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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홍콩 송환법 반대 운동:
200만 명이 법안 폐기와 행정장관 사퇴를 요구하며 시위하다

6월 16일 홍콩 200만 시위 투쟁의 기세가 강해서 홍콩 정부가 한발 물러서야 했다 ⓒ이윤선

‘범죄인 인도 법’(송환법) 개정안 반대 운동이 홍콩에서 계속되고 있다.

6월 15일 홍콩 행정장관 캐리 람은 송환법 개정 추진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홍콩 시민의 분노와 100만 명이 참가한 대중 투쟁 때문에 잠시 물러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캐리 람은 법안의 철회는 없을 것이라며 송환법 개정의 정당성도 강조했다. 시위대를 향한 홍콩 경찰의 무자비한 폭력도 옹호했다.

홍콩의 진보 세력은 법안 추진 중단이 홍콩 정부의 시간 벌기용 책략이라고 본다. 중국의 홍콩 당국은 투쟁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가 법안을 다시 추진하려 할 것이다.

캐리 람의 기자회견은 시위대의 분노를 더 자극했다. 그다음 날인 6월 16일 무려 200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법 개정의 일시 중단이 아니라 완전한 폐기를 요구했다. 200만 명은 홍콩 인구 전체의 거의 30퍼센트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제 시위대는 송환법 개정을 추진해 온 캐리 람의 사퇴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가 권좌를 지키는 한 송환법 개정 문제가 끝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캐리 람과 홍콩 당국은 여전히 반격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송환법 반대 시위를 “폭동”이라고 보는 시각도 여전하다.

시위 지도부 구실을 해 온 공동전선인 민간인권연합은 주요 요구들이 성취될 때까지 투쟁을 지속하겠다고 공언했다.

우산 운동

1997년 중국 반환 후, 시간이 갈수록 영국 식민지 시절과 별반 달라지지 않는 현실에 홍콩 시민들의 불만과 분노가 커져 왔다. 베이징과 결탁한 소수 지배자들이 홍콩의 경제와 정치를 주름잡았지만, 신자유주의 때문에 경제적 양극화는 20여 년 동안 계속 심해졌다.

2014년 우산 운동은 홍콩 시민들의 불만이 행동으로 표출된 계기였다. 그러나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한 우산 운동은 패배했다. 그 후 중국 정부는 홍콩 진보 운동에 대한 정치적 탄압과 감시를 강화했다. 행정장관 캐리 람이 송환법 개정 카드를 꺼낸 것은 이런 맥락에서였다.

송환법이 개정되면, 당장 위험에 처할 사람들이 있다. 홍콩에서 중국공산당을 비판한 사람, 매년 6월 톈안먼 항쟁 기념 집회를 조직한 사람, 중국의 반정부 인사를 도와 준 사람, 중국 노동운동가를 지원한 사람 등등. 이들은 모두 “국가 안보를 위험케 한” 사람으로 간주돼 중국으로 소환될 수 있다.

중국에서는 낼 수 없는 서적이 홍콩에서 출판돼 중국으로 들어가는 등 홍콩은 중국에 각종 저항 소식을 전파하고 연대를 조직하는 중심지이다.

따라서 송환법 개정 시도는 홍콩의 정치적 민주주의를 향한 공격인 동시에, 중국 내 노동운동을 비롯한 저항을 겨냥한 조처였다.

톈안먼

이번 송환법 반대 투쟁은 홍콩 시민들의 누적된 불만이 폭발한 계기였다. 6월 9일 100만 명 이상이 시위에 참가한 데 이어, 12일에는 시위대 4만여 명이 입법회(의회) 건물과 정부 청사를 에워싸고 법안 심의를 저지했다.

물론 홍콩 경찰은 무자비한 폭력으로 대응했다. 고무탄, 최루액, 물대포 등을 동원한 공격으로 부상자가 속출했다.

그러나 투쟁의 기세는 전혀 꺾이지 않고 오히려 더 거세질 조짐이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6월 16일 시위에 참가할 것이 분명해 보였다.(실제로 그렇게 됐다.) 특히, 노동자 파업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져 갔다. 수많은 노조원들이 파업을 하자고 소속 노조에 요구하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홍콩노총(HKCTU)은 6월 12일에 이어 17일에도 파업을 하기로 했다.

결국 거대한 대중 투쟁 때문에 송환법 개정을 지지하는 홍콩 지배계급 내에서 동요가 일어났다. 친중 성향의 입법회 의원들이 송환법 처리 연기를 행정장관에게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중국 지배자들도 홍콩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이것이 중국 내 노동자 투쟁에 미칠 영향을 염려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라도 캐리 람은 법안을 7월까지 일사천리로 통과시킨다는 계획을 포기해야 했다.

송환법 개정 추진 중단은 거대한 대중 투쟁이 거둔 명백한 성과다. 물론 일시적인 성과인 듯하다. 법안을 완전히 철회시킬 때까지 투쟁은 계속돼야 한다.

특히, 정치적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은 노동계급의 단체행동과 결합돼야 한다. 2013년 40일간의 항만 노동자 파업 등에서 홍콩 노동자 투쟁은 가능성을 보여 왔다.

그리고 중국 본토 노동계급과의 연대가 홍콩의 투쟁에 결정적일 수 있다. 바로 중국 노동계급에 중국 지배자들과 그 체제를 위협할 잠재력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 노동계급이라는 거인이 정치적이 될 때에야 중국과 홍콩의 민주주의 문제도 해결될 길이 열릴 것이다.


홍콩 시위는 “서방과 결탁한 음모”인가?

중국 정부는 홍콩 송환법 반대 투쟁이 “서방과 결탁한 음모”라고 중상·모략했다. 중국에 서구식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이식하려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홍콩의 운동 지도자들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지배자들은 이런 주장으로 송환법 반대 투쟁의 정당성에 흠집을 내고 중국 노동자 운동과 홍콩 투쟁의 사이를 이간질하고 싶어 한다.

물론 홍콩의 온건한 범민주파 정당들의 일부가 미국민주주의기금(NED)의 지원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정당들은 송환법 반대 투쟁을 이끌지 못했다. 범민주파 정당들은 너무 온건해서 거리의 시위대에게 신뢰받지 못한다.

주요 집회와 행진을 이끈 것은 민간인권연합이다. 이 연합체에 가입돼 있는 단체 50여 곳은 대부분 NGO와 노조다.

무엇보다, 운동의 기층 참가자 압도 다수는 트럼프나 폼페이오 따위의 말에 전혀 공감하지 않는다. 오히려 2년여 앞서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데 성공한 한국의 박근혜 퇴진 운동에 더 관심이 있다고 공언한다.

대다수 좌파들이 홍콩 송환법 반대 투쟁에 침묵하고 있다. 지지하기를 사실상 회피한 것이다. 아마도 송환법 반대 투쟁이 서구식 자유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운동이라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운동을 판단할 때 그 온건파 지도자들의 이데올로기를 주요 잣대로 삼는다면, 한국의 1987년 6월항쟁이나 2017년 박근혜 퇴진 운동도 자본주의적 민주주의의 한계를 못 벗어났으니 좌파가 지지할 필요가 없는 운동으로 취급될 것이다. 한국의 좌파는 이런 황당한 종파주의는 삼갔지만, 2004년 노무현 탄핵을 반대하는 운동이나 2008년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 반대 운동에도 성심껏 참가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트럼프를 비롯한 서방 지배자들은 위선적이게도 홍콩 시위를 이용해 중국을 비난한다. 갈수록 첨예해지는 제국주의 경쟁 속에서, 서방의 간섭은 홍콩 대중 운동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왜곡시키려 애쓰는 시도임이 명백하다.

서방 제국주의의 영향력에 맞서 홍콩과 중국 바깥의 좌파는 홍콩의 투쟁과 민주주의에 위선적인 태도를 보이는 제국주의·친제국주의 언론에 반대해 진정한 사회주의와 민주주의의 대의를 옹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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