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정상회담 난맥상:
‘포퓰리즘 대 중도’가 아니라 이해관계를 둘러싼 아귀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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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국들의 연례행사인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은 세계 지도자들이 단합된 모습을 보이는 자리여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때문에 강대국들 사이의 경쟁 관계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대다수 언론은 그 구도를 ‘우파 포퓰리스트 한 명 대(對) 유럽연합의 분별력 있는 “중도” 정치인들’로 본다. 이는 자유주의자들과 일부 좌파의 구미에 맞는 분석이다.
겉으로 보기에, G7 내 커다란 이견은 아마존 열대우림 화재, 이란 핵협정, 미중 무역전쟁을 둘러싼 것인 듯하다.
기후변화 부인론자임이 잘 알려진 트럼프는 아마존 화재에 관심이 없다. 무엇보다 트럼프의 동맹인 브라질의 극우파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가 대기업들이 열대우림 파괴를 더 할 수 있도록 허락했으니 말이다.
프랑스의 중도파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은 트럼프와 보우소나루 둘 다에 어깃장을 놓았다. 마크롱은 보우소나루가 [아마존 대화재 진화에] 더 적극 나서지 않으면 유럽연합-남미공동시장 자유무역협정을 파기하겠다고 을러댔다. [올해 6월 체결된] 이 협정은 유럽연합·브라질·우루과이·아르헨티나·파라과이 사이의 관세를 철폐하는 협정이었다.
그러나 이 쟁점에서 자유주의자들이 트럼프·보우소나루와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은 7월에는 아마존 삼림 파괴를 두고 지당하신 말씀을 기꺼이 늘어놓았다. 메르켈은 보우소나루가 열대우림 파괴에 반대하지 않으면 열대우림 보존 기금에 대한 독일의 지원을 철회하겠다고 협박했다.
그러나 마크롱이 판돈을 키우자, 메르켈이 마크롱을 찍어눌렀다. 결국에는 [메르켈에게는] 열대우림 보존보다 독일 자본의 이해관계가 더 우선인 것이다.
독일 대기업들은 첨단 제조업 상품 수출에 의존하는데, 브라질은 독일에게 점차 그 중요성이 커지는 무역 상대국이다. 2018년 독일의 대(對) 브라질 수출액은 약 90억 파운드[한화로 약 13조 원] 규모였다. 이는 전해보다 약 10퍼센트 증가한 것이다.
프랑스는 이 판에서는 경제적으로 걸린 것이 훨씬 적다.
메르켈의 엄포를 보건대, 마크롱 등 유럽연합 지배자들은 말한 대로 실천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경쟁
이러저러한 사건들을 보면, 유럽연합이 서로 협력하는 평등한 국가들의 모임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럽연합은 자본가들의 지역적 블록이고, 그 핵심은 독일의 경제력이다. 독일의 경제력 덕에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세계 무대에서 더 커다란 경쟁자들과 경쟁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 때문에 독일 자본의 이해관계가 매우 중요해져서 유럽연합의 정치적 우선순위를 상당 부분 결정짓는다.
G7 정상회담에서 의견 불일치가 드러난 둘째 쟁점은 미중 무역전쟁이었다. 이는 중도파의 위선을 더한층 보여 준다.
메르켈은 미국과 중국이 서로서로 관세 폭탄을 날리는 것에 불평을 한가득 늘어놓았다. 그러나 유럽연합 자체도 거대한 보호무역적 기구다.
유럽연합과 미국의 의견 차이는 원칙적 차이가 아니다. 결국에는 이윤 문제로 귀결된다.
중국의 성장률이 공식적으로는 6퍼센트지만, 현실은 훨씬 우울하다. 올해 7월 중국의 공업 생산성은 1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이 중국산 철강 등 제조업 상품들에 관세를 매기면서 상황은 더한층 악화하고 있다. 중국 통화인 위안화의 가치는 8월에 4퍼센트 하락해 11년래 최저치를 기록했고, 수입 상품 가격이 올랐다.
이는 중국 기업에 고급 기계류를 대량 판매하는 독일에 특별한 어려움을 안겨 준다.
중국 자본주의가 직면한 문제는 세계적 경기 침체를 촉발할 위험이 있다. 여러 지표들을 보면, 그런 침체는 2007~2008년 경제 위기보다 더 심각하고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
트럼프는 2007~2008년 경제 위기가 일으킨 정치적 여파의 산물이지만, 중도파야말로 매우 추악한 우파 세력들에게 문을 열어 준 자들이다.
메르켈과 마크롱은 트럼프에 맞선 수호자로 비쳐진다. 그러나 그들 역시 긴축을 밀어붙이고 이주민·무슬림에 대한 인종차별을 퍼뜨리는 데 열심이다. 그리고 그들이 운영하는 이 체제야말로 아마존 삼림을 대규모로 파괴하는 등 지구를 불태우는 체제다.
트럼프 같은 우익 깡패들은 자본주의 위기의 위험한 산물인데도 위기에 대한 대안을 자처한다.
그러나 자유주의자들은 G7 정상회담을 보며 정상 상태로의 회귀를 갈망한다. 그러나 이는 가능한 일도 바람직한 일도 아니다. 노동계급을 실망시키며 무너져 내리고 있는 현 질서를 옹호해서는 우파를 물리칠 수 없다.
사람과 지구를 우선에 두는 사회주의적 대안을 위해 투쟁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가능성 있는 방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