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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계 긴장②:
불매운동을 어떻게 봐야 할까?

이 기사를 읽기 전에 “한일 관계 긴장①: 진정한 쟁점은 일본 제국주의이고 문재인은 진정한 반대자가 아니다”를 읽으시오.

일본의 경제 보복이 시작되자, 일본 여행을 가지 말고 일본 상품을 구입하지 말자는 불매 운동이 광범하게, 강력하게 제안됐다. 일본에 대항해 우리도 보호무역 조처를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불매운동은 정당한 반감에서 제기됐지만 대부분의 불매 운동과 마찬가지로 그 효과가 제한적이다. 효과성이 적다는 것이 바로 지지하지 않는 것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자본주의는 노동계급의 소비에 주로 기대어 돌아가는 체제가 아니다. 한·일 경제 관계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한국이 일본에서 수입하는 소비재는 전체 수입품의 14퍼센트에 불과하다. 한국은 일본에서 주로 자본재·중간재를 수입한다.

반면에 일반적으로 “나쁜” 기업들이 대중에게 필요한 소비재 시장을 지배한다. 무노조 삼성이 싫다고 삼성 휴대폰을 거부하면, 노동자 자살로 유명한 폭스콘에서 만든 애플 휴대폰을 골라야 한다. 따라서 소비자 보이콧(불매) 같은 개인적 실천으로 이런 기업들에 타격을 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물론 우리를 포함해 좌파가 대중의 정서에 공감해 불매운동을 지지하는 경우가 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 천대에 반대하는 BDS 운동(이스라엘에 대한 보이콧(B)·투자회수(D)·제재(S)를 요구하는 운동)이 그런 사례의 하나다. BDS 운동이 표방한 불매 행위는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자국 지배자들과 기업에 반대하는 맥락 속에서 제안됐다.

진보파는 불매운동보다는 일본 제국주의에 항의하는 운동을 건설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출처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일본 강점의 경험과 그 반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일본산 불매운동을 지지한다. 그러나 이 운동은 부르주아 민족주의의 한계를 안고 있다. 불매운동은 일본의 경제 ‘침탈’에 맞서 ‘우리’ 경제를 보호하고 민족적 단결을 지향하자는 생각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은 일본에 의해 억압당하는 나라나 국민이 아니고, 한국 경제는 세계 10위권 수준에 이르러 있다. 더구나 한국 지배계급은 세계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일본 같은 서방 제국주의 국가와 여러 면에서 얽히고설켜 있다.

그래서 계급에 따라 제국주의 문제에서도 이해관계가 다를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했듯이, 문재인 정부를 비롯한 한국 지배계급은 일본 제국주의에 일관되게 맞설 이해관계를 갖고 있지 않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와 대기업들은 일본산 불매와 국산 애용 정서에 편승해 평소 자신들이 하고자 한 일을 추진하고 있다. 부품·소재 산업 국산화를 촉진하겠다며, [화학물질] 규제 완화를 추진한다고 했다. 이 틈에 환경·노동 등의 규제를 풀려는 것이다.

일본산을 거부하고 국산을 애용하자는 주장은 모순을 피할 수 없다. 예컨대 일본산 펜을 사지 말자는 여론 덕에 한국 기업인 모나미의 주가가 올랐다. 그런데 모나미는 최순실의 딸 정유라를 위해 독일 승마장을 구입했다고 비난받았던 기업이다. 일본차를 사지 않으려면 하청 노동자 불법 파견으로 사장이 기소된 기아차의 자동차를 사야 한다.

불매운동은 일본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효과적이거나 진보적인 방식이 아니다. 진보파는 불매운동보다는 일본 제국주의에 항의하는 운동을 건설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이 기사를 읽은 후에 “한일 관계 긴장③: 한·일 간 기존 합의를 부정하면 안 된다?”를 읽으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