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지소미아 등:
항일 외칠 땐 언제고 타협 시동 거는 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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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11월 5일에 게재된 ‘언제 그랬냐는 듯 일본과 타협을 모색하는 문재인 정부’를 업데이트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일본 아베 정부와 타협을 모색하는 듯한 제스처를 연일 취하고 있다.
아세안+3 정상회의(EAS) 직전, 문재인의 제안으로 이뤄진 ‘단독회담’에서 ‘두 정상은 한·일 관계가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고, 고위급 협의도 검토해 보기로 했다고 한다. 조만간 한·일 국방장관 회담도 열릴 계획이라고 한다.
이런 와중에 방일 중이던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 문희상은 11월 4일 한일 기업과 ‘양국 국민’에게서 자발적 기부금을 모아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법의 제정을 ‘해법’이라고 제안했다.
여기에는 화해치유재단 잔여기금 60억 원을 포함하는 내용도 있다. 화해치유재단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의 핵심 내용 중 하나로 일본의 전쟁 범죄를 덮기 위해 만들어진 곳인데, 이곳의 돈을 이용하자는 것이다.
강제동원 피해자들과 ‘위안부’ 피해자들을 다시 한 번 무참히 짓밟는 짓이다. 피해자들은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국가 범죄에 대한 일본 국가의 책임 인정, 사죄, 배상이라고 요구해 왔다.
이런 기만적인 안조차 일본 정부는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고 알려졌다. “일본 기업이 비용을 내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말이다. 즉, 법적 책임(배상)은커녕 도의적 책임도 인정하기 싫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문희상 안은 여러 제안 중 하나일 뿐이라며 거리두기를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초기 대일 특사였던 문희상에게서 나온 안이어서, 정부가 여론을 떠보는 게 아닌지 상당히 의심스럽다. 문재인은 아베와의 만남에서도 ‘1+1안’(한일 기업의 자발적 출연금으로 기금 마련)보다도 더 후퇴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한편, 국방부 장관 정경두, 국정원장 서훈 등 정부의 주요 관계자들이 지소미아 복구 필요성에 대한 얘기를 솔솔 흘리고 있다.
불과 몇 달 전 항일 투사 행세를 하던 정부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태도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집권 여당 내부에서 한일 갈등의 ‘출구전략’을 찾는 기색이 역력하다.
역겹게도 〈조선일보〉가 “‘이순신’ 찾고 ‘죽창가’ 부르던 사람들 다 어디 갔나”(11월 5일자 사설) 하고 비꼬고 있다. 이처럼 문재인의 친제국주의적 행보는 국내에서 우파의 기를 살려 주고 있다.
독립적
문재인 정부의 이런 타협 행보는 진보·좌파 진영이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는 데서 정부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함을 다시 한 번 보여 준다.
지난 여름 문재인 정부는 조국 사태로 곤혹스런 상황에서 지소미아 폐기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한일 갈등에서 미국의 중재를 이끌어내려는 목적도 있었다.
즉, 일관되게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고 한미일 동맹에 균열을 내고자 했던 게 전혀 아니었다. 그래서 실천에서는 군사훈련을 포함해, 일본을 중심으로 아시아 동맹 구조를 강화하려는 미국의 시도에 협조했다.
11월 5일 방한한 미 국무부 차관보 스틸웰은 한일이 ‘해법’을 찾을 때까지 ‘종료일을 연기’해 지소미아를 유지시키는 안을 내놨다고 한다. 다음 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외교부 장관 강경화는 “결정대로 갈 것”이라면서도 ‘지소미아가 종료될 경우 북한과 중국이 안보 이익을 본다’는 지적에는 “그렇게 평가할 수 있다”고 답했다.
즉, 미국이 집요하게 압박하고 정부 자신도 필요성을 인식하는 상황에서 타협의 여지가 열려 있는 것이다. 설령 이번에 지소미아가 종료된다고 해도 한미일 협력 문제는 또다시 제기될 것이다. 또한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과거사 문제는 온전히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다.
진보·좌파 진영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을 삼가서는 안 되고, 독립적으로 미국과 일본의 제국주의·군국주의에 반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