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카풀 서비스 도입에 대해 노동자들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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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와 택시업계의 갈등이 극심하다.
카카오모빌리티(이하 카카오)가 카풀(차량 공유) 서비스 기사를 모집하자 택시업계가 거세게 반발한 것이다.
아직 카풀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하기도 전이다. 그런데도 택시업계는 크게 반발했다. 카카오 같은 IT 대기업의 승차 공유 서비스가 택시 시장을 빼앗아 갈 거라는 위기감 때문이다.
‘카카오T 카풀’은 일반 운전자와 탑승자를 연결해 주는 서비스다. 이 교통 체계 서비스는 최근 유행하기 시작한 “공유경제”의 하나다.
많은 사람들이 카카오 카풀 도입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도(10월 18일) 56퍼센트가 찬성했다. 반대는 28.7퍼센트였다.
카카오 카풀 운전자 모집 앱(카카오 T 카풀 크루)은 출시 하루 만에 다운로드 횟수가 10만을 넘어섰다. 최종 200만이 넘을 거라는 예상이 나온다.
찬성하는 측의 근거는 이렇다.
방향이 비슷하거나 목적지가 같은 사람들이 승차 공유를 하면서 운전자는 돈을 번다, 탑승자는 ‘지옥철’이나 ‘만원 버스’를 갈아타는 고역을 피할 수 있다, 출퇴근 시간에 택시 잡는 어려움도 던다, 택시비보다 저렴하다, 공유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 등등.
그러나 먼저, 카카오가 순수하게 이타심으로 서비스를 도입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카카오는 전에도 무료 서비스로 이용자를 확보한 다음 유료화한 전력들이 있다.
‘카카오택시’가 대표 사례다. 이것은 택시 운전기사와 승객을 연결해 주는 서비스였다. 카카오는 ‘수수료 없음’, ‘탑승자의 목적지 공개’ 등을 통해 택시업계의 호응을 얻었다. 그 덕분에 운송업계의 주도적 중계 사업자가 됐다. 이제 카풀 서비스를 실시해 전통적인 택시업계의 승객을 빼앗아 가려 한다.
대리운전 쪽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카카오는 2016년 대리운전 시장에 뛰어들었다. 처음에 카카오는 대리운전 기사에게 수수료를 제외하고 보험료나 기사 배정 프로그램 사용료를 받지 않았다. 그렇게 대리운전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 그러나 최근에 이용료를 받으려 한다(카카오모빌리티 프로 서비스). 대리운전노동조합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자본가들에게 승차 공유 서비스는 돈벌이를 위한 새로운 시장이다. ‘다음’ 창업자인 이재웅은 최근에 ‘타다’를 출시했다. 소비자가 스마트 폰으로 배차를 신청하면 기사가 포함된 렌터카를 임대할 수 있는 서비스다.
특히, 승차 공유 서비스 자본가들에게 서울·경기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한국에 2000만 대가 넘는 자동차 중 40퍼센트가 서울·경기에 집중돼 있다. 게다가 2300만 명이 몰려 산다.
둘째, 그렇다면 카카오 운전자는 이 서비스를 통해 득을 볼 수 있을까?
미래의 카카오를 보기 위해 현재의 우버를 보자. 우버는 세계적인 승차 공유 서비스다.
경제 위기로 노동시장이 악화된 나라들에서 우버는 새로운 일자리 대책처럼 여겨졌다. 부수입을 원하는 노동자들이 우버 운전자로 일했다. 학생들도 학비를 벌기 위해 우버 운전자가 됐다. 심지어 전통적인 택시 기사들도 휴무 시간에 우버를 위해 일했다.
그러나 우버는 운전자들을 피고용인이 아니라 계약자로 간주했다. 이 덕분에 회사는 수당과 보험 등에서 돈을 크게 아낄 수 있다. 그리고 그 계약은 언제든 파기될 수 있다.
대중교통
셋째, 승객의 편의는 개선될까?
여론조사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택시의 ‘승차 거부’에 불평한다. 또, 교통·수송은 점점 하락하는 임금 때문에 압박받는 노동자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을 주는 지출 부분이다. 대중교통 요금은 계속 인상되고, 원유 가격이 하락해도 기름값은 계속 인상된다.
그래서 어떤 노동자들은 카카오 카풀 서비스가 승차 거부를 하는 택시보다 이용이 쉽고, 비용이 저렴할 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가 실제 그렇게 될지는 두고볼 일이다.
그러나 진정한 쟁점은 대중교통의 획기적 개선이다.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이고, 모든 사람들이 손쉽고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그 운영을 담당할 노동자들에게는 양질의 일자리를 보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중교통에 대대적으로 투자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진정으로 혁신적인 대중교통 시스템의 수립은 사회의 생산 조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투쟁과 연결될 때 가능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카카오 vs 택시’의 갈등은 자본주의적 교통·수송의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자본가들은 교통·수송을 그저 이윤 벌이 수단으로만 본다. 중요하고 필수적인 사회적 필요라는 점은 그들에게 부차적이다.
요컨대, 자본주의에서 기술 진보의 목표는 승객 서비스나 노동조건의 개선이 아니다. 이윤 추구가 궁극적 목표다. 치명적 이윤 몰이 때문에 기술 발전은 종종 고객·노동자의 이해관계와 어긋난다.
그래서 자본주의에서 생산수단의 기술적 발전은 진보적 측면이 있음에도, 동시에 노동자들에게 부정적 결과를 가져다준다.
자본가들은 기계화·자동화를 도입하면서 이윤을 늘리지만, 이 과정에서 일부 노동자들을 일자리에서 내쫓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특정 노동자들에게 일자리 위협으로 나타난다.
택시 노동자들
택시 업계는 카카오 카풀 서비스 도입에 격렬하게 반대한다. 카카오 카풀이 도입되면 택시 승객을 크게 잃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개인 택시 기사들은 심각한 위협감을 느끼는 것 같다.(법인택시 노동자보다 개인 택시 기사가 2배가량 더 많다.) 승객 기반이 감소하고 택시 시장이 축소되면 개인 택시 면허 프리미엄(권리금) 가치가 급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경우 권리금이 대략 9000만 원 정도다. 이 권리금은 개인 택시 기사들의 노후자금이기도 하다.
택시 자본가들도 택시 시장을 빼앗길까 봐 카카오 카풀 서비스 도입을 반대한다.
그런데 택시 노동조합들도 반대한다. 물론 승객 감소로 말미암아 택시 노동자들은 가뜩이나 적은 수입이 더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또, 다른 택시 기사만이 아니라 운전할 수 있는 모든 사람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택시 노동조합이 사측과 함께 반대 운동을 하고, 심지어 우파 정당인 한국당 원내대표 김성태가 참석해 연설하게 한 것은 우려스럽다. 우익 포퓰리즘이 성장할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노동자들이 카카오냐 택시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카카오 자본가든 택시 사주든 막대한 이득과 사욕을 챙기려 한다. 사실, 이번 전투는 두 진영의 자본가들이 벌이는 전투다.
반면, 택시 노동자들과 카카오 운전자들은 자신과 가족을 부양하고 빚을 갚는 등 똑같은 것을 원한다.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택시 노동자들은 독자적으로 자신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