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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계 긴장③:
한·일 간 기존 합의를 부정하면 안 된다?

이 기사를 읽기 전에 “한일 관계 긴장②: 불매운동을 어떻게 봐야 할까?”를 읽으시오.

한·일 갈등이 악화하자, 진보파의 일각에서는 반일 민족주의를 경계한답시고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이나 2015년 ‘위안부’ 합의 같은 한·일 간 기존 합의를 부정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기존 합의를 인정하는 전제 하에 일본과 협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사실 문제적이다. 우선,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이 실종돼 있다. 한국과 일본이 맺은 주요 외교 합의들은 모두 미국·일본 제국주의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것들이었다. 전통적인 한국 권력자들은 제국주의 강대국들에 아첨하면서 이 합의들을 맺었다.

이런 합의들은 모두 일본 제국주의의 과거 범죄 책임을 덮어 주는 데 기여했고, 오늘날 미국·일본의 제국주의를 뒷받침해 줬다. 그런데 왜 우리가 이런 합의들을 존중해야 하는가?

미국·일본의 제국주의를 뒷받침해 줄 뿐인 ‘위안부’ 합의를 반대해야 마땅하다 ⓒ이미진

그리고 일제 ‘과거사’ 문제에 민족주의적 공분이 형성되는 진정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한국인들은 일본 식민 지배를 겪었고, 해방 이후에도 부패하고 독재적인 친일파들이 수십 년 동안 국가 권력 요직을 차지해 왔다. 한국의 역대 정부들은 여론의 눈치를 보다가도 결정적인 때 일본의 손을 잡았다.

따라서 일제의 식민 지배 ‘과거사’를 향한 대중의 정당한 분노가 때때로 정부에 대한 반감의 또 다른 단초가 될 수 있다.(박근혜 퇴진 운동 속에서도 위안부 합의 폐기는 큰 지지를 받았다.) 민주당 내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이 민족주의적 미사여구를 동원해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점만을 볼 것이 아니라, 역사적 경험을 통해 대중의 기억 속에 새겨진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반감이 상호 교차하는 상황의 모순을 동시에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민족주의를 넘어 민중적 반제국주의 투쟁의 씨앗이 형성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