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을오토텍:
노조 파괴 시도는 왜 벌어졌는가
〈노동자 연대〉 구독
갑을오토텍 투쟁은 극악한 방식으로 노동개악을 관철하려는 데 맞선 저항이다. 갑을자본이 민주노조 파괴를 통해 얻고자 하는 바는 임금 삭감, 노동강도 강화, 비정규직 확대, 현장 통제 등 착취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박근혜의 노동개악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갑을오토텍은 이미 2013년 통상임금 소송이 불거졌을 때부터 정재계와 노동계 모두의 이목을 끌었다. 박근혜 정부는 자본가들에게 유리한 판결을 끌어내려고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재판을 넘기고, 통상임금 억제와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법·제도 개악에 착수했다.
이런 정부 정책은 갑을자본이 노동자 공격에 착수하는 데 좋은 신호가 됐을 것이다. 갑을오토텍은 지난 수년간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투자를 늘리며 성장했다. 그런데 바로 이 점 때문에 더 치열해진 글로벌 각축전에서 경쟁사들을 따돌리고 살아남기 위해 노동자들을 쥐어짜는 게 훨씬 더 중요해졌다.
진보진영 내 일부의 잘못된 인상과 달리 ‘부품사들은 원청에 수탈을 당하는 불쌍한 존재’가 결코 아니다. 주요 업체들은 2000년대부터 국내 완성차들의 해외 진출에 따라 납품을 크게 늘렸다. 그리고 근래 들어 복수의 완성차 생산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는 다각화 체계로 급속한 변화를 꾀했다. 이 복수의 원청사에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완성차 업체도 포함된다.
갑을오토텍도 해외 수출이 급속히 늘어난 기업의 하나다. 지난해 일본 미스비시 중공업에 수출을 하고 벤츠 트럭에 장착될 부품 공급을 계약한 데 이어, 올해는 이란 진출을 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인도와 중동(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에 수출을 늘렸는데, 한 언론사는 이를 두고 “갑을상사의 중동 신화”라고 불렀다.
현대·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 기업들만이 아니라 1차 밴드에 있는 주요 부품사들도 글로벌 시장에 깊숙이 편입돼 있다. 그만큼 더 치열한 경쟁에 노출돼 있다는 뜻이다. 이 속에서 기업주들은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이 제품을 뽑아내 ‘시장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사활적으로 중요해졌다.
2010년 이래 자동차 부품사들에서 악랄한 복수노조 탄압이 잇따른 것은 이 같은 배경에서였다. 갑을오토텍 사측이 2014년부터 ‘Q-P 전략’이라는 노조 파괴 시나리오를 작성해 체계적인 공격에 나선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노동부, 검찰, 경찰이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방조했다는 것은, 이런 국가기구들이 누구의 편인지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다.
한편, 인건비 절감을 바라는 사측에게는 갑을오토텍이 ‘비정규직 없는 공장’이라는 점도 불만 거리다. 갑을오토텍은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90퍼센트 이상이 정규직인 ‘모범’적인 공장이다.
물론 갑을자본이 ‘모범’적이어서가 아니다. 갑을자본은 그룹사의 지주회사 격인 동국실업의 생산직 노동자 다수를 비정규직으로 채용했다. 갑을오토텍이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은 그동안 노동조합이 비정규직 확대를 막아 왔기 때문이다. 사측은 지난 몇 년간 식당, 경비 등의 외주화를 시도했지만 노조의 반발로 좌절을 겪었다.
따라서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이 ‘우리의 투쟁은 정규직 일자리를 지키는 투쟁’이라고 말하는 것은 전적으로 옳다. 정부와 사용자들이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와 조건을 공격하는 상황에서, 이에 맞서 저항하는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의 투쟁을 적극 방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