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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
“폭력적인 경쟁 사회가 아이들을 죽이고 있습니다”

얼마 전 학교폭력 때문에 대구의 중학생이 자살한 날은 바로 일제고사가 있던 날이었다. 이 사실은 최근 떠들썩한 학교 폭력 문제의 배경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그런데 경쟁 교육을 강화하며 이런 상황을 만든 진정한 가해자인 정부와 보수 언론은 문제를 엉뚱한 곳으로 몰고 있다. 정부는 “학교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처벌 강화만을 강조한다. 보수 언론은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체벌이 금지되고 교권이 추락해서 이런 일이 생겼다며 거짓 선동을 하고, 이에 부응해 서울시 교육청은 얼마 전에 시의회를 통과한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재의를 신청했다.

2009년 8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에 대한 살인진압 아이들에게 이런 폭력을 가르치고, 폭력으로 노동자를 짓밟는 자들이 누구를 비난하는가

이명박 정부는 이 문제를 심각한 레임덕 위기를 가리고 사회 분위기를 경색시키는 계기로만 활용하려는 듯하다. 이들에게는 학교폭력 속에 괴로워하고 상처받는 수많은 청소년들의 영혼은 안중에도 없다. 이 문제의 진정한 원인과 대안을 들으려고 학교 현장의 교사들을 만났다.

부천에서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서지애 교사는 학교 폭력을 직접 목격한 경험을 말했다.

“제가 본 한 학생은 앞에 앉아 있는 아이의 허벅지를 유리로 그어서 몇 바늘을 꿰매게 했어요. 아무 이유 없이요. 다른 애들 데려와서 [물건] 훔치는 것도 시키고요.

“그런데 그 애가 포스터를 만드는 시간에 재개발 반대 포스터를 만드는 거예요. 저희 동네가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돼서 북새통이었어요. 그런 걸 보니까 사회 분위기가 이 학생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고, 결국 답습이 돼 내려 오는구나 싶었어요.

“예전에 박노자 씨가 쓴 ‘아이들을 죽이는 사회’라는 글을 봤어요. 쌍용차에서 몇 명이 자살을 하고 재능교육에서 4년 내내 투쟁을 해도 아무도 신경 안 쓰는 이런 사회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폭력과 죽음을 배우지 않겠냐 하는 글이었어요. 정말 맞는 말이에요.”

경기도에서 중학생을 가르치는 김연오 교사도 깊이 공감하며 말했다.

“제가 다니는 학교는 많은 부모님들이 비정규직이에요. 경제 위기에 가정 불화가 심각하고요.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제대로 된 돌봄과 사랑을 받지 못하고, 학교에서도 성적이 낮아 인정받지 못하면 결핍이 더 심화돼요.”

실제로 경제 위기 고통이 심할수록 청소년 자살은 증가한다. 1983년부터 2010년까지 10대 청소년은 해마다 평균 3백68명이 자살했지만, 그중에서 IMF 경제 위기의 정점이던 1998년에는 4백60명, 세계경제 위기가 심각했던 2009년에는 4백46명으로 자살이 급증했다.

학교는 학생들을 보듬어 안아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더욱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학교에서 공부 못하는 아이들은 자아 존중감을 가지기 힘들어요. 학교 수업은 너무 지루하고, 교사들은 규율만을 강조하고. 거기서 해소하지 못하는 소외감이 일탈 행동으로 나타나는 거예요.” 김연오 교사가 말했다.

“지금은 학교가 숨 돌릴 틈 없이 돌아가니까 이런 것들이 아이들에게 더 많은 스트레스를 줘요. 교과도 빡빡하고, 정기고사·일제고사 등 평가가 많아지니까 진도 빼기도 어려운 거예요.”

보수 언론은 ‘교사가 매를 못들게 하니’ 이런 일이 생겼다며 악선동한다. 그러나 인천에서 중학생을 가르치는 조수진 교사는 체벌은 대안이 아니라고 했다.

“제가 맨 처음 한 달은 매를 들었는데 저도 힘들었지만, 아이에게 너무 미안했어요. 그래서 제가 매를 내려놓고, 아이에게 내가 체벌로 다스리면 결국 또 다른 폭력을 가르치는 것이기 때문에 내려놨다고 이야기 했어요. 제가 매를 내리고 이 아이가 하는 말을 끝까지 들어 주니 나중에는 눈물을 흘리면서 자신이 힘들었던 것을 고백하는 거예요. 그러면서 진정이 되고, 태도가 나아지고요.”

김연오 교사는 “장애 아이거나, 한부모 아이, 외모가 뚱뚱한 여학생이거나 동성애자인 학생들이 괴롭힘의 표적”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사회적 편견이 학생들에게도 반영되는 것이다. 이것은 오히려 학생인권조례가 왜 필요한지 보여 준다.

여러 교사들은 정부가 경찰력을 늘리고 처벌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에 대응하는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의정부에서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이상호 교사가 말했다.

“폴리스를 도입하려면 청와대 폴리스, 국회 폴리스, 사법부 폴리스를 도입해야죠. 아이들도 쌍용차에서 무자비하게 노동자들을 진압한 것 등을 보고 폭력을 배운 건데 그런 어른들의 잘못을 바로잡지 않고 아이들한테만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스쿨 폴리스

경기도에서 고등학생을 가르치는 박태현 교사도 처벌 강화를 반대했다.

“그렇지 않아도 공부 못하고 문제가 있다고 낙인 찍힌 애들에게 처벌까지 강화하면 나는 처벌받은 애, 사회에서 버림받은 애로 돼 버려요. 그런 경험이 복수심과 증오심으로 자라서 더 큰 문제로 돌아옵니다.”

교사들은 아이들의 고통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제대로 하려면 행정 업무를 교사와 구별시키고, 교사를 늘려 학급당 인원수를 줄여야 해요. 그러지 않으면 한 반에 35명, 38명 되는 아이들을 한 번 상담하기도 힘들어요.”(조수진 교사)

실제로 이번에 자살한 대구 중학생의 어머니도 “교사들이 ‘잡무·성적’에 매달려 인성지도에 한계”가 있다며 “교사가 생활지도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과중한 업무부담부터 덜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조수진 교사가 이어서 말했다.

“그리고 애들끼리 소통하는 기회를 주는 것도 중요해요. 학급에서 단합대회로 야구를 했어요. 놀라운 것은 저희 반에서 일진이라고 불리는 애들이랑 ‘찌질이’라고 불리는 애들이 다 같이 나름대로 역할을 하고 서로 응원하고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거예요.

“그걸 보면서 아이들에게 협력하는 기회가 많이 제공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도를 빼기 급급하고, 일제고사 성적을 올리려고 막 문제풀이를 해야 하고, 이런 상황에서는 아이들 간의 협력을 전혀 이끌어 낼 수 없어요.”

박태현 교사도 공감했다.

교문지도를 받는 학생들 폭력적인 학교가 학생들에게 폭력을 가르쳐 왔다.

“학교폭력을 정말 없애려면 수많은 개성과 다양성을 가지고 있는 그 학생들이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인정을 해 줘야 해요. 다시 말해서 경쟁을 없애고 협력을 강화해야 해요.”

“최소한 한 학년에 한두 명씩은 상담교사가 있어야 해요. 지금 많은 상담교사가 비정규직이고, 아이들의 고민을 상담하는 것이 아니라 진학지도 상담을 많이 하고 있는데 이런 것이 바뀌어야죠.

“서로 존중하는 교육이 이뤄져야 아이들이 서로 배려하는 문화가 생길 수 있어요.”(이상호 교사)

김연오 교사는 “경쟁교육을 반대하고 대안을 제시하며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쟁 체제가 잘못됐고, 학생들의 책임이 아니다 하는 것을 보여 주는 것으로도 훌륭한 교육이 될 거라고 봐요.”

박태현 교사도 “평범한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FTA 반대 투쟁, 그리고 교육과정을 어렵게 만든 2009년 개정 교육과정을 없애려고 투쟁해야 한다고 봐요” 하고 말했다. 그리고 “미친 경쟁 교육을 바꾸기 위해서는 이 교육의 근원인 경쟁적이고 비인간적인 자본주의 체제를 바꿔야 한다” 하고 말했다.

전교조는 1980년에 창립할 때부터 아이들이 성적 때문에 비관자살한 일에 맞서 0교시와 야자를 없애기 위해 투쟁한 훌륭한 전통이 있다. 이번 일을 경쟁 교육에 맞서 투쟁의 고삐를 더욱 죄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