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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 맘대로 성과급, 부족한 휴식 — 투쟁에 나선 네이버 노동자들

지난해 4월 결성한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 소속 네이버, 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 컴파트너스 노동자들이 20~21일 이틀간 첫 단체행동에 나섰다. 네이버 본사 1층 로비에서 20일 점심에 진행한 시위는 예상을 뛰어넘어 약 400명이 참가했다.

오세윤 지회장은 “인터넷‍·‍게임 업계 최초로 내딛는 행동이기에 여러분들 자부심을 가지셔도 좋습니다” 하고 발언했다.

2월 20일 네이버 본사 1층 로비에 400여 명이 모여 사측에 항의했다. ⓒ출처 네이버지회

네이버의 2018년 매출은 5조 원, 영업이익은 9425억 원이다. 그러나 노동조건은 이와 대비된다.

노동자들은 성과급의 객관적인 지표와 지급 근거를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성과급의 비율이 정해져 있지 않고, 사측이 주는 대로 받아야 한다.

성과급 문제는 잦은 조직 개편과 연결돼 노동자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 네이버는 노동자들을 작은 팀들로 나눠 빈번이 재편하고 있어서, 하던 업무가 변경되고 없어지는 상황도 벌어진다. 잦은 조직 개편이 노동자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데다가, 팀별 독립채산제라서 조직이 바뀌면 평가에 따라 조직별 예산과 성과급이 달라진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평가 기준을 알 수 없다.

“성과급 지급 근거조차 제시받지 못하고 내가 속한 조직이 하루아침에 개편이 돼도 그 이유조차 설명받지 못[합니다.]” 오세윤 지회장의 말이다.

네이버는 사내독립기업(Company In Company) 제도를 적극 이용해 유연성을 늘리고 경쟁을 강화했다. 사내독립기업은 사내 부서에 독립채산제를 적용하고 독자적인 인사권과 급여 체계를 둬 별도 회사처럼 운영하는 제도다.

네이버는 사내독립기업에서 서비스를 실험한 뒤 실패하면 해체하고 성공하면 자회사로 분사한다. 노동자들 처지에서는 경쟁에 뒤쳐지면 성과급이 깎이고, 앞서 나가도 자회사 분사라는 불안정이 기다리는 셈이다.

“네이버가 20년 됐는데, 40대는 별로 없어요. 알게 모르게 나간 거죠.” 한 노동자의 설명이다.

이런 불만이 누적된 결과가 노조 조직과 투쟁으로 드러나게 된 것이다.

초과 노동과 부족한 휴식

다른 IT 산업처럼 네이버 노동자들도 초과 노동에 대한 불만이 있다. 노조 설립 후인 지난해 7월에 포괄임금제가 폐지돼 불만이 다소 완화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포괄임금제는 초과 노동시간까지 포함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연봉에 초과근로수당을 미리 포함해 놓는 계약 방법이다. 초과근로수당을 따로 주지 않아도 돼, 장시간 초과 노동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 왔다.

포괄임금제 폐지 후 네이버가 도입한 것은 선택적 근로시간제(선택근로제)이다.

선택근로제는 탄력근로제와 함께 정부가 제시하는 유연근로 방안이다. 탄력근로제처럼 단위기간 내 하루 평균 8시간 이하로 일하면 초과수당을 주지 않아도 된다. 최대 단위기간이 한 달이고 노동 시간을 개인별로 정한다는 것이 탄력근로제와 차이점이다. 최근 IT 기업들은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선택근로제로 전환하는 추세다.

선택근로제 탓에 초과수당이 덜 나오긴 해도, 포괄임금제로 아예 받지 못했던 것에 비하면 나아졌다.

그러나 근본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인원을 여유있게 운영하지 않으니까 휴가 가서도 일하는 경우가 생기는 거죠. 서비스 출시할 때 장시간 일해요.” 오세윤 지회장의 말이다.

“게임 만들면 중간 단계들 거치면서 3~4회, 그리고 출시 직전에 한 달 정도는 10시 출근해서 12시 퇴근하는 식으로 엄청 일해요.” 네이버 자회사인 라인플러스 노동자의 말이다. “위에서 월요일까지 아이디어의 시안이 보고 싶다고 하면, 주말에 작업하는 거예요. 이런 빈도가 잦아요.”

또 다른 자회사인 엔아이티서비스 노동자들은 24시간 교대 근무를 한다.

노조는 퇴근 후와 휴가 중에 사적 메신저로 업무 지시 금지, 연속 노동시간 제한, 연장 근로시 추가 휴게시간 제공 등을 요구한 바 있다.

더불어 노동자들은 실질적인 안식 휴가를 제공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행 안식 휴가는 2년 이상 근무하면 3년에 한 번씩 휴가비만 일부 지원해 주는 것에 불과하다.

네이버 노동자들은 출산‍·‍육아 휴가도 법만 지키는 선에서 멈추지 말고 대폭 늘리라고 요구했는데, 노동계급에게 중요한 요구다. 네이버의 복지가 다른 IT 기업들의 참고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네이버 노동자들의 요구는 더욱 중요하다.

자회사 차별 — “50분 일하면 10분 쉬게 해 달라”

“이해진이 응답하라” 노동자들은 “진짜 권한이 있는 이해진 총수가 이 문제를 책임있게 해결하라” 하고 촉구했다. ⓒ출처 네이버지회

네이버의 손자 회사인 컴파트너스 노동자들 처지는 훨씬 열악하다. 컴파트너스는 광고와 쇼핑 콜센터, 사내 업무 지원 역할을 한다.

이들의 요구는 50분 일하면 10분 쉬게 해 달라는 것이다. 현재는 사업장별로 하루 40분 혹은 60분 쉴 수 있다. 일이 몰려 쉬지 못해도 보상은 없다.

“화장실조차 마음 편하게 갈 수 없는 곳, 물 마시는 것조차 눈치를 봐야하는 곳[입니다.]” 박경식 부지회장의 말이다. 30명짜리 팀인 경우 4명까지만 동시에 휴식을 할 수 있다.

“불가피한 사정이 있어도 연차를 당일에 사용하면 평가 점수가 깎여요. 평가 점수는 성과급과 연결되고요.” 한 노동자의 말이다.

30분씩 ‘일찍 출근, 늦게 퇴근’에 초과수당은 없는 속칭 “임금 꺾기”도 흔했다.

복지와 임금도 다른 계열사들에 비해 차별받는다.

5년 이상 근무해야 안식 휴가 3일을 받을 수 있는데, 근속연수가 짧아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다. 안식 휴가 시작 연수를 줄여 달라는 요청에 사측은 묵묵부답이었다.

식대도 차별받는다. 5만~10만 원 인상해 다른 계열사들과 맞춰 달라는 것이 요구다.

연봉은 최저임금 수준이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그에 맞춰 임금이 오르는 경우가 꽤 있어요.” 한 노동자의 말이다.

뻔뻔한 사측

노조는 “경영진이 약속을 어기고 교섭을 결렬시켰음에도 노조는 대화로 문제를 풀기 위해 조정안을 수락했습니다” 하고 말한다.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안은 노동자들 입장에서 정말 최소한의 내용만 담겨 있었다. 성과급 지급 근거 설명, 15일 안식 휴가, 남성 유급 출산 휴가 10일. 그러나 사측이 거부했다.

심지어 두 자회사(컴파트너스, 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는 본사 눈치만 보며 아무 안도 제시하지 않아 조정 불가 판정을 받았다.

“컴파트너스 처우개선, 네이버가 책임져라!” 네이버지회는 자회사 포함 통합 교섭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자회사에도 권한이 있다면서 이를 거부했다. 그러나 교섭에서 자회사는 본사 눈치만 봤다. ⓒ출처 네이버지회

사측은 조정을 거부하며 ‘협정근로자’ 조항이 있어야 한다는 핑계를 댔다. 협정근로자는 악명높은 필수공익사업장 제도처럼 쟁의행위를 할 수 없는 인원을 단체협약으로 정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필수공익사업장도 아닌 네이버가 협정근로자 조항을 넣자는 것은 억지일 뿐이다.

네이버지회는 사측의 응답이 없으면 3월 6일 다시 집회를 열겠다고 했다.

네이버 노동자들의 요구는 정당하다. 또한 이 투쟁이 성과를 거두면, 투쟁하고 있는 오라클 노동자들이나 다른 IT 노동자들에게도 힘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