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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송환법 처리 연기:
대중 투쟁의 성과, 그러나 지배자들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홍콩 대중의 격렬한 항의와 반대 여론에 부딪힌 ‘범죄인 인도 법 개정안’(송환법) 추진이 일시 중단됐다. 6월 15일 오후 홍콩 행정장관 캐리 람은 기자회견에서 송환법 추진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일사천리로 진행하려던 법안 처리를 잠시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것은 홍콩 대중의 거대한 투쟁이 낸 성과다. 6월 9일 인구 700만의 홍콩에서 100만 명 이상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송환법에 반대했다. 12일에는 시위대 4만여 명이 입법회(의회) 건물과 정부 청사를 에워싸고 법안 2차 심의를 저지하려 했다. 시위대가 주요 도로를 점거하는 바람에 입법회는 그날 법안을 심의하지 못했다.

송환법 추진이 일시 중단됐지만, 완전 철회를 요구하며 2백만 명이 모인 홍콩 ⓒ이윤선

홍콩 당국은 무자비한 경찰 폭력으로 투쟁의 기세를 꺾으려 했다. 고무탄과 최루액 등으로 무장한 경찰이 시위대를 공격했다. 80명 가까이 부상당했고, 그중 2명은 상태가 심각하다.

중국 당국과 홍콩 당국은 이 시위를 “서방과 결탁한 음모”, “조직적인 폭동”으로 비방했다. 중국 당국은 이 시위에 밀리면 중국 본토에 미칠 정치적 파장이 클 것임을 우려했을 것이다.

그러나 반동적인 폭력에도 불구하고 송환법 반대 운동은 더 높은 기세로 나아갈 조짐을 보였다. 6월 16일에 다시 거대한 시위가 예고됐다. 파업을 호소하는 청년 활동가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홍콩 당국이 법안 심의를 강행하면 12일보다 더 큰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시위에 나선 청년들을 “폭도”나 “제멋대로 구는 어린아이”라고 비난했던 행정장관 캐리 람은 결국 고개를 숙이며 법안 처리를 연기하고 각계와 대화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법안 처리를 “중단”한 것이지 법안을 철회한 것은 아니라고 못 박았다. 일단 한 발 물러선 채 시간을 벌면서 기회를 엿보려는 것이다.

톈안먼

중국의 지지 하에 홍콩 당국이 추진한 송환법은 홍콩의 정치적·시민적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법안이다. 이 법안은 중국 정부와 체제를 비판하는 정치적 반대자를 중국으로 송환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 이 법안이 통과하면 심지어 비행기를 환승하러 잠시 홍콩을 들른 외국인도 잡아서 중국에 인도할 수 있다.

이는 매년 톈안먼 항쟁 기념 집회를 조직하는 홍콩 사람들에게 위협이 될 것이다. 그리고 홍콩의 많은 진보 단체들은 중국 본토의 운동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홍콩 NGO 중에는 중국 민주화 활동가나 노동운동 활동가들을 지원하는 곳이 많다.

예컨대 홍콩의 중국노동회보(CLB)는 유명한 중국 노동운동지원단체로, 중국에서 벌어지는 노동자 투쟁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한다. 이 단체 설립자인 한동팡은 1989년 중국 톈안먼 항쟁 당시 철도 노동자였고 베이징에서 독립 노조 결성 운동을 주도했다. 중국 정부에 의해 추방된 뒤 그는 홍콩에서 활동해 왔다.

송환법은 바로 이런 단체와 활동가들에게 큰 위협이 될 것이다.

1997년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홍콩에서 정치적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려는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다. 이번에도 지배자들은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운동의 기세가 가라앉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공세에 나설 수 있다.

홍콩의 많은 진보 세력들도 이를 인식하고 있다. 캐리 람이 법안 추진 중단을 선언한 후에도, 송환법 반대 시위를 주도한 연합체인 민간인권연합은 6월 16일 시위를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선언했다. 법안을 완전히 철회시킬 때까지 투쟁이 계속돼야 한다.

정치적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이 전진하는 데서 노동계급의 단체행동과 집단적 동참은 매우 중요한 동력이 될 수 있다. 그리고 홍콩에서 그럴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 교원노조와 사회복지사노조 등 일부 노조가 활동가들의 파업 호소에 호응했다.

이런 가능성을 효과적으로 확대하고 실현할 전략과 정치 조직이 중요하다. 특히, (중국의 가짜 사회주의가 아닌) 진정한 사회주의 정치와 조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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