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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심리학자 김태형의 《그들은 왜 극단적일까》:
극단주의는 자본주의가 만들어 낸 괴물

《싸우는 심리학》, 《가짜 자존감 권하는 사회》의 저자 김태형 심리학자(이하 존칭 생략)가 올해 초 신간을 발표했다.

김태형은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이다. 그는 미국식 주류 심리학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올바른 심리학’을 정립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의 책들은 지난 몇 년 사이에 가히 열풍이라 할 만큼 쏟아져 나온 심리학 관련 책들 중 독보적인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그들은 왜 극단적일까》에서도 김태형은 미국의 주류 심리학계가 테러리즘을 막는다며 시작한 극단주의 연구의 약점과 한계를 파헤친다. 개인주의에 기반을 둔 주류 심리학은 극단주의의 원인을 ‘집단’에서 찾는다. 즉,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있으면 사고와 심리가 극단화된다는 ‘집단극단화’ 이론이 핵심이다.

《그들은 왜 극단적일까》 김태형 지음 | 을유문화사 | 2019년 | 287쪽 | 15,000원

김태형은 이런 관점이 미국 심리학의 인간관을 잘 보여 준다고 지적한다. “집단 극단화 이론에 의하면 인간이란 수동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존재 혹은 선동꾼들에 놀아나는 존재다.”

이런 이론은 지배층의 계급적 동기가 반영된 것이다.

“전형적인 1대 99의 사회인 미국에서 지배층이나 엘리트는 지배당하고 착취당하고 있는 민중이 더 이상 참지 못해 들고 일어날까 봐 두려워한다. 이로부터 그들은 민중을 자기들 마음대로 조종하고 싶어 하는 계급적 동기 혹은 정치적 목적을 갖게 된다.”

그는 역사적으로 지배자들이 배척한 여러 사상들이 실은 압제에서 벗어나려는 민중 항쟁의 사상이었음을 돌아보며, 오늘날 서구 지배자들이 가장 문제삼는 “이슬람 근본주의는 본질적으로 제국주의 나라들의 이슬람권 침략이 만들어 낸 괴물”이라고 지적한다.

주류 심리학의 극단주의 분석에 대한 김태형의 날카로운 비판은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다. 독자들의 책 읽는 재미를 고려해 자세히 소개하지는 않겠지만 주류 심리학을 자주 접한 독자들일수록 김태형의 비판에 감탄사가 흘러나올 것이다. 오늘날 한국의 청소년들이 부모와의 관계에서 겪는 심리적 혼란에 대한 분석도 볼 만하다.

배타와 적개심

김태형이 이 책을 쓰게 된 가장 직접적인 동기는 예멘 난민 문제였다. “최근에 발생한 예멘 난민 사태는 이민자에 대한 배타와 적개심을 주요 무기로 삼는 서구 사회의 극우 정치 세력과 유사한 극단주의 정치 세력이 한국에도 등장할 수 있으며, 세력을 확장할 사회적 기반이 무르익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김태형의 극단주의 분석은 마르크스주의 유물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태형은 ‘극단주의’의 기본 특징이 배타성에 있다고 지적한다. “배타성은 외부 세계를 두려워하는 방어적인 태도에 기초하고 있는 ‘폐쇄성’과 형제지간이다.”

이 점에서 지배자들은 타고난 극단주의자들이다. “한국은 극단주의와는 거리가 먼 나라로 치부되어 왔지만, 엄밀하게 따지자면 … 우리나라를 70여 년 넘게 지배해 왔던 극우 세력은 극단주의의 주요한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는 전형적인 극단주의 집단이다.”

그러면 평범한 사람들은 왜 극단주의로 이끌릴까? 저자는 그것이 근본에서 ‘안전에 대한 위협’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이를 ‘실재적인 위협’과 ‘정신적인 위협’으로 나누어 살펴본다.

“오늘날 극단주의의 주요 원인인 안전에 대한 위협을 심각하게 증폭시키고 있는 사회적 조건은 자본주의, 특히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다. … 오늘날의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일반인들은 최소한의 안전과 관련된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당하고 있다.”

중동 민중이 미국의 무차별 폭격 등으로 육체적 생명을 위협당하는 것, 경제적 곤란 혹은 가난으로 사회적 생존을 위협받는 것, 이런 실재적인 위협으로 인한 정신적인 위협(무시당하는 고통, 존중받지 못하는 고통) 등이 극단주의로 이끌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극단주의가 “일정 정도의 안전감을 보장해” 주는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직 한국에서 극단주의가 활개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한국에서 극단주의가 서구 사회처럼 빠른 속도로 대중화되지 못했던 것은 2017년의 촛불 항쟁이 보여 주듯이, 한국인들이 분노를 건강한 방식으로 표출할 수 있는 통로를 주기적으로 개척해 왔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지적했듯, 자신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 병적인 사회라고 인식할 경우 사람들은 극단주의가 아닌 건강한 해결책을 추구할 수 있으므로 극단주의 경향은 약화된다.”

“한국 전쟁 이후의 시기만 놓고 보더라도, 한국인들은 더 이상 참지 못하는 임계점에 도달하면 거리로 나가 반민중적인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렸던 빛나는 민중 항쟁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

“민중이 기층 단위의 주인이 됨으로써 일상적인 삶을 민중 스스로 통제할 수 있게 [되면] 학대 현상을 근절시키는 효과와 더불어 무력감 등도 크게 줄어들게 된다.”

극단주의에 대한 저자의 분석은 극단주의에 맞서는 대안이 무엇인지도 보여 준다는 점에서 매우 탁월하다.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분노를 표출하는 건강한 방식 민중 항쟁은 극단주의 경향을 약화시킨다 ⓒ이미진

* 김태형 심리학자는 8월 22~25일에 열리는 맑시즘2019에서 관련 주제로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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