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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노조 잠정합의안 부결:
부족한 임금안에 대한 조합원들의 높은 불만을 보여 준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임금·단체 협상 잠정합의안을 부결시켰다. 7월 22일 진행된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찬반 투표 결과, 94.5퍼센트 투표율(전체 조합원 6,551명 중 6,193명)에 반대가 63.8퍼센트로 높게 나왔다(찬성률 35.6퍼센트).

이는 특히 부족한 임금 인상률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만이 상당함을 보여 준다.

사용자 측은 중국 조선업체와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등 미래가 불안정하다며 임금 인상을 제한하려 한다. 올해 초 노무관리 지침에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기대 심리를 낮춰야 한다’고 적시했다.

그러나 조합원들은 회사의 주장을 신뢰하지 않는다. 2000년대 중반 조선업 호황기 때 회사는 불황을 대비해야 한다며 임금 인상을 억제했다. 막상 불황이 오자 혹독한 구조조정을 진행해 그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했다. 많은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고, 그 가족들은 피눈물을 흘려야 했다.

그래서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최근 호황기를 맞아 지난 불황 때 못 올린 임금을 벌충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현대중공업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대비 135.6퍼센트, 당기 순이익은 105.3퍼센트 증가했다. 수주 목표량은 선별 수주를 하고 있음에도 이미 81퍼센트를 달성했다.

특히 노동자들은 언제 닥칠지 모를 불황을 대비해 (일시금 성격의 임금보다) 기본급을 대폭 올려야 한다고 여긴다. 식품 가격 등 높은 생활물가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현대중공업지부는 지난 열흘간 네 차례 부분파업을 했다. 참가자는 500명 정도로 많진 않았지만, 정권 교체를 이룬 지 한 달여 만에 국가 주요 산업인 조선업 노동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나선 것이다.

그에 비해 잠정합의안은 조합원들의 바람에 크게 못 미쳤다. 기본급 인상 합의안은 애초 노조 요구액(17만 6,300원) 대비 75퍼센트인 13만 3,000원에 불과했고, 일시금 액수도 기대치보다 낮다. 경영성과금 지급률 향상, 근속수당 매년 1만 원 인상 등은 반영되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지부 지도부가 미흡한 잠정합의안을 가져온 것은 실망스럽다. 현대중공업지부에서 민주파가 집행권을 되찾은 지난 10여 년간 민주파 집행부의 미흡한 점을 비판하고 투쟁을 강조하며 당선된 좌파 집행부라는 점에서 더욱 아쉽다. 노조 집행부 내에서도 찬반 투표 진행 여부를 두고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고 한다.

또한 적잖은 조합원들은 백호선 지부장이 투쟁 조직을 위한 기층 활동에 주력하기보다 울산에서 멀리 떨어진 경기도 성남에 있는 본사 앞에서 열흘간 단식 농성을 한 점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지부장이 단식 열흘 만에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간 날, 잠정합의안이 도출됐다.

한 조합원은 “‘지부장이 단식을 왜 했나요? 결과물[합의안]이 실망스럽습니다” 하고 말했다.

이번 잠정합의안 부결은 조합원들이 그간 억제된 임금 수준을 조선업 호황기를 맞아 보상받길 바란다는 점을 나타낸다. 현대중공업지부 집행부는 조합원들의 의사를 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사용자 측의 양보를 이끌어 내려면 더 많은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투쟁이 필요하다. 지난 네 차례 부분파업은 그럴 잠재력이 있음을 보여 줬다. 현대중공업지부의 투쟁적 활동가들도 기층에서 더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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