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 무익론’은 왜 틀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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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내에서는 ‘투쟁 무익론’도 나온다. 연가 투쟁으로는 학교를 마비시킬 수 없기 때문에 파업의 효과가 없고, 사회적 지지로 말하자면 총투표로 충분히 확인됐기 때문에 대량 징계만 부를 연가 투쟁은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내실 있게 조직 정비를 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반격’을 가하자는 것이다. 순도 1백 퍼센트 실용주의적 입장이다.
사실, 총투표 때도 정부의 시정명령을 수용해 법외노조의 가시밭길을 피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있었다.
그러나 대다수 조합원들이 거부를 선택했다. 조합원 다수가 택한 원칙 있는 태도에 노동자 운동을 비롯한 진보진영은 적극적인 연대와 지지로 답했다. 순식간에 8백 개가 넘는 단체들이 ‘민주교육과 전교조 지키기 전국행동’에 참여했다. 전국에서 전교조 조합원들과 노동·사회·시민운동 단체들이 함께 집회를 하고 홍보전을 하고 있다.
또,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 후 교사 2백여 명이 새로 전교조에 가입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다른 부문 노동자들은 탄압에 굴하지 않고 거부를 결정한 전교조를 보면서 정부와 맞서 싸울 자신감을 얻었다고도 한다.
총투표에서 ‘실리’를 앞세워 실용주의적 결정을 했다면 결코 볼 수 없는 정치적 광경들이다.
실용주의적
물론 전교조의 연가 투쟁은 이윤에 직접 타격을 주는 파업은 아니다. 그렇다고 연가 투쟁의 의미를 깎아내려서는 안 된다. 전교조의 연가 투쟁은 박근혜 정부에 맞서 대대적인 항의 시위를 하는 것이다.
교사들이 탄압을 두려워하지 않고 거리로 나선다면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맞서 투쟁하는 다른 부문의 노동자들에게 커다란 영감과 자신감을 불어넣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노동자 운동의 자신감이 커지고 투쟁이 발전하는 것은 오히려 내년 지방선거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진보교육감이 여섯 군데에서 당선한 것도 2008년 촛불항쟁과 그에 고무받은 전교조의 시국선언, 일제고사 폐지 투쟁 등이 축적되면서 보수 세력의 ‘반(反)전교조’ 선동이 결정적 힘을 발휘하지 못한 덕분이었다.
대중 투쟁이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온건 개혁주의의 논리는 그래서 현실과도 맞지 않는다. 오히려 대중 투쟁이 일어나 노동자들의 정치 의식과 사회 전반의 이데올로기가 좌선회할 때가 진보 세력의 선거 도전이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기회다.
이런 정치적 효과 때문에 정부는 전교조의 연가 투쟁에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다. 벌써부터 징계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사실, 대부분의 투쟁은 희생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조합원들이 단결해 단단하게 투쟁하느냐에 따라 그 희생은 최소화할 수 있다. 그리고 희생을 무조건 경계하기 전에 얼마나 값진 희생인가도 생각해 봐야 한다.
1980년대와 1990년대의 선배 교사들은 개인적 희생을 먼저 생각하기보다는 전체 노동자·피억압자 운동의 대의명분을 먼저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