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병원 파견용역직 1차 공동파업:
“정규직화, 이제 시혜를 기다리지 않고 쟁취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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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1일 국립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고 세종시 교육부 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의료연대본부·보건의료노조·민주일반연맹 소속 파견용역직 노동자들이 함께한 이 집회에는 1000명이(보건의료노조 추산) 참가했다.
서울대병원, 부산대병원, 전남대병원, 경북대병원 노동자들은 일손을 놓고 각각 50~100여 명이 집회에 참가했다. 아직 쟁의권을 확보하지 못한 국립대병원 소속 노동자들도 집회에 참가했다. 의료연대본부 소속의 대구가톨릭대병원, 울산대병원, 보건의료노조 소속 지방의료원 등 국립대병원 소속이 아닌 조합원들도 함께했다. 사회자는 연대 단위로 발전노조, 노해투, 노동자연대를 소개해 줬다.
충북대병원 정규직 노동자 수십 명이 노동조합 교육 일정을 활용해 이 집회에 함께한 것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3개 산별연맹·노조의 공동 투쟁을 훨씬 광범한 병원 노동자들이 지켜보고 응원하고 있음을 보여 줬다.
“오늘은 역사적인 날입니다. 전국의 국립대병원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공동으로 파업하는 것은 처음입니다. 자랑스럽지 않습니까.”(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그늘 하나 없는 교육부 청사 앞마당에 대열을 이루고 앉은 노동자들은 한 시간 반 가량 이어진 집회 내내 연단 발언에 집중했다.
“정규직화가 뭔지도 모르는 대통령 문재인 때문에 투쟁하고 있습니다. 국립대병원에는 아직 자회사도 없지만 정규직화도 없습니다. 이 백지상태에 직고용이라는 글자를 새깁시다.”(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문재인은 이제 문죄인입니다. 정규직화, 정부가 주는 시혜가 아니라 우리가 투쟁으로 쟁취할 것입니다.”(이양진 민주일반연맹 위원장)
비교적 고령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에서는 단호함이 느껴졌다.
“우리 경고는 경고로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이연순 서울대병원 민들레분회장)
“용역보다 못한 자회사 받을 수 없습니다. 당장 직접고용 정규직화 하십시오.”(이춘임 전북대병원 조합원)
“정부가 약속해놓고 시간만 질질 끌어서 여기 나왔습니다. 교육부는 더이상 장난치지 마십시오.”(이승업 제주대병원 지회장대행)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 발언도 이어졌다.
“교육부는 ‘모두를 포용하는 교육’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이게 포용입니까? 의사·간호사 뿐 아니라 청소노동자도 꼭 필요한 일을 합니다. 그런데 간접고용이라고 서로 협력적으로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간호사들의 이직이 사회적 문제가 되는데 이런 노동자들끼리 협력만 잘 돼도 이직률은 절반으로 떨어질 겁니다. 당장 직접고용 하십시오.”(보건의료노조 김혜란 전남대병원지부장)
“문재인 정부 말로만 사람이 먼저라고 하고, 생명 안전이 먼저라고 했습니다. 그 약속 지켜지고 있습니까? 우리 노동자들이 사람과 생명 안전을 지키려고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국립대병원을 안전한 병원으로 만드는 투쟁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의료연대본부 이정현 대구지역지부장)
이날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도 집회에 참가했다. 그는 “여러분의 투쟁이 너무나 정의롭고, 이처럼 생명을 살리는 병원부터 빨리 정규직화해야 한다”고 연대 인사를 전했다. 김 위원장은 “6월을 넘어 7월 투쟁에 함께하자”고 했는데 ‘계약 만료 전인 6월 내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파업한 노동자들은 다소 아쉬움을 느낄 법했다. 민주노총의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
집회를 마치고 행진에 나선 노동자들은 고령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활력 있게 행진을 했다. 방송 차량의 소리가 잘 들리지 않자 노동자들은 “단결”, “투쟁’ 구호를 번갈아 외치며 기운을 북돋웠다.
노동자들은 6월 2차 파업에 다시 모일 것을 약속하며 정리 집회를 마쳤다. 갈수록 기세를 더하고 있는 국립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지지와 응원을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