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메르켈 연임 위기, 영국-EU ‘이혼합의금’ 갈등:
정치적 위기에 시달리는 유럽 지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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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곳곳에서 정부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네덜란드 총리 마르크 뤼터는 [3월] 총선 후 [10월 말] 내각을 구성하기까지 225일이나 걸리는 진기록을 세웠다. 스페인의 라호이 정부는 카탈루냐 독립 운동에 맞서 격렬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탈리아 기성 정치권은 꾀죄죄하기가 이를 데 없어서, 심지어 부패 혐의로 징역을 선고 받은 후 공직 취임이 금지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정계 복귀 카드를 만지작거릴 지경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유럽 지배자들을 오싹하게 한 것은,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의 위기를 다룬 20일자 소식이었다.
지난달 총선 이후 메르켈은 연정을 새로 꾸리려 했지만 난망한 상황이다. 메르켈은 소수 정부를 구성하느니 총선을 새로 치르겠다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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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이 연정 대상 세력들을 굴복시키려 허세를 부리는 것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메르켈의 연임이 좌절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독일 정치의 불안정성을 보여 주는 흉조다.
메르켈의 곤경은 유럽 전체에 파문을 일으켰다. 메르켈은 G20 회원국 수반 중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다음으로 권좌에 오래 앉아 있다. [그 자리에서] 메르켈은 유럽연합을 이끌고 그리스를 경제적으로 희생양 삼는 데 앞장서 왔다.
유럽 국가들의 정치적 난맥상에는 공통의 요인이 있다.
흔히 메르켈이 2015년에 난민을 받겠다고 결정한 것 때문에 위기에 빠졌다고 한다. 그러나 메르켈은 난민들 자신이 투쟁해 이미 국경을 넘어온 후 그것을 추인했을 뿐이다.
더구나 메르켈이 속한 기민당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인종차별적 마녀사냥을 벌이고 있다.
패턴
지난 1년 동안 프랑스,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선거에서도 꼭 같은 패턴이 드러났다.
지난해 영국 보수당이 브렉시트 위기를 벗어나려 테리사 메이를 총리로 세운 것도 그 패턴의 연장선이다. 메이는 내무부 장관 시절 이민자를 공격해 경력을 쌓은 자다.
경제 위기도 근저에 깔려 있다. 2008~2009년 대불황에서 회복하는 과정은 거의 10년 째 느리고 불균등하게 이어지고 있다.
이에 더해 브렉시트로 유럽 질서가 흔들리는 문제도 있다. 당장 이번 주에도 영국이 지불할 유럽연합과의 “이혼합의금”을 두고 심각한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메이는 유럽연합에 400억 파운드[약 57조 8000억 원]를 지불하기로 약속하면 향후 협상이 잘 될 것이라고 유럽연합 탈퇴파 장관들을 설득한 듯하다.
그러나 메이의 구상은 자기 당 안에서도 비난에 직면했다. “우리 학교, 병원, 주택에 쓸 그 많은 돈을 유럽연합에 지불한다는 안을 국민들이 받아들일 것이라 도저히 믿을 수 없다.”
저들의 망가진 체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실현하기 위해 투쟁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