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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결과가 보여 준 것:
박근혜 정부의 참패, 노동계급(그리고 정의당)의 전진

새누리당이 완패했다. 그동안 박근혜는 노동개혁 법안, 서비스산업 활성화 법안, 사이버 안보 법안들을 통과시키지 못하는 국회를 비난하며 국회 심판을 부르짖었다. 그러나 개표 결과가 명명백백하게 보여 주듯이, 정작 심판 당한 것은 박근혜 정부 자신이다.

새누리당은 노무현 탄핵 반대 운동이 일어났던 2004년 총선 이후 처음으로 제1당의 지위를 잃었다. 또, 2000년 총선 이후 16년 만에 여소야대 국회가 됐다. 지금 패닉 상태에 빠져 있는 새누리당을 보며 수많은 노동자들과 청년·학생·서민들이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있을 것이다.

당초 새누리당은 야권 분열 상황을 감안해 최대치 목표를 1백80석 달성으로 잡았다. 각종 여론조사 기관들도 새누리당이 분열한 야당들을 꺾고 2017년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 가능성을 높일 거라고 예측했다. 이 기대와 예측들은 모두 보기 좋게 빗나갔다.

새누리당의 정당 득표는 2012년 총선에 비해 무려 2백만 표 가까이 줄었다.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9백82만 표를 얻은 데 반해, 이번 총선에서는 7백96만 표를 얻었다.

△고개숙인 새누리당 ⓒ제공 〈민중의 소리〉

새누리당의 절대 아성으로 불리던 서울 강남, 성남 분당, 영남이 흔들린 것도 의미심장하다. 서울 강남 3구 선거구 8곳 중 3곳에서 새누리당이 패배했다. 성남 분당구의 선거구 2곳에서도 새누리당이 패배했다. 대구에서는 야당과 야당 성향 무소속이 당선했고, 부산·울산·경남에서도 11명의 야권 후보가 당선했다.

새누리당의 주요 지지층 사이에서 이반이 일어난 것이다. 총선·대선에서 지배계급과 우파가 모두 일치 단결해 박근혜를 밀어줬던 2012년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철옹성 같던 박근혜의 우파적 기반에도 틈이 벌어졌다.

새누리당의 참패는 주로 박근혜 정부의 우파적 경제 정책에 대한 불만 때문인 듯하다. 가계 부채는 계속 기록을 경신하고, 청년 실업률은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며, 소득 불평등도 OECD 최고 수준에 이르는 등 서민 경제에 대한 불만이 광범하게 존재한다.

새누리당의 패배는 경제에 대한 불만이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안보 우려를 뒷전으로 밀어 냈음을 보여 준다. “새누리당의 형편없는 성적은 유권자들이 이전만큼 국가 안보 쟁점에 흔들리지 않음을 보여 준다.”(〈뉴욕타임스〉)

과거 선거 때 남북 대치 국면이 형성되면 우파는 대북 강경책을 펼쳐 흔히 선거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대북 제재와 개성공단 폐쇄 등 박근혜 정부의 대북 강경책은 — 여론조사에서는 높은 지지를 받았지만 — 실제 선거에서는 대중의 표심을 움직이지 못했다. 그보다는 먹고사는 문제에 관한 불만과 불안감이 선거를 지배했다. 북한이나 ‘북풍’, ‘종북’ 이데올로기 등은 주요 선거 의제가 되지 못했다.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박근혜 정부의 경제 정책에 따른 대중의 불만으로부터 반사이익을 거뒀다. 더민주당은 1백23석을 얻어 제1당이 됐다. 국민의당은 38석을 얻었다.

더민주당을 이끈 김종인은 보수적인 인물이다. 1980년 전두환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에 참여한 전력이 있다. 노태우 정부에서도 중용됐다. 그리고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승리의 공신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경제 민주화’를 내세우며 박근혜 정부의 재벌 위주 경제 정책을 비판했다. 이런 포퓰리즘이 땅콩 회항, 롯데가(家) 경영권 분쟁 사태, 재벌 3세들의 슈퍼 갑질, 천문학적 사내유보금 등 재벌에 대한 국민적 반감과 맞물려 다소 이득을 본 듯하다.

그러나 더민주당은 제1당이 되기는 했지만 정당 득표 수(6백만여 표)2012년 총선(771만 표)보다 오히려 170만 표가량 줄었다. 3당이 된 국민의당의 득표 수(635만여 표)보다도 적다. 그럼에도 정부·여당에 대한 지지가 크게 줄어든 덕분에 제1당이 됐다.

소프트웨어 사업가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억만장자 안철수는 새누리당과 더민주당 사이의 ‘보수적 중도층’을 공략했다. 이를 통해 제3당으로 오를 수 있었다. 국민의당은 호남 지역에서 더민주당의 지위를 대체했지만, 수도권에서는 달랑 2석만 얻었다.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의 계급적 성격을 봤을 때, 16년 만에 여소야대가 됐다고 해서 국회에 기대를 걸어서는 안 된다. 2004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이 노무현 탄핵 반대 운동의 역풍을 맞으며 열린우리당이 단독으로 과반을 확보했지만, 그들은 개혁을 제공하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는 이라크에 파병했고 한미FTA 협상을 강행했다. 진정한 변화는 이들 자본주의 야당들로부터 독립적인, 아래로부터의 대중 투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진보·좌파 정당들의 성적

진보·좌파로 말하면, 사표 논리·압박에도 불구하고 꽤 좋은 성적을 거뒀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분열’로 새누리당이 대승할지 모른다는 커다란 위기감 때문에 야권 성향의 유권자들은 진보·좌파 후보들보다는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에 투표했다. 그 바람에 진보·좌파 정당들이 크게 압착을 당했다. 우리 진영은 모두 8석을 확보했다. 정의당이 6석을, 울산연합 계열(무소속)이 2석을 얻었다.

이를 두고 중도진보계 언론 〈한겨레〉는 ‘진보 정당의 위축이 두드러진다’거나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고 평가한다. 진보·좌파의 주장이 비현실적이라고 보고 선거 때마다 주로 민주당 내 ‘개혁파’를 지지해 온 〈한겨레〉답다. 또 다른 중도진보계 언론 〈경항신문〉도 그 비슷하게 평가한다. 그러나 진보·좌파 진영 일각에서도 진보·좌파 4당(정의당, 녹색당, 민중연합당, 노동당)의 의석 수와 정당 지지율이 2012년에 비해 적거나 낮다며 “저조한 성적”이라는 자학적 평가가 나온다.(상자 기사를 참조하시오.)

울산·창원에서 노동자들에 의한 선거 돌파 지난 3년간 노동자들이 저항한 덕분이자 이후 또 다른 저항을 고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울산 동구 김종훈 당선인(왼쪽 두번째)과 울산 북구 윤종오 당선인(왼쪽 세번째). ⓒ제공 민주노총 울산본부

그러나 한국의 선거제도는 승자 독식 제도여서 의석 수의 변화만으로 평가하면 진보·좌파 정당의 지지 증감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그보다는 정당 득표 절대 수를 보는 것이 좀 더 정확하게 지지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진보·좌파 4당이 얻은 정당 득표 수는 2백13만 표가량이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때 네 정당이 얻은 광역 비례 정당 득표 합계(2백23만여 표)와 대략 비슷하다. 당시 지방선거에 이번 총선과 비슷하게 정의당, 진보당, 녹색당, 노동당이 출마했기 때문에 2012년 총선보다 비교하기가 더 적절하다. 이번 총선에서 더민주당이 우클릭 하고, 국민의당이 새누리당과 더민주당 사이에서 보수적 중도층에 구애하는 등 주류 정당들이 우경화하는 속에서도 2백만 명이 넘는 보통 사람들이 자본주의 야당이 아닌 진보·좌파 정당들을 지지했다는 게 의미심장하다. 진보·좌파 정당들은 두 자본주의 야당보다 훨씬 더 진보적이거나 좌파적인 개혁 공약들을 제시했다.

진보·좌파 4당 중 정의당의 성장이 특히 눈에 띈다. 1백72만 표(득표율 7.23퍼센트)를 획득했다. 2014년 지방선거(82만 표)와 비교해 2년 만에 곱절로 정당 득표가 늘었다. 게다가 새누리당과 더민주당이 야합해 비례대표 의석을 줄인 상황에서 정의당은 비례대표 4석과 지역구 2석을 합해 6석을 얻었다. 정의당의 지지 증대는 이미 지난해부터 정의당의 성장 가능성을 내다본 〈노동자 연대〉 신문의 분석이 옳았음을 보여 준다.

정의당에 투표한 층의 성격은 단순하지 않을 것이다. 새롭게 급진화하는 청년·대학생들이 정의당에 꽤 투표했을 수 있다. 투쟁성이 약화된 조직 노동자들은 투쟁이 버거우니 선거를 통해서 박근혜의 공격을 막아 보자는 생각에서 정의당에 투표했을 수 있다. 다른 한편, 새로 조직된 노동자 부문들(케이블·통신, 택배, 학교비정규직 등등)은 정의당에 투표하는 게 그 나름의 급진화와 투쟁성의 발로일 수 있다.

정의당의 성장 정의당은 2년 만에 곱절로 정당 득표가 늘었다. 정의당 노회찬 당선인. ⓒ출처 노회찬 페이스북

정의당의 강령은 서구의 주류 사회민주주의 정당과 비슷하다. 그래서 정의당은 “한국 자본주의의 민주적 개혁”을 표방한다.

사회주의자들은 자본주의 정당들에 맞서 정의당 같은 사회민주주의 정당을 지지해야 한다. 하지만 사회민주주의가 지닌 부족함을 모르는 척하는 기회주의적 처신을 할 수는 없으므로 혁명적 비판을 유보해서도 안 된다.

가령 지난해 봄 정의당 지도부는 공무원연금 개악과 국민연금 개선을 맞바꾸려는 — 그러나 실상 국민연금 개선은 공무원연금 개악을 위한 미끼였을 뿐이다 —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야합을 공공연히 찬성하다가 국회 표결 때는 공무원·교사 노동자들의 반발을 의식해 기권했다. ‘계급보다 국민(민중)을’ 의식하는 정의당의 개혁주의 노선에서 비롯한 사건이었다.

또, 북한 핵실험 직후인 지난 1월 8일 박근혜 정부의 대북 강경책에 힘을 실어 주기 위한 북한 핵실험 규탄 국회 결의안에 정의당 의원들은 찬성했다. 정의당 지도자들은 자본주의 국가의 외교·안보 정책에서 유능함을 입증하고 싶어 한다. 이런 태도는 지정학적 위기 상황에서 자국 안보(즉, 자국 지배계급)를 지지하는 쪽으로 나아갈 위험이 있다. 이번 총선에서 정의당 일부 지도자의 ‘태극기 마케팅’은 그런 경향이 발전할 조짐을 얼핏 보여 줬다.

또, 인천에서는 제주 강정 마을 진압을 현장 지휘한 경찰 간부 윤종기와 단일화를 했다.

정의당은 국회 내에서 유일하게 ‘노동개혁’을 반대하는 정당이지만, 그 당 지도자들은 민주노총에 사회적 합의(즉, 조합원들의 이익을 일부 배신하는 타협)를 주문한다. 이것은 특히, 노동자 투쟁보다 국회 내 협상, 자본주의 야당 의원들과의 공조를 중시하며 노동자들을 수동적으로 만들 위험이 있다.

〈노동자 연대〉는 정의당이 순전한 자본주의 정당보다 어느 경우에든 더 낫다고 보지만, 정의당의 이런 문제점들에 대한 비판을 유보하지 않는다.

녹색당은 18만 2천여 표(0.76퍼센트)를 얻어 지난 지방선거(17만 표) 때보다 약간 더 얻었다. 그런데 변홍철 후보는 대구 달서갑 지역구에서 30퍼센트를 득표했으므로 이 당의 미래도 무시할 수만은 없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진보당이 97만 표를 얻었는데, 그 당권파의 정당인 민중연합당은 14만 5천여 표(0.61퍼센트)를 획득했다. ‘민주노동당보다 더 커서 돌아왔다’는 선전이 허언(虛言)으로 드러난 득표다.

노동당은 지난 지방선거(26만 표)보다 적게 얻었다(9만 1천여 표, 0.38퍼센트). 아마도 지난해 연말의 분당 후유증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울산 중구에 출마한 이향희 후보가 20.5퍼센트를 얻어, 가능성이 아예 없지 않음을 보여 준다.

진보·좌파 정당들의 절대 득표 수를 봤을 때, 〈민중의 소리〉가 진보·좌파 정당들이 분열해 지난 총선에 비해 의석 수가 줄었다고 평가하는 것은 극히 피상적이다. 〈민중의 소리〉는 특히, 진보당에 대한 종북 공세에 대처하지 못해 진보·좌파 정당들의 지지가 과거에 비해 감소했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아전인수일 뿐이다. 울산 북구와 동구에서 새누리당 후보들은 김종훈·윤종오 후보가 통합진보당 출신이라는 점을 물고 늘어지며 집요하게 ‘종북 좌파’라고 비난했으나, 노동자들에게 거의 먹히지 않았다. ‘종북 마녀사냥’의 효과를 부풀리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

한편, 이런 피상적 평가는 이번 선거에서 민주노총의 구실을 거의 무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민주노총은 이번 선거에서 6곳의 전략 지역을 선정했다(창원 성산, 울산 북구, 울산 동구, 경주, 부산 진을). 이 중 3곳에서 민주노총 후보가 당선했다. 창원 성산, 울산 북구, 울산 동구. 민주노총이 총선공투본을 구성해 울산과 창원 같은 중요한 선거구에서 노동자 후보를 단일화할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었다.(이 총선공투본의 추진력은 박근혜 정권의 공세에 파업과 민중총궐기 등으로 맞선 지난해 민주노총 노동자 저항이었다.) 그 덕분에 이 지역들에서 노동자 후보 대 자본가 후보의 대결 구도를 형성하고 노동자들의 계급 투표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2012년 총선에 비해 울산 북구에서는 1만 9천 표를, 동구에서는 1만 7천 표를 더 얻었다. 울산 중구의 이향희 후보도 2012년 4천2백 표에서 2만 2천 표로 지지가 늘었다.

이 기세에 눌려 이 지역의 새누리당 자본가 후보들조차 ‘노동개혁’을 반대한다고 말을 할 지경이었다. ‘조직 노동자들이 사회적으로 고립돼 있다’거나 ‘조직 노동자들의 단결력이 신자유주의로 분절됐다’는 일부 민중주의자들의 주장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진 것인지를 알 수 있다.

민주노총 전략 선거구의 등뼈는 모두 민주노총 금속노조였다. 울산 북구와 동구는 각각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노조가 주축이었고, 창원과 경주도 각각 금속노조 경남과 금속노조 경주지회가 뒷받침을 해 주었다. 경주에 단기필마로 출마한 권영국 후보는 15.9퍼센트를 얻었다. 이것도 조직 노동자들(특히 금속노조)의 지지 덕분이었다. 투쟁에서뿐 아니라 ‘정치’ 영역에서도 금속노조가 가장 선진 부위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금속노조 지도부는 금속노조 정치실천단을 조직해 버스 투어를 했다.)

진보·좌파의 전망

노동자 운동과 진보·좌파 운동 안에서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둔 전망 논의가 곧 있을 것 같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12월 선거연합정당 안을 제안한 바 있다(최종 좌절됐지만). 모든 진보·좌파 정치 세력을 아우르는 선거 연합 정당을 구성하자는 안이었다. 이번에 당선한 전략 후보들을 중심으로 민주노총이 연합 정당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정의당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비효과적인 재구성으로 끝나기 쉬울 것이다.

지난해 〈노동자 연대〉는 계급투쟁과 그 속에서 근본적 사회변혁 조직 건설하기에 우선순위를 두면서도, 민주노총의 선거연합당 제안을 지지한 바 있다. 이후 민주노총 논의에서도 우리는 앞서 언급한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면서 범진보·좌파 연합당 제안을 지지할 것이다.

이때 범진보·좌파 연합당 문제가 자민통계의 계급연합주의적 상설연대체 구축 시도로 변질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를 위해 범진보·좌파 연합당은 자본주의 야당 세력을 제외한 진보·좌파 진영으로만 한정해야 한다는 점, 자본주의 야당과 공동 집권을 추구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 참여 단체들의 독자성을 보장하는 느슨한 공동 운영 방식으로 할 것 등을 주장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선거 패배로 박근혜의 노동개악 등 각종 개악 계획이 물 건너가고 집권당의 내년 대선 경쟁도 난망해질 거라는 관측이 많다. 그러나 이는 섣부른 낙관이다. 오히려 세계 자본가들의 유력 신문 〈파이낸셜 타임스〉의 전망이 더 정확하다:

“선거 패배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커다란 타격이다. 그는 자신의 경제 의제를 더 강하게 추진할 방법을 찾을 것이다. 선거 결과는 박근혜의 권위주의적 정치 스타일에 대중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 주지만, 그의 스타일은 바뀌지 않을 것 같다.”

경제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본가들이 ‘강한’ 정부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근혜는 조기 레임덕을 방지하고 선거 참패의 기억을 지우기 위해 며칠 안에 다른 쟁점으로 대중의 시선을 돌리려 할 것이다. 오래지 않아 ‘노동개혁’ 법안 통과도 추진할 것이다. 그러므로 새누리당의 패배로 각종 개악이, 특히 노동개악이 물 건너갔다고 생각하는 것은 크게 섣부르다. 특히, 새누리당은 무소속과 국민의당과 더민주당의 일부를 끌어들여 ‘노동개혁’ 법안을 추진할 수 있다.

물론 노동자 계급과 청년·학생들은 박근혜의 패배에 고무돼 투쟁에 나설 것이다. 사회주의자들은 이런 투쟁과 근본적 사회변혁 조직의 건설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진보·좌파의 성적이 저조하다고?

중도진보계 언론들인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진보·좌파 정당들의 성적표를 박하게 평하는 기사들을 실었다.

“진보 정당은 이번 선거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한겨레〉, 이재훈 기자)

“정의당 6석 초라한 성적표”(〈경향신문〉, 조미덥 기자)

안타깝게도, 진보·좌파 진영 내에서도 우리 진영의 성적이 저조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중의 소리〉와 〈레디앙〉에서 이런 평가들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이것이 완전히 잘못된 평가임을 앞에서 지적했다. 덧붙이자면, 이런 보도는 지난 몇 년 동안 급변해 온 정치적 맥락 속에서 이번 선거 결과를 분석하지 않고 그저 최종 결과만을 떼어내어 보는 실용주의적 견해이다.

2012년 진보당 경선 부정 사건과 뒤이은 당권파 지지자들의 중앙위원회 폭력 사태로 진보당이 분당하자 ‘진보 정치가 실패했다’는 말이 유행했다. ‘바닥을 긁다 못해 지하를 뚫고 내려가고 있다’는 자조 섞인 농담의 대상이 되던 진보·좌파 진영이 지난 3년간 노동자 투쟁의 제한적 회복과 세월호 참사 항의 운동 덕분에 소생하기 시작했다. 모두 2백만 표가 넘는 정당 득표에 국회 의석도 8석이 됐다. 이 선거 결과를 지난 4년 동안 진보·좌파 진영이 겪은 정치적 굴곡을 고려하지 않고 2012년 통합진보당의 13석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추상적 관점일 뿐이다.

근거 없는 낙관론을 펴자는 말이 아니다. 진보·좌파의 화살표가 성장 방향을 가리키는지 퇴보 방향을 가리키는지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올바른 전망과 전술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진보·좌파 8명이 당선한 것은 진보·좌파가 전진하기 시작했음을 보여 주는 징표다. 이 중 3명이 민주노총 전략 후보다. 울산과 창원에서 이룩한 노동자들의 선거 돌파는 매우 중요한 정치적 함의가 있다. 〈한겨레〉는 이 점을 단신 보도만 했을 뿐, 그 정치적 의미를 진지하게 분석하지 않았다. 그 정치적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중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울산과 창원에서 노동자들에 의한 선거 돌파는 지난 3년간 노동자들이 저항한 덕분이자 이후 또 다른 노동자 저항을 고무할 수 있다.

또, 진보·좌파 안에는 대공장 조직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협소한 경제적 이익’에만 매달리는 부문주의에 빠져 있다는 비난이 꽤 있었다. 울산과 창원의 선거 돌파는 조직 노동자들이 (공식)정치 문제에도 나서는 의식이 있음을 보여 줬다.

한편, 진보·좌파의 성장을 정의당이 주도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현재까지 정의당의 좌파에게까지 그 기회가 온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정의당의 좌파들이 상실감을 느끼고 조바심을 내며 정의당의 선거 성적에 인색한 평가를 내리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정의당이 잘 되면 그 다음에는 정의당의 좌파에게도 차례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좀 더 길게 내다보며 정의당의 부상을 가능케 한 노동계급의 투쟁에 기여하는 게 바람직한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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