서 배워야 합니다. 청소 노동자 분들이 단호하게 본관 점거파업을 했고 이것이 임금 인상이라는 성과를 이뤘습니다.”(김지윤 고려대학교 문과대 학생회장)

2000년도에도 경희대를 시작으로 전국 열두 대학에서 점거 농성이 벌어졌다. 당시에 “한양대, 서울시립대, 경희대 등 일부 대학의 경우 학생들이 아예 본관 전체를 잠그고 완전 봉쇄해 학사 업무 전체가 일주일이 넘게 마비”된 사례가 있다.(〈한국대학신문〉)

주요 대학들에서 이런 투쟁이 벌어지고 승리한다면 대정부 정치 투쟁을 위한 소중한 발판이 될 것이다.

또 그런 투쟁은 임금인상 투쟁을 준비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투지를 고무할 수 있다.

지난해 등록금 인상에 맞서 영국 학생 수만 명이 투쟁했던 것이 올해 노동자와 학생 50만 명의 내핍 반대 투쟁으로 발전했듯이 말이다.

경제 위기 고통전가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는 지금, 학생들의 투쟁은 더 큰 투쟁의 방아쇠 구실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