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금자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위원장 인터뷰: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힌 심정입니다. 비정규직 대물림 끝내고 싶습니다”
〈노동자 연대〉 구독
7월 3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공동 파업을 벌인다.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은 노동자들의 기대를 전혀 충족시키지 못했다.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정규직화, 비정규직 차별 폐지를 위한 정부 재정 투입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파업의 선두에 선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7월 3일 역대 최대 규모로 서울로 모일 예정이다. 노동자들은 차별 해소는커녕 완강하게 임금 인상 요구를 외면하는 정부와 교육청에 맞서 3일간 파업을 벌인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박금자 위원장을 만나 얘기를 나눴다.
역대 가장 많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갑니다.
2만여 명 정도가 서울로 상경합니다.
3일간 하는 파업은 처음인데, 급식 노동자들은 방중에 급여가 나오지 않아 파업이 생계에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에요. 파업 3일과 방학 기간을 포함하면 열흘치 임금이 줄어드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저도 놀랄 정도로 조직이 많이 됐어요.
아이들에게 비정규직 안 물려주겠다는 심정으로 합니다. 이건 단지 합리화가 아니에요. 제가 비정규직 노동자로 오래 일했어요. 근무 경력이 25년이에요. 노동조합에 20년 이상 근무하거나 퇴직이 얼마 안 남은 분들이 많아요. 이분들은 자기 자식 중에 혹시 학교로 비정규직이 대물림 돼 들어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까 두려운 거예요. 이게 정말 큽니다. 학교에서 차별을 끊어 내고 학교에서부터 없애는 것, 이것이 가장 큰 목표예요.
지금 고등학교 교과서를 보면, 거기에 우리 노조가 소개되면서 2012년 파업 장면이 4쪽에 걸쳐 실려 있어요. 참 좋았습니다. 파업, 노조, 파업의 정당성에 관해 교육하는 거 보니 다행이다 싶고 우리가 대단한 일을 했다 싶지만, 아직 갈 길은 멉니다.
간부들이 중심이 돼서 100인 삭발을 했어요. 집에 말도 못 하고 온 사람들도 꽤 있어요. 저는 4번째 삭발인데 그날이 다가오면 마음이 안 좋아요. 이번에도 간부들이 지방에서 올라오면서 ‘기차가 멈췄으면 한다’는 말을 하는데 정말 마음이 아팠어요. 그만큼 절박함이 있어요.
공공기관에서 대표적인 우리가 나서는 게 필요하다고 봐요. 우리 학교비정규직 16만 명의 문제만은 아니에요. 우리가 비정규직의 문제를 대변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 줬으면 합니다.
며칠 만에 학부모 2500명이 지지 서명을 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주셨는데 큰 힘이 됐습니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무엇인가요?
차별이 가장 힘든 고통이고 불만이죠. 노조 하기 전에는 한마디도 못 했어요. 무기계약직이 됐어도 입학생 수가 줄면 바로 해고됐어요. 그래서 매년 3월, 아이들이 줄어든다고 하면 급식실은 ‘한 명 해고다’ 하는 분위기가 돌아요. 그래서 눈치 보고 한마디도 못 하는 거죠. 이런 게 가장 힘들었어요.
지금은 노동조합이 있어서 해고는 막고 있어요. 해고를 안 당해도 여전히 차별이 있죠. 학교에 층층이 서열이 있고 우리가 가장 낮은 지위에 있는 게 현실이에요.
우리는 9급 공무원 80퍼센트 정도는 맞춰야 한다고 요구해요. 이건 대통령이 말한 ‘공정임금제’예요. 한 번에 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해 달라는 거죠. 우리는 95퍼센트가 여성이고 대부분 가정 주부들이에요. 급여가 늘면 생계가 나아지는 거죠.
정부는 무기계약직이 정규직이라 말하는데, 급여는 비정규직 최하위 수준에 있어요. 무기계약은 매년 계약서만 안 쓸 뿐이에요. 동일노동을 하는 공무원들의 80퍼센트 수준은 돼야 정규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데, 노동조합 하기 전에는 50퍼센트 정도였어요. 지금은 60~70퍼센트 사이예요.
그런데 저처럼 근무 오래할수록 격차가 커져요. 저는 60퍼센트 수준밖에 안 돼요. 이건 너무 불합리하고 자존감 떨어지는 일이에요.
우리는 학교에서 이름도 없어요. 교육공무직이라는 조례로만 각 시도별로 돼 있어요. 그래서 초중등교육법을 바꿔서 교육공무직을 넣어 이름이라도 지어달라는 겁니다. 그 여섯 자 넣는 게 그렇게 힘이 드는지 20년 넘게 살아와도 유령입니다.
정부가 임기 동안 ‘비정규직 제로화’하겠다고 했는데,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은 엄청난 차이가 있어요. 우리 입장에서는 눈속임이죠. 오죽하면 100여 명이 삭발을 했겠어요. [여성 노동자들이] 삭발하고 학교에서 일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에요. 아이들을 만나는 돌봄 교사들 같은 경우는 더 어렵죠. 그래도 당당하게 아이들에게 왜 우리가 머리를 깎았는지 얘기합니다. 학생들이 파업을 지지한다고 게시판에 써 주는데 이런 게 큰 힘이 됩니다.
최저임금 개악으로 기본급이 최저임금에도 미달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었는데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1만 원 공약 보고, 믿고 정말 환호했어요. 적어도 임기 안에는 1만 원이 되겠구나 했죠.
[지금은]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힌 심정이에요. 벌써 임기 3년째인데 최저임금에 대해서는 완전히 후퇴하는 안을 내놓으니 언제 [1만 원으로] 오를지 모르죠. 너무 화가 나요.
최저임금 산입범위도 [개악을 하니까] 최저임금이 오르지만 교통비, 식비를 산입하면 오히려 임금이 줄어요. 매달 6만 7000원이 줄어요. 눈 가리고 아웅하기죠. 임금을 올린 것처럼 해 놓고 뒤로는 돈을 빼앗는 거잖아요. 물가상승률 생각하면 임금은 더 하락한 거죠.
조합원들은 임금이 올랐다는데 왜 달라진 게 없느냐고 해요. 설명해 주면 우리 속인 거냐고 묻죠.
문재인 정부에 대해 믿음이 깨지면서 맥 빠지더라고요. 우리 노조만이 아니라 세상을 생각하면 정부가 이렇게 하면 정말 안 돼요.
교육감들은 학교비정규직 차별 해소 약속을 하고도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교육감 11명이 협약서까지 썼는데 한 명도 안 지켜요. 교육공무직화[비정규직 정규직화], 공정임금 80퍼센트 약속 다 했어요.
그런데 지키지도 않고 담합해서 요구를 외면하고 있어요. 교육부가 집단교섭을 제안했고 노조도 산별교섭을 지향하는 차원에서 한 건데, 우리를 길들이려 하고 담합을 하고 있는 겁니다. 이번 교섭에서는 2달 반 동안 절차 협의만 하는데 정말 화가 났어요.
실무 교섭을 처음으로 했는데, 기본급 1.8퍼센트 인상안을 가져왔어요. 공무원 올리는 만큼만 올리겠다는 거죠. 이럴 때만 공무원이라는 거예요. 전에도 공무원 임금 동결할 때 우리도 동결됐어요. 진짜 어이가 없어요. 청와대에서 교육청 과장을 다 불러 모았다고 하더니 결국 가져온 안이 이거였어요.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에도 직무급제 도입하려 하는데요.
지금 우리가 직무급제와 같아요. 유형별로 나눠서 1유형, 2유형 등 4단계로 나뉘어지죠. 이미 임금이 그렇게 정해지고 있어요. 그런데 이걸 더 나누려고 하는 건지, 임금을 더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지.
현장에서는 이미 [다른 기관에] 적용된 거 보면서 이건 아니지 않느냐 하는 반응이에요. 평가를 기초로 해서 등급 나누는 거니까 기분 나쁘죠.
[교육부] 용역 내용 보니까 평가, 승진으로 [임금] 정하고, 숙련이 필요 없는 일이니 해마다 임금 올릴 필요 없다고 해요. 급여가 매년 오르는 게 아니라 평가를 통해 2년이나 3년 만에 오르도록 돼 있어요. 이런 독소 조항이 있으면 안 됩니다.
교육부는 이 내용을 계속 만지작거리는 상황인데 우리 정서에는 맞지 않아요. 우리는 오히려 교육공무직제 목표를 갖고 가고 있는데 정부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정부 방향이라 그런 것 같아요. 교육부는 기재부 핑계만 대는데 교육부는 정부 아닌가요? 기재부 핑계만 되면 안 됩니다.
정부는 이번 파업을 앞두고 민주노총 탄압을 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 위원장이 파업위원회 위원장 맡아서 진행해 왔는데 우리 파업 앞두고 수장을 구속한 거 보고, 우리 파업을 방해하고 겁주려고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교비정규직이 공공기관 대표 기관인데 정부는 임기 안에는 어렵다고 장기 플랜으로 5년 이상으로 생각하고 가야 한다고 하는데, 이건 안 하겠다는 거잖아요.
처음에는 충격이었고 우리를 왜 이렇게 대우하나 싶어 화가 치밀었어요. 그래서 분위기는 더 살았습니다.
우리가 노동조합 하면서 의식 변화를 통해 세상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봐요. 50대 여성들 의식 변화가 쉽지 않습니다. 여성 노동자들이 변화를 계속 이끌면서 이 세상의 주역으로 자리 잡고 큰 구실을 하고 있는데, 오히려 우리를 거추장스러운 세력으로 보는 것 같아요.
[정부는] 우리가 꺾일 거라고 오판하지 말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시다면
이번 총파업에 언론이나 학부모, 학교 현장 아이들이 호응해 주고 있습니다. 당사자들은 물론이고요. 우리를 지지하고 격려해 주면 좋겠습니다.
3일 파업 동안 학교에 아이들만 남겨 두고 나와 눈에 밟히지만, 파업 후에 돌아가 정성을 담아 아이들을 보살피겠다는 진심을 전하고 싶습니다.
학교에서는 비정규직 차별만큼은 정말 없게끔 만들 수 있게 파업 승리하고 간다고 약속하고 싶어요.
정부는 [우리가] 약속을 꼭 지킬 수 있게끔 적극 나서길 바랍니다.
어쩌다 비정규직이 됐고, 직장에 비정규직으로 발을 디디고 나니까 평생을 비정규직으로 살아가야 하는 세상인 게 가슴이 아프고 세상이 왜 이럴까 생각해요. 비정규직도 국민이니까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고 그 투쟁의 길에 밑거름이 되는 임무가 주어졌다면 최선을 다해 그 일을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