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외국인보호소 확진자 20명 돌파:
그런데도 정부는 통제에 급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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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2월 4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그 수가 급증하고 있다.
2월 11일 법무부는 구금된 이주민 15명과 보호소 직원 5명이 확진됐다고 밝혔다. 2월 4일 이주민 1명과 직원 2명이 확진된 이후 크게 늘어난 것이다.
실제로는 더 많을 수 있다. 화성외국인보호소 방문 시민모임 ‘마중’의 활동가들이 지난 9일까지 파악한 확진자만 22명이었다. 법무부가 밝힌 화성보호소 수용자가 약 150명이니, 그중 10~15퍼센트가 확진된 것이다.
법무부는 확진된 이주민을 생활치료센터로 이송해 치료하고 있는데, 11일 이후 이송된 이주민도 있어 추가 확진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밀접 접촉자로 분류된 이들 중 추가 확진자가 나올 수도 있다. 이들은 현재 서울남부출입국·외국인사무소 등으로 이송·격리돼 있다.
구금된 이주민들은 매우 불안해 하고 있다. 마중 활동가들에 따르면 구금된 이주민들과 전화 통화를 할 때마다 수화기 너머로 철창을 두드리고 고함을 지르며 내보내 달라는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게다가 보호소 측은 밀접 접촉자로 분류된 이주민에게 확진 여부와 이송·격리 이유 등을 제대로 설명도 해 주지 않고 있다고 한다.
열악한 보호소 환경과 방역 완화의 결과
확진자 급증은 이미 예상된 일이었다.
외국인보호소는 미등록 이주민 등 강제 추방을 앞둔 이주민을 출국시키기 전까지 구금하는 곳이다. 특히 난민들이 장기 구금되곤 한다. 구치소·교도소와 기본 구조가 본질적으로 같다.
밀폐된 곳에서 단체 생활이 이루어져 일단 전파되면 쉽게 집단감염으로 번질 수 있다. 구금된 이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한 방에서 생활하는 인원도 10~15명에 이른다.
게다가 보호소 내 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2019년에는 1년간 구금 중이던 이주민이 사망하기도 했다. 간질환 의심 증상이 점차 악화되는데도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또한 휴대폰 사용이 매우 제한돼 있어(‘새우꺾기’ 고문 사건이 폭로되기 전에는 아예 금지돼 있었다) 공중전화 1대를 여러 사람이 사용해야 하는 것도 코로나에 취약할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 신체적·정신적 건강이 악화되고 감염에 취약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확진되면 더 크게 앓을 가능성도 있다.
화성보호소에는 HIV(인간 면역 결핍 바이러스)에 감염된 난민도 1명이 있다. 코로나19 감염에도 더 취약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얼마 전부터 고위험군만 PCR 검사를 하고 그 외에는 정확도가 대폭 떨어지는 자가 검사 키트와 신속 항원 검사를 받게 하는 등 방역을 완화했다. 실패로 끝난 위드 코로나 정책을 재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방역 완화가 이루어진 시점에 서울동부·인천구치소 집단감염과 화성보호소 확진자 급증이 연이어 벌어지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조건 없이 석방하라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된 이주민들은 범죄자도 아니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려고, 또는 전쟁과 박해를 피해 한국에 왔을 뿐이다. 또, 내국인이 대부분 기피하는 열악한 일자리에서 부족한 일손을 메꿔 왔다.
이들을 감염이 뻔히 예상되는 곳에 더는 붙잡아 두지 말아야 한다. 취업이 금지되는 보호일시해제 형식이 아니라, 조건 없이 석방해야 한다. 장기 구금으로 거처가 마땅치 않은 경우 적절한 거주지도 마련해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