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파업은 정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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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노동 NO! 정규직화 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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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가 화물연대의 바통을 이어 받아 파업 준비에 나서고 있다.
올 여름 노동자 투쟁의 돌파구를 연 것은 단연 화물연대 파업이었다. 화물 노동자들이 무대의 전면에 등장하자마자 물류 운송률이 반토막 났고, 당황한 정부와 우파는 ‘투쟁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며 서둘러 일부 양보 조처를 내놔야 했다.
이명박 정부의 위기도 심화했다. “영일대군” 이상득의 검찰 조사가 시작됐고, 이명박 정부가 비밀리에 체결하려던 한일 군사협정이 무산하면서 그 책임을 둘러싼 정부·여당 내의 공방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은 노동자들의 투쟁에도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기아차 등 금속노조는 7월 13일과 20일에 주·야 4시간 파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우리금융 매각 등으로 긴장이 감돌기 시작한 금융노조도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집계를 보면, 이미 올해 상반기 노동손실일수는 2008년 이후 최대치인 26만 4천 일을 넘어섰다. 노동자들의 자신감이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물론, 그 수준은 불균등하고 아직 충분치는 않다. 그러나 “대선을 앞둔 지금이 노동 문제를 쟁점화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보는 것 같다”(김성희 교수)는 말은 일리가 있다.
지난 몇 년간 주요 자동차·부품사들이 누린 호황도 금속 노동자들에게 호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속노조 소속 주요 노조들의 분위기는 확실히 예년과는 다른 듯하다.
최근 현대차지부와 기아차지부가 대의원대회에서 쟁의를 만장일치로 가결했고, 한국GM지부와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등이 높은 지지로 파업을 가결했다. 대표적인 자동차 부품사인 만도지부도 3일부터 2시간 파업을 시작했다.
이런 상황들 때문에 재계와 조중동은 벌써부터 “불법행동 엄단” 운운하며 비난을 시작했다. 경총은 “경제가 그 어느 때보다도 위축된 상황”이라며, 노동자들의 투쟁이 “대외 신인도 하락, 투자 위축 등 어려움을 배가할 것”이라고 힐난했다.
지불 여력
그러나 현대·기아차는 올 상반기에 또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이미 부품사 사장들이 노조에 일부 양보안을 제시하기 시작한 데서 보듯, 저들은 충분히 지불 여력이 있다.
금속노조의 핵심 요구 중 하나인 심야노동 철폐와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은 금속노조 조합원들의 오랜 열망이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8백50만 비정규직과 청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
그만큼 이번 투쟁에 걸린 판돈은 크다.
따라서 금속노조의 핵심 작업장인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가 공동 투쟁을 결의한 것은 중요하다. 한국 경제에서 두 작업장이 차지하는 비중과 규모와 조직력으로 볼 때, 현대·기아차의 투쟁은 올해 투쟁에서 중요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 그룹 사측은 이런 가능성을 피하려고 노동자들을 이간질하려 할 것이다. 일단 주간연속2교대제 투쟁의 중심축이라 할 수 있는 현대차와 기아차를 분리시키려 할 것이다.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은 늦추면서 임금이나 단체협상 양보를 이용해 달래며 한 곳을 떨어낼 수 있다.
주간연속2교대제와 불법파견 문제를 분리 대응해 정규직과 비정규직도 분열시키려 할 것이다. 이미 사측은 2년 미만 비정규직을 공격하며 이간질을 시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공동 투쟁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벌이느냐, 현대차에서 주간연속2교대제와 불법파견 투쟁을 어떻게 결합해 벌이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활동가들은 금속노조 투쟁의 전진을 위해 단결과 연대에 적극 나서야 한다. 최근 현대차의 일부 정규직 활동가들이 모범적으로 비정규직 연대에 나선 것처럼 말이다.
금속노조의 투쟁은 올해 노동자 투쟁의 향방과 민주노총 파업에도 중요한 영향을 줄 것이다. 가장 잘 조직돼 있고 조건도 상대적으로 나은 금속 노동자들이 성공적으로 싸우고 승리할 때, 더 열악한 위치에 있는 노동자들도 싸울 수 있다는 생각이 커질 것이다.
따라서 금속노조 투쟁의 승리와 전진을 위해 적극적인 지지와 연대를 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