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을오토텍 투쟁이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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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을오토텍 투쟁, 더 큰 ‘맥락’에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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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더운 이 여름에 휴가도 잊은 투쟁들이 벌어지고 있다.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성주군민들의 투쟁이 수십일째 지속되고 있고, 이화여대 학생들이 권위적인 학교 당국에 맞서 점거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화여대 학생들은 단과대(미래라이프대) 설립 추진을 철회시키는 쾌거를 거둔 뒤 지금은 총장 사퇴를 요구하며 점거를 지속하고 있다.
그리고 열흘 넘게 공장을 사수하며 노조 파괴 시도에 맞서고 있는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의 투쟁이 있다.
이 투쟁들은 박근혜가 추진해 온 핵심 정책들의 산물로, 친제국주의적 한미일동맹 강화, 신자유주의적 교육개혁, 그리고 노동자들의 조건을 악화시키려는 노동개악이 그것이다.
이 투쟁들은 지금 서로 별개처럼 보이지만, 그동안 누적돼 온 불만과 저항이 박근혜 정부의 정치 위기를 비집고 올라오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추악한
박근혜는 집권여당의 4월 총선 참패에서 회복하지 못했다. 회복은커녕 총선 이후 집권여당의 분열이 심화했다.
친이(MB)계의 대우조선 비리 연루가 폭로되고, 친박계의 공천 개입이 폭로되면서 서로 물어뜯고 싸우더니, 박근혜의 최측근 우병우 스캔들마저 터졌다. 청와대 민정수석 우병우는 박근혜의 총애를 받는 실세로, 박근혜를 ‘레임덕에서 지키기’가 그의 임무였다. 그런 그가 레임덕의 기수가 될 판이다.
저들의 분열은 지금처럼 가다가는 정권을 잃을 수도 있다는 범여권의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이다. 여기에 경제 위기와 구조조정을 둘러싼 이해다툼도 맞물려 있어, 분열이 매우 날카롭고 깊다.
이런 분열은 저들의 추악한 면을 한껏 드러낼 뿐 아니라, 저들이 강력하지만은 않다는 것도 사람들이 직감하게 만든다. 이런 상황에서 총선 민심을 개무시하는 정책 강행, 심지어 한술 더 뜨는 정책 추진이 분노를 부채질하고 일부의 저항을 불러온 것이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지금 벌어지는 투쟁들은 정치 위기 속에서 불만의 초점을 제공하면서 광범한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투쟁이 다른 집단들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결정타
지금 저들의 분열이 총선 참패의 파장이라면, 박근혜에게 총선 참패를 안기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것은 지난해 총파업과 총궐기에 나선 조직 노동자들이었다. 민주노총의 노동개악 저지 투쟁은 경제 위기에 대한 광범한 불만과 결합되면서 박근혜에 대한 대중적 이반을 불러왔다.
저들의 정치 위기가 우리에게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하는 한편, 노동자들의 투쟁이 저들의 정치 위기를 불러왔다는 것도 이해해야 한다. 즉, 노동자 투쟁이 저들의 위기를 심화시키는 결정타라는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노동자 투쟁은 한국사회의 핵심 이슈다. 얼마 전 발표된 ‘한국인의 공공갈등 의식조사’에서도 경영자와 노동자 간 갈등이 한국사회의 가장 심각한 갈등 요인으로 꼽혔다. 그 전에는 빈부 격차나 보수-진보 갈등이 꼽혔지만 올해는 순위가 바뀌었다. 계급 갈등이 전면에 부상하고 있다는 뜻이다.
올해 노사갈등이 심상치 않고, 예년과 달리 여름 휴가 이후에 노동쟁의가 더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들도 나오고 있다. 정부와 기업주들이 경제 위기의 대가를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고 임금 삭감, 인력 감축, 외주화, 민영화, 노동조합 탄압 등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단호하게 공장을 사수하며 저항의 상징이 된 갑을오토텍 투쟁의 성패는 하반기 투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금 이 전선에서 승기를 잡는 것이 모든 노동자 부문에 이롭고 중요하다. 박근혜 정부의 정치 위기를 우리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상징
갑을오토텍 투쟁에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악의 핵심이 다 담겨 있다. 경제 위기의 책임을 전가하고, 노동자들이 전에 쟁취했던 성과를 빼앗고, 그것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는 노동조합을 깨는 것.
갑을오토텍 투쟁이 단지 갑을오토텍 노동자들만의 투쟁이 아니고 우리 모두의 문제인 이유다.
갑을오토텍 사측은 적자라고 우는 소리를 하며 “노조가 기존의 특권적 기득권을 합리적으로 양보”하라고 말한다. 그들이 특히 문제 삼는 것은 통상임금 확대와 주간연속2교대제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다. 그러나 고작 임금을 떼이지 않고 밤샘 노동에서 벗어난 게 무슨 ‘특권적 기득권’이라는 말인가.
부회장 박효상은 “고통분담”을 촉구하며 허리띠를 졸라매자고 한다. 하지만 자동차 업황 호조 속에서 갑을오토텍을 인수(2009년)한 지 2년 만에 기업가치가 10배나 뛰었을 때 그는 그것을 노동자들과 나누지 않았다.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는 자동차 부품업계의 강력한 노조로 잘 알려져 있다. 사측은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외주화를 막고 ‘비정규직 없는 공장’을 지켜온 노조를 깨고, 임금과 고용 등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려 한다. 그 명분은 어느 업종, 어느 기업, 어느 사업장에서나 마찬가지로 경제 위기와 국제 경쟁의 격화다.
연대
갑을오토텍 사측과 정부가 이 노조를 깨고 목적을 관철하도록 갑을오토텍 투쟁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형식적 지침으로는 부족하다. 노동운동은 지금 여기 달려들어 우리 모두의 문제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갑을오토텍의 투쟁을 지켜야 한다.
점거는 강력한 무기이지만 이 투쟁이 진정한 잠재력을 발휘하려면 연대를 확대해야 한다. 민주노총, 특히 금속노조의 연대가 중요하다. 지금처럼 연대가 절실히 필요한 때 산별 차원의 투쟁을 해야만 ‘무늬만 산별’이라는 냉소를 극복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정치 위기에 빠져 있고, 경제 위기 속에서 광범한 불만이 퍼져 있다. 이런 기회를 잘 이용하면 갑을오토텍 투쟁은 폭넓은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자신감을 가지고 과감하게 연대를 확산한다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