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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주의로 세상 보기:
한국 사회와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

국정원 게이트는 한국 사회에서 민주주의가 여전히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중요한 문제임을 보여 준다.

오늘날 대중이 “민주주의가 질식해서 민주화에 목말라하는 것도 아니”라는 (〈조선일보〉 고문 김대중) 주장은 저들의 바람일 뿐이다.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기초인 선거에서마저 국가기관이 개입해서 불법과 부정을 저지른 상황이기 때문이다.

박근혜와 새누리당, 국정원 모두 민주주의에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음이 드러나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갈증은 커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라는 물음이 다시 거리에서 제기되고 있다 8월 3일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 개입 규탄 제5차 범국민대회. ⓒ이미진

사실, 박근혜 정부는 태생부터 군부독재 잔재 위에 서 있는 정부다. 최근 유신헌법을 만든 김기춘을 비서실장에 임명한 것은 이 정권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박근혜는 민주적 기본권조차 억누른 ‘유신의 추억’을 꿈꾸는 듯하다.

그런데 지금 벌어지는 민주주의 유린은 ‘정치적 민주주의’의 훼손을 넘어서 ‘사회·경제적 민주주의’ 훼손과 맞닿아 있다. 유명한 철학자인 슬라보예 지젝도 “오늘날 자본주의는 민주주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경제 위기 고통전가

박근혜를 앞세운 이 사회 지배계급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경제 위기를 고통전가로 돌파하려 한다. 그래서 불법과 부정까지 불사하며 강성 우파 정권을 연장시키려 한 것이다.

현재 박근혜 정부는 경제민주화 ‘셀프 종료’를 선언했고 철도 민영화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경제 위기 고통전가를 수월히 하려면 저항을 억눌러야 한다. 국정원이 통합진보당 비방과 반값등록금 촛불 차단에 열을 올린 것도, 민주노총을 ‘북한보다 상대하기 어려운 내부의 적’으로 지목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이런 상황을 두고 “민주주의가 질식하는 토양에 노동자의 기본권과 생존권은 보장되지 않는다”고 옳게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는 경제 위기 고통전가를 강요하는 과정에서 피억압 대중들의 투쟁으로 쌓아올린 민주적 성과도 무력화시키려 드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정치적 민주주의를 위한 요구와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맞서는 요구를 결합해서 싸워야 한다.

민주당에게 주도권을 넘긴 채 제도 정치권에서의 해결만 바라고, 운동은 국정조사를 위한 압력으로만 자리매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1987년 이후의 변화는 노동계급의 아래로부터 투쟁이야말로 진정한 민주화 동력이었음을 보여 줬다. 따라서 민주화의 주역인 조직 노동자들이 민주주의 투쟁에서 주도력을 발휘하며 계급적 요구를 함께 제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민주노총이 최근 “민주노총은 박근혜 정권의 노동탄압과 민주주의 훼손에 맞서 결연하게 투쟁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노동자들은 민주주의를 위한 일관된 투사로 나서야 한다. 이것은 노동자들의 고유한 요구와 투쟁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독일의 혁명가 로자 룩셈부르크는 “모든 정치투쟁의 고양기 뒤에는 수많은 경제투쟁의 싹을 틔우는 기름진 퇴적물이 남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나아가 이렇게 쌓아올린 투쟁의 성과와 자신감은 진정한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4~5년에 한 번 선거에서 잠깐 투표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선출된 자들은 자신들을 뽑아 준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라 대기업과 이윤 체제를 위해 일한다.

불법파견을 저지른 현대차 회장 정몽구가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벌당하는 상황은 이런 현실을 잘 보여 준다.

즉, 선출되지 않은 권력 ─ 자본가, 언론사주, 고위 관료 등 ─ 이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은 이런 자들을 선출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다. 이번에 드러난 것은 이런 선출 과정마저 부정으로 얼룩져 있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은 궁극적으로 노동자 대중이 이 사회에 대한 실질적 결정권을 가지는 수준으로까지 나아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