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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의 난맥상

1월 22일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대타협기구)가 출범했다. 정부·여당, 카카오 모빌리티, 택시업계 4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택시업계 4단체에는 사용자 단체, 개인 택시 단체, 택시 노조 2곳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대타협기구는 시작부터 파열음을 냈다. 첫 회의에서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한국노총 소속) 위원장이 국토부장관 김현미 면전에다 “뻔뻔하다”,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깊은 불신의 골을 드러낸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는 아무도 만족시키지 못한다 ⓒ출처 김태년 의원실

1월 25일에 열린 두 번째 회의에서는 ‘택시 카풀 방안’을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런데 “우선 검토·논의”한다는 원론 수준의 합의에 그쳤던 것 같다.

카풀은 본디 자가용으로 하는 것이다. 택시가 카풀을 한다면, 플랫폼 사업자가 택시 합승을 중개한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자 이번에는 IT 자본가들이 불만을 터트렸다. 자가용이 아닌 택시로 공유경제를 이룬다는 게 말이 되냐는 것이다. 쏘카 대표 이재웅은 “[대타협기구가]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가진 기구가 아니라 카카오택시 서비스 개선 모임이나 택시산업발전연구모임이 더 어울린다. 많이 아쉽다” 하고 불평했다.

주요 경제지들도 대타협기구의 첫 합의를 일제히 비판했다. 자가용 카풀이 전혀 언급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카카오 모빌리티도 첫 번째 합의만 갖고 설계·개발 투자를 결정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사실, 대자본가들은 택시 산업이 낡고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여긴다. 현대자동차·네이버·미래에셋·SK 등 대자본가들은 택시 산업이 아니라 교통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규제 문제 때문에 국내 기업이 아니라 해외 기업에 투자하고 있지만 말이다.

한 자본주의 언론사 간부는 “운명의 잔인함”을 논했다. “총파업을 하고 분신 자살을 기도한다고 해서 운명의 방향은 바뀌지 않는다. 공유경제에 이어 자율주행 태풍까지 온다.”(자본주의와 공유경제에 대해서는 ‘카카오 카풀 서비스 도입에 대해 노동자들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를 보시오.)

문재인 정부도 공유경제를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본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은 이 점을 다시 확인했다. “4차 산업혁명으로 경제사회 현실이 바뀌고 있는데도 옛날의 가치가 그대로 고집되는 경우도 왕왕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가 경쟁 자본가들 간의 이해관계 충돌을 중재하지 못하면서 자본가들의 불신을 사고 있다.

2월 11일로 예정돼 있는 세 번째 회의에서 상이한 자본들이 서로 만족할 수 있는 합의안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 다른 전투

카카오 자본가와 택시 자본가의 전투가 다는 아니다. 또 다른 전투도 있다.

택시 자본가들은 대타협기구에서 카카오 모빌리티만이 아니라 특히 택시 노동자들을 상대로 전투를 벌이고 있다.

카풀-택시 갈등이 첨예해지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사납금 제도 폐지와 완전 월급제를 제기했다. 민주당이 택시 노동자들의 조건 개선에 진지해서가 아니다. 택시업계 내부를 흔들어 놓기 위해서였다. 상황 전환용 성격이 다분했다. 부르주아 자유주의자들은 교활하기 이를 데 없어 절대 믿어서는 안 된다. 시장이 민주당 소속인 전주시에서도 완전 월급제 위반 회사에 대한 행정처분을 하지 않아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전주지회 김재주 지회장이 510일 동안 고공 농성을 하다 1월 26일 농성을 해제했다.

물론 민주당의 협상 카드가 택시업계 전부에게 동일한 효과를 내지 않는다.

택시 노동자들은 사납금 제도 폐지와 완전 월급제를 지지한다. 택시 노조 지도부들은 대타협기구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먼저 민주당에 대화를 제의했다.

그러나 택시 자본가들은 사납금 제도 폐지와 완전 월급제에 반대한다. 택시 자본가들이 타협기구에 참여한 이유도 이를 막기 위해서였다. 택시운송연합회장 박복규는 “[대타협기구에서] 갑자기 다른 복지나 기사 월급 문제가 부각되는 것은 물타기”라고 못박았다.

개인 택시 기사들은 사납금 제도와 관계가 없어 자연히 이 문제에 관심이 없다.

이렇듯 택시업계 내부에는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계급들이 존재한다.(이와 관련해서는 ‘택시 vs 카카오 갈등에 부쳐 — 진정한 대립은 택시·카카오 자본가 대(對) 노동자’를 보시오.)

달리 말해, 대타협기구를 통해 택시 노동자들의 으뜸 노동조건을 개선할 수 없다는 뜻이다. 택시 노조 지도부들은 민주당의 얍삽한 꾀에 장단을 맞춰서는 안 된다. 택시 노동자들은 택시 자본가들뿐 아니라 민주당과도 철저하게 독립적으로 노동조건 개선 투쟁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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