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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근로 확대 중단하라
노동시간 단축 무력화 NO 수당 없는 장시간 노동 NO

11월 5일 정부·여당과 보수 야당들이 올해 내에 탄력근로 확대 법 개악을 하기로 야합했다. 정의당이 반대했지만 완전히 묵살 당했다. “노동시간 단축의 새 시대”를 약속했던 문재인 정부가 보수 야당들과 손 잡고 노동자들의 뒤통수를 치며 노동시간 단축 무력화에 나선 것이다.

경제 위기가 깊어지면서 정부의 노동 개악 추진 시계는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문재인은 한국 자본주의 살리기, 기업주들의 이윤 지키기에 사활을 걸었다. 노동자들을 더 확실히 쥐어짜려고 최저임금을 개악한 데 이어 또 개악하고, 주 52시간제 시행을 유예한 데 이어 아예 무용지물로 만들려 한다. “2021년까지 탄력근로제 확대를 논의”하겠다던 정부의 계획은 몇 달 만에 내년 2월 추진으로, 다시 연내 개악으로 당겨졌다.

여야정 상설협의체 회의 이후 사흘 만에 다시 만난 여당과 보수 야당의 원내대표들은 11월 20일까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탄력근로제 확대를 합의하지 못하면 국회에서 곧바로 “실천에 착수”하기로 했다. ‘묻지마 개악’을 완료하겠다는 의지를 서둘러 재확인한 것이다. 이를 위한 실무협의도 시작했다.

물론 경사노위에 합의 시한을 줬지만, 그것은 기만일 뿐이다. 탄력근로 확대라는 결론을 던져 주고 합의를 강요하는가 하면, 노동계가 반대해도 ‘우리 갈 길은 가겠다’니 말이다. 그러면서 “사회적 대화” 운운하는 꼴이 가증스럽다.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사회적 대화가 노동자들을 노동 개악의 들러리로 세우기 위한 술수였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최저임금에 이어 또 ‘줬다 뺏기’ 공격

탄력근로 시간제는 사용자 마음대로 노동시간을 늘렸다 줄였다 하는 제도다. 일감이 몰릴 때는 주당 52시간을 초과해 최대 64시간까지 노동자들을 일 시킬 수 있다. 다른 날 노동시간을 좀 줄여서 법률상 정해진 단위 기간 동안의 평균만 주 52시간으로 맞추면 된다.

정부·여당과 보수 야당들은 이 단위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최대 1년까지(6개월~1년) 연장하려 한다. 이렇게 되면, 노동자들은 1년에 절반을 주 64시간 노동에 내몰릴 수 있다. 연장근무 수당도 받지 못하면서 말이다. 탄력근로 확대가 임금 삭감 개악이기도 한 이유이다.

결국 문재인의 “노동시간 단축” 약속은 요란한 말 잔치로 끝났다. 정부는 주 52시간제를 본격 시행도 하기 전에 무력화에 나섰다. 최저임금 ‘줬다 뺏기’ 공격의 유사품이다.

이번에도 노동자들의 고통은 이윤 논리에 밀려 외면 당했다. 한국의 노동자들은 세계 2위 최장시간 노동으로 눈 뜨면 출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지쳐 쓰러지기 바쁘다. 몸이 축 나고 삶이 피폐해져도 좀체 벗어날 수 없는 “죽도록 일하는 과로 사회”의 현실은 참담하다.

정부가 탄력근로 단위 기간을 6개월로만 늘려도 “합법 과로사”가 가능해진다(정의당 이정미 의원). 노동시간이 과로사 인정 기준을 초과하게 되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만성과로나 죽음에 내몰리든 말든 상관 없다는 정부의 태도에 치가 떨린다.

이번 개악 추진은 여러모로 문재인 정부의 위선을 잘 보여 준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50만 개 일자리 창출”을 공약했지만, 이는 탄력근로 확대에 따른 ‘도로 장시간 노동’에 고사 당했다.

노동시간 단축의 목표로 내세웠던 “일·생활의 균형”도 공염불이 됐다. 하루 노동시간이 길어지고 출퇴근 시간이 들쭉날쭉해지면 가족을 돌보거나 안정적인 삶을 계획하기가 어려워진다. 임금이 깎여 생계의 불안정성도 커진다.

임금 깎고 노동강도 높이고: 현장에서 쌓이는 불만

정부가 주 52시간제 도입을 유예한 수 개월 동안, 이미 사용자들은 임금을 깎고, 노동강도를 높이고, 교대제를 개악하고,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는 등 노동자들을 공격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관장하는 공공기관 사용자들이 이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항만보안공사 측은 인력 충원도 없이 교대제를 개편해 노동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일하기가 빡세지고 휴일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임금은 무려 20퍼센트나 깎였다. 안 그래도 임금 수준이 낮은 사업장인데다 최저임금을 받는 계약직도 공격을 당해 노동자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

지난 7월 노사정 합의로 탄력근로제를 순차 도입하기 시작한 버스업계에서도 임금이 크게 삭감됐다. 줄어든 노동시간만큼 임금 보전도 안 된 데다, 연장근무를 해도 수당을 못 받으니 노동자들의 불만이 높다.

인천공항 보안검색 노동자들은 12조 8교대로 잘게 쪼개진 교대제 개악에 고통받고 있다. 더 적어진 조별 인원으로 변변한 휴게시간도 없이 더 빡세게 일하고, 더 불안정한 교대 패턴으로 생활 리듬이 깨졌다. 심지어 사흘 연속 하루 12~13시간씩 근무해야 하는 이들까지 생겼다.

유사 사례들이 금융·IT·제조·서비스 등 민간 부문에서도 확대되고 있다. 경총은 아예 조선·건설업 등의 일부 업무나 방송·영화 제작에는 노동시간 규제를 적용하지 말자고 한다.

경총은 특히 노조와 합의 없이 개별 노동자 동의만으로 탄력근로제를 시행할 수 있도록 법을 뜯어 고치자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 산하 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도 자신의 정기 간행물에서 탄력근로제 확대만이 아니라 “사업장 도입 절차(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에 대한 현실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조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물론, 단체협약이 잘 구비된 조직 노동자들도 결코 안전하지 않은 것이다.

민주노총은 완강하게 저지 투쟁에 나서야

이런 공격에 제동을 걸고 당면 법 개악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대중 투쟁이 힘 있게 조직돼야 한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여야정의 탄력근로 확대 개악 합의를 비판하며 11월 21일 “총파업”으로 맞서겠다고 했다. 한국노총과의 공동 대응도 논의하고 있다.

그런데 그 구체적 내용을 보면, 21일 실제 파업에 나서는 곳은 드물다. 실제 행동은 파업이라기보다 지역별 총력 집회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정부·여당과 보수 야당들은 연내 개악 완성을 외치며 단호하게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다. 국회에서 11월 20일 이후 본격 법 개악 절차에 돌입하면 일사천리로 통과될 가능성도 크다.

그런 만큼 민주노총 지도부는 비상한 상황에 걸맞게 대응해야 한다. 조직력을 총력 동원하는 실질적 파업을 명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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