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의 미투가 충격을 부르고 있다.
22세 심 선수는 17세부터 상습적으로 폭행과 성폭행을 당했다며 조재범 전 국가대표 코치를 고소했다. 조 씨는 심 선수를 비롯한 4명의 선수를 상습 폭행한 혐의로 이미 징역 10개월을 선고(1심)받은 상태였다.
심 선수는 고소장에 10건의 성폭행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성폭행이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을 한 달 앞둔 1월 중순까지도 계속됐다고 한다. 조 전 코치가 “운동을 계속할 생각이 있느냐”, “말을 듣지 않으면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협박하며 성폭행을 저질렀다고도 진술했다.
체육계에 한국체육대학교를 중심으로, 어린 선수들의 장래부터 은퇴한 선수들의 생계까지 꽉 쥐고 있는 위계적 연줄 서열이 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래서 위계에 의한 폭행 의혹과 비리가 끊임없이 흘러 나와도 조용히 사라지기 일쑤다. 대부분 가해자와 피해자 간 합의로 무마되기 때문이다.
최근 5년 동안 체육계 단체와 스포츠공정위에서 징계를 받았으나 징계 기간에 복직하거나 재취업한 사례가 24건, 징계 뒤 복직하거나 재취업한 사례가 299건이라고 한다.(민주당 김영주 의원)
이처럼 가해자가 버젓이 돌아와 다시 지도자 노릇을 하니, 피해자들은 보복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어린 시절부터 선수 생활만 해 온 이들에게 보복 위험은 생존이 달린 문제일 수 있다. 조 전 코치도 2011년에 승부 조작 혐의로 처벌받았지만 3년도 채 지나지 않아 국가대표 코치로 복귀한 바 있다.
조 씨는 성폭행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체육계의 관행은 폭행이 만연하고 선수들이 외출도 허락받아야 할 만큼 권위주의적이다. 지도자가 선수 생명을 좌우하는 위계적 관계에서 조 씨는 어린 시절부터 심 선수를 지도하며 상습 폭행을 저질렀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심 선수가 성폭행도 당했을 개연성이 높다.
한체대 교수이자 ‘빙상 대부’로 불리는 전명규 전 빙상연맹 부회장이 조 전 코치의 뒷배로, 심 선수의 입을 막도록 지시한 음성 파일이 폭로되기도 했다.
이 사건의 철저한 조사와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조재범뿐 아니라 전명규 등 사건 은폐 의혹을 받는 자들도 모두 조사해야 한다. 또한 체육계의 억압적 관행 속에서 고통받았을 여성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