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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vs 카카오 갈등에 부쳐 :
진정한 대립은 택시·카카오 자본가 대(對) 노동자

국회 인근에 설치된 택시 노동자 고 최우기 씨의 분향소 ⓒ출처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12월 10일 택시 노동자 최우기 씨가 카카오 카풀 서비스 도입을 반대하며 분신했다. 그는 자신의 “시신을 카카오 본사 앞에 안치해 달라”는 유서를 남겼다. 가슴이 아프고 답답한 일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신기술이 평범한 노동자들에게 좋은 일자리·노동조건을 보장해 주지 않고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사실은 자본주의의 극단적 모순이다.

우버가 도입되자 미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안타까운 일들이 잇달아 벌어졌다(우버는 카카오 카풀과 비슷한 승차공유 서비스다). 지난해 미국 뉴욕시에서만 택시 기사 8명이 자살했다. 대개 50∼60대 이민자 출신의 기사들이었다. 이들은 우버 도입으로 경제적 압박을 크게 받았다. 택시 기사들의 잇단 자살은 엄청난 사회적 파문을 몰고 왔다. 그러자 뉴욕시는 올해 우버 같은 플랫폼 운전기사에 대한 신규 면허를 한시적으로 금지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카카오는 당초 12월 17일로 예정됐던 정식 카풀 서비스를 연기했다. 물론 카카오가 사업을 포기한 것은 결코 아니다. 이윤 추구에 눈먼 카카오가 8조 원 규모의 택시 시장을 포기할 리 없다.(카카오 카풀의 허구적 신화와 문제점에 대해서는 본지 269호에 실린 ‘카카오 카풀 서비스 도입에 대해 노동자들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를 보시오.)

정부·여당도 근본에서 택시산업 보호 쪽으로 회군할 의사가 없다. 민주당의 택시-카풀 태스크포스(민주당 TF) 위원장 전현희는 정부·여당의 방향성을 말했다. “공유경제를 바라는 업계와 국민의 입장도 존중해야 한다.”

정부·여당은 그동안 카풀 서비스(를 비롯한 스마트폰 기반 모빌리티 서비스)는 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못박아 왔다.

실제로, 승차공유 서비스는 문재인 정부가 요란하게 나팔을 분 “공유경제”의 대표적 사업이다.(카카오 같은 IT 대기업이 운전자와 이용자 사이에 끼어들어 이익을 취하는 것을 두고 “공유”라고 부르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이들이 보기에, 수십 년 동안 독과점으로 운영돼 온 택시산업은 낡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산업이다. 이제 승차공유 서비스 같은 택시의 ‘대체재’를 통해 이 부문에서 새로운 경쟁력을 창출하고 싶어 한다.

이런 방향성은 인물로도 얼핏 나타났다. 민주당 TF 소속 권칠승 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자가 얼마 전에 카카오모빌리티 대외협력실에 채용됐음이 밝혀졌다.

계급투쟁

그런데 중도 세력답게 정부·여당은 택시 쪽도 달래고자 한다. 특히, 사납금 폐지와 완전 월급제 도입 의사를 밝혔다.

사납금 제도 폐지와 완전 월급제는 택시 노동자들의 숙원 사업이다.

사납금(社納金)은 말 그대로 회사에 바치는 돈이다. 즉, 택시 노동자가 차량을 대여하는 대가로 택시 회사에게 하루 수입 중 일정액을 사납금으로 내고, 그 외 수입을 임금으로 가져가는 방식이다.

사납금 제도는 택시업계의 보편적 임금 체계다.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사납금은 매일 14만~18만 원 사이다. 지난해 서울 법인택시 노동자는 하루 평균 16만 5000원을 벌어 13만 5000원을 사납금으로 냈다.

사납금을 제때 내지 못하거나 결근하면 기본급에서 공제까지 한다. 이 때문에 택시 노동자들은 장시간·휴일 운행과 저임금으로 내몰린다. 사납금이 노예의 족쇄라고 불리는 까닭이다.

그래서 택시 노동자들이 처지 악화를 우려해 카카오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지만, 그들의 진정한 이해관계는 사납금 제도 폐지에 있다. 10년간 사납금제 폐지 운동을 해 온 이삼형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정책위원장의 말이다.

“사납금제를 폐지해 승차 거부, 불친절 등을 개선한다면, 전혀 모르는 이에게 자신의 출퇴근지와 이동 경로 같은 정보가 흘러들어가는 카풀 대신 택시를 선택하는 이들이 상당히 있을 것[이다.]”

반면, 택시 자본가들은 사납금 제도 폐지에 극렬하게 반대해 왔다. 사납금 제도 존폐가 30년이 넘게 공방을 벌여 온 까닭이다. 심지어 1997년 사납금 제도를 폐지하는 법안(월급제인 ‘택시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이 통과됐지만, 사용자들은 지금까지도 이 법을 개무시하고 있다.

택시 사측은 사납금은 높게 산정하는 한편, ‘소정근로시간’은 지나치게 적게 책정한다. 소정근로시간은 기본급 책정 기준이 된다. 그런데 소정근로시간이 실제 노동시간보다 턱없이 적다. 2015년 기준 소정근로시간은 1일 3~5시간이고, 사납금을 충당하기 위해 필요한 실제 노동시간은 6.7~10.2시간이었다.(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 결과)

요컨대, 택시산업 안에는 계급적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서로 적대하는 사회 집단이 존재한다.

여기에다, 전체 택시의 65퍼센트를 차지하는 개인 택시 기사는 자영업자다. 사납금 제도 폐지와 월급제 도입은 그들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 개인 택시 기사들은 카풀 서비스로 인해 하락한 개인택시 번호판(면허) 가격에 대한 불만이 훨씬 더 크다.

따라서 택시 산업이냐 카카오냐는 근본적인 계급 갈등을 가리는 피상적 대립 구도다.

12월 20일 택시 파업과 집회가 예고돼 있다. 여기에는 앞에서 언급한 상이한 사회 계급들 ― 노동자와 자본가와 자영업자 ― 이 모두 참가한다.

택시 자본가들은 카카오에 맞서 노동자들과 일시 동맹을 맺을 때조차 자신의 계급적 이해관계에 충실할 것이다. 한 사례로, 지난 10월 18일 택시업계 집회가 열렸을 때, 택시 사측은 노동자들에게 당일 사납금을 내고 시위에 참가하라고 했다.

따라서 택시 노동자들은 택시 사용자들과 동맹을 맺지 말고 카카오와 택시 사측 모두에 맞서는 투쟁을 해야 한다. 이런 투쟁에서 택시 노동자들은 카카오 운전자들과 (카카오의 횡포에 맞서 싸우는) 대리운전 노동자들과 함께할 수 있다. 이렇게 계급 연합적 방식(포퓰리즘)이 아니라 계급투쟁적 방식으로 싸울 때 진정으로 노동자 자신의 조건을 방어할 수 있다.

그러러면 택시 노동자들은 택시회사 사용자들과 따로, 독자적으로 집회를 열어야 한다. 그리고 택시 노동자들의 고유한 요구 ― 사납금 제도 폐지와 완전 월급제 도입 등 ― 를 선명하게 제기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민주당을 믿어서는 안 된다. 민주당은 택시 노동자들의 불만을 달래고자 허겁지겁 중재안을 내놨다. ‘완전월급제를 강제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 ‘월 250만 원 이상은 될 거다’ 하고 바람을 잡았다.

언제나 그랬듯이, 그 돈을 어떻게 마련하고 어떻게 지급할지 같은 구체적 방안은 없다. 법안은 또 어느 하세월에 통과시키려나.

그래서 민주당 중재안은 노동자들의 들끓는 분노에 직면해 일단 시간 벌기를 하겠다는 심산 같다. 노동자들의 염원을 인정하는 척하면서 질질 시간을 끌다 용두사미로 만드는 것이 민주당의 주특기다. 그 주특기가 이제 많은 노동자들의 불신과 증오를 사고 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