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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외친다:
노동3권 보장하라, 노조법 2조 개정하라

특수고용직도 노동자다 노동자인데도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고용직이 250만 명이나 된다 ⓒ이윤선

코카콜라를 운송하는 화물 노동자들은 하루에 12시간 넘게 600킬로미터를 운행한다. 10년간 상품 가격은 2배나 올랐지만, 운송료(화물 노동자들의 임금)는 전혀 오르지 않았다. 노동자들이 화물연대에 가입해 운송료 현실화를 요구하자, 사측은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문자로 해고를 통보했다. 이에 항의해 노동자들은 한 달 넘게 노숙하며 대체 차량 투입을 막는 등 강경하게 투쟁했다. 화물 노동자들의 상경투쟁을 앞두고 사측이 해고 통보를 철회해 이 투쟁은 일단락됐다.(그러나 낮은 운송료 개선은 이후 과제로 남았다.)

그 과정에서 사측과 이를 비호하는 경찰은 노동자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며 탄압했다. 이 횡포를 정당화하는 명분은 ‘화물 노동자는 노동자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이처럼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다른 노동자들처럼 노무를 제공함에도 ‘개인 사업자’로 분류돼 근로기준법과 노조법 등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

우리 나라 특수고용 노동자는 노동계 추산으로 250만 명에 이른다. 비정규직이 급증하던 1997년 경제 위기를 전후로 특수고용직도 대폭 늘었다. 기업주들이 인력 규모를 유연하게 조정하고 장비 구입비와 유지비도 노동자에게 떠넘기고자 한 결과다.

건설기계, 대리운전,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방송 작가, 간병 노동자 등 다양한 직종에 특수고용이 산재해 있다. 특정 기업에 고용되지 않고 스마트폰 앱으로 일감을 받는 배달대행, 대리운전, 퀵서비스 등 이른바 ‘디지털 플랫폼’ 노동자들도 특수고용 노동자다.

덤프트럭을 운전하는 건설기계 노동자 박재순 씨는 말했다. “노조를 만든 지 10년이 넘었는데, 여전히 건설 현장에선 노조를 부정하며 단체협약 체결을 거부하거나 맘대로 위반해요. 체불이 빈번하게 일어나는데, 노동부에서 노동자가 아니라며 진정조차 받지 않습니다.”

대리운전 노동자 이창배 씨도 부당한 현실에 분노를 토했다. “하루 10~12시간씩 심야 장시간 운전, 과로, 수면 부족,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면서도, 월 평균 수입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노동조합을 만들었는데, 노동부는 ‘전속성’ 운운하면서 설립신고증을 내주지 않아요.”

문재인 정부는 대선 공약으로 특수고용 노동자의 기본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고용보험, 산재보험 적용을 의무화하고, 이를 넘어 노동3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정부는 이를 위해 ILO 기본협약을 비준하고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를 수용하겠다고도 했다. 노동자들은 문재인 정부 하에서 기본권 보장 요구가 실현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1년 반이 다 되도록 약속은 이행되지 않고 있다. 특히, 정부는 대리운전노조의 노조 설립신고와 특수고용 노동자의 고용보험 확대 등 쟁점에서 ‘전속성’ 잣대를 들이대며, 사용자가 하나인지 여럿인지에 따라 누구는 노동자이고 누구는 노동자가 아니라고 우기고 있다.

노동자가 한 업체에 전속돼 일해야 한다는 ‘전속성’의 기준은 특수고용 노동자를 대부분 사각지대에 방치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것은 노무현 정부가 ‘특수고용형태 근로종사자 보호대책’에서 명시한 방침이다. 이에 따라 보험설계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학습지 교사, 레미콘 운송 종사자에게만 선별적으로 정부 대책이 적용됐다.

그 내용도 산재보험 특례 가입 적용과 경제법적 보호 대책에 국한된 것이었다. 특례 가입이 적용된 특수고용 노동자는 보험료의 절반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다른 노동자들은 사업주가 전액 부담). 경제법적 보호 대책은 해고와 부당한 처우 등을 불공정 거래행위로 규제하겠다는 내용인데, 현실에선 거의 유명무실하다.

선별적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특수고용 노동자 보호 대책도 그 틀 안에서 산재보험 가입 특례 대상을 2~3개 업종 늘리는 수준에 머물렀다. 대리운전기사는 2016년 산재 가입 적용 대상에 포함됐지만, ‘전속’ 조건 등의 문제 때문에 전체 20여만 명 중 고작 8명만(!) 산재보험에 가입했다.

이런 선별적·제한적 보호 대책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고통을 해결하는 데 턱없이 모자라다. 현재 특수고용직 중 산재보험 가입 특례 적용 대상 업종은 9개에 불과하다.(2015년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의 조사 결과, 특수고용 직종이 102개인데 말이다!) 적용 대상자 중 산재보험 가입률도 11.7퍼센트 수준이다.

경제법적 보호대책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공정거래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특수고용 노동자 관련 사건 접수는 109건에 그쳤고 그조차 2013년 이후에는 단 한 차례도 공정위가 직권조사에 나서지 않았다.

단결권만 우선 보장하는 식의 제한적 방식도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택배연대노조는 2017년 말 노조 설립필증을 받았지만, CJ대한통운은 여전히 ‘택배기사는 노동자가 아니라’며 노조와의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은 노동3권의 온전한 보장을 요구한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노조할 권리 보장’을 약속한 만큼, 노조법 2조의 근로자 개념에 특수고용 노동자를 포함하도록 개정하라고 요구한다.

그런데 이 쟁점을 다루고 있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에 최근 제출된 공익위원 합의안은 단결권 보장을 위한 제도 개선을 명확히 약속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정부가 약속을 지킬 의사가 없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린다.

이런 분노가 10월 20일 특수고용 노동자 총력 투쟁으로 모이고 있다. 화물, 건설기계, 대리운전, 보험설계사, 퀵서비스, 학습지 교사 등 다양한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한데 모여 노동3권 보장과 노조법 개정을 촉구할 예정이다. 이를 발판 삼아 투쟁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