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행동의 대타협기구 참여 결정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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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1월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공무원연금 개혁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공무원연금 개악 의지를 분명히 했다. 특히 ‘4월 내 국회 처리’를 못 박았다.
같은 날, 공무원연금국민대타협기구(대타협기구) 공동위원장인 새누리당 의원 조원진도 “대타협기구가 합의안을 가져올 때까지 [국회 공무원연금 ’개혁’특위가] 기다릴 수는 없”다며 대타협기구가 어떠한 결정 권한도 없음을 확인했다.
이처럼 ‘대타협기구를 실질적인 합의기구로 만들기 위해 참여한다’는 공무원노조 지도부 등의 주장은 며칠도 안 돼 공허한 얘기가 되고 있다. 지금은 모든 역량을 투쟁 조직화에 집중해야 한다.
전교조 지도부는 옳게도 대타협기구 불참을 선언한 바 있다. 1월 13일 전교조 중앙집행위 회의에서도 대타협기구 불참 입장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1월 13일 국민연금 바로세우기 국민행동(연금행동) 집행위 회의에서는 ‘노동자연대’를 제외한 단체들 대부분이 정용건 집행위원장의 대타협기구 참여를 찬성했다. 이들은 ‘대타협기구가 들러리에 불과해 실질적으로 합의를 끌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인정하면서도 ‘대타협기구에 들어가야 시간을 끌면서 투쟁 구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시한을 정해놓고 개악안을 밀어붙이고 있는 새누리당과, 이에 보조를 맞추고 있는 새정치연합의 의도는 전혀 고려치 않는 태도다. 대타협기구의 활동 기간(90일)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시간끌기는, 되려 개악 저지 투쟁을 조직할 시간만 까먹게 된다.
연금행동 내에서는 “새정치연합을 견제하고 여야가 합의를 못 하게 하기 위해”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국회 밖 투쟁만으론 여야의 개악안 합의를 막을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세월호 특별법 제정 과정에서도 봤듯이, 새누리당의 일방적 강행과 새정치연합의 배신적 합의를 저지하지 못한 것은 되려 국회 밖 투쟁 동력이 수그러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는 새정치연합이 받을 수 있는 수준으로 요구를 낮추며 운동의 김을 뺐던 온건 개혁주의 지도자들의 책임이 크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 과정의 교훈을 곱씹어 봐야 한다.
연금행동 집행위 회의에 참가한 민주노총 담당자는 ‘대타협기구는 노사정위와는 달라, 참여하더라도 투쟁 조직에 해악적이지 않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노사정위와 마찬가지로 대타협기구도 투쟁 조직에 방해물이긴 매한가지다.
‘대타협기구’ 참여는 그 논리상 타협(양보)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도부가 양보를 전제로 한 협상을 하면서 기층 조합원들의 투쟁 동력을 끌어올리기는 어렵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대화를 핑계로 노조 지도자들을 대타협기구에 묶어 두어 투쟁 전선을 약화시키려 할 것이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고지에서 공무원연금 개악을 처리하려는 속셈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노총이 ‘연금행동 단체들 중 다수가 대타협기구 참여에 동의한다면 민주노총은 반대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적절치 않다. 특히, 민주노총 한상균 지도부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대타협기구는 대화하는 동안에는 투쟁을 자제해야 한다는 논리 … 노조에게 양보의 압력을 넣는 구실을 할 가능성이 높다”며 대타협기구 참여를 반대했었다.
한상균 지도부는 ‘투쟁 사령부’답게 그리고, ‘언행일치’ 지도부 답게 들러리에 불과한 대타협기구 참여 반대를 분명히 해야 한다. 그리고 후보자 시절에 주장했던 “굳건하고 단호하게 투쟁을 확대하는 것”에 일로매진(一路邁進)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