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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제 시행 유예, 특별연장근로 확대:
노동시간 단축 열망 또 짓밟는 문재인 정부

문재인 정부의 친기업 공세에 대한 항의 11월 30일 전국민중대회 ⓒ조승진

문재인 정부가 내년 1월로 예정된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주 52시간제 시행을 1년간 유예하고 특별연장근로 허용 범위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시행은 내년 1월부터다.

이번 발표는 이미 1달 전에 예고된 것으로, 국회에서 노동개악 입법 처리가 지연되면서 그 보완책으로 나왔다. 장시간·저임금 노동체제 유지를 바라는 기업주들의 아우성에 정부가 적극 호응해 노동시간 단축 약속을 쓰레기통에 처박은 것이다. 특히 경제적·정치적 위기에 직면한 문재인 정부는 친기업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 정책 전반이 그러하듯, 노동시간 단축 문제에서도 문재인은 후퇴에 후퇴를 거듭해 왔다. 주 52시간제 시행을 거듭 연기하고, 탄력근로제 등 유연근무 도입을 적극 권장하고, 인력 충원과 임금 보전 요구를 개무시했다. 그러는 동안 현장에서는 노동자들의 고통이 지속됐다.

지난 5월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직장인의 74.4퍼센트가 현재 “과로 상태”라고 응답했다. 여전히 많은 노동자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은 꿈같은 얘기다. 사용자들이 작업 속도를 높이고 변형근무제를 추진하면서 노동강도가 높아진 곳들도 다반사다. 주 52시간제 시행을 전후로 월 평균 임금이 적게는 30만~40만 원에서 많게는 70만~80만 원씩 깎였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나온다.

결국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도 공염불이 됐다. 한쪽에서는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청년들이 단기 일자리나 실업으로 고통받는 불합리한 현실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과로 사회” 조장하는 보완책

그런데도 정부는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고려해 주 52시간제 시행을 연기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노동자 상당수의 고통을 방치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주 52시간 법률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30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1500만 명이 넘고 전체 노동자의 85퍼센트 가까이 된다.

최근 정의당 노동본부의 발표를 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뇌·심혈관 업무상질병 사망자 중 300명 미만 사업장(5인 미만 포함) 비율은 거의 80퍼센트에 이른다. 이들 중 다수가 과로사일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또, 주 52시간제를 유지하되 “경영상 필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자연재난 등의 경우에만 한시적·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현행 특별연장근로제도를 개악해 허용 범위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행정조치(시행규칙 개정)로 내년 1월 시행이 가능토록 했다.

이는 사실상 거의 모든 사업장에서 연장근로를 확대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는 것이다. 물론, 정부는 특별연장근로 시행 시 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도록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이 노동시간 연장의 제약 장치가 될 리는 없어 보인다.

실제로 이번에 제시된 허용 기준은 업무량의 일시적 증가(촉박한 납기일, 대량 리콜, 공기 지연, 마감 임박 업무), 설비·기계 고장, 소재부품산업의 연구개발 등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으로 상당히 넓다. 특별연장근로 확대가 주 52시간제를 무력화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비판을 의식해 정부는 11시간 연속휴식 부여 등 “건강권 보호” 조치를 더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방안도 노동자들이 겪을 고통을 진정으로 경감시키지 못한다. 예컨대, 11시간 연속 휴식시간을 도입하더라도 하루 12시간 이상 초과 노동이 허용된다. 만성과로 인정 기준인 12주 연속 주당 60시간 초과 노동을 규제할 수도 없다. 게다가 “건강권 보호 조치를 지도”하겠다는 수준이어서 기업을 강제할 수 있는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추가 노동개악도 예고

재계는 이번 정부 발표를 반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임시방편식 보완책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탄력근로제를 비롯한 유연근로제 확대 법안들을 통과시켜 더 확실하게 개악하라고 촉구했다. 특별연장근로 허용 범위 확대도 거추장스러운 노동부 인가 절차 없이 할 수 있도록 법률로 명시하자고 했다.

문재인 정부도 “행정적 보완조치로는 한계가 있다”며 조속한 입법화를 국회에 당부했다. 12월 11일 시작된 임시국회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개악 법안도 지속 추진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사업장 점거 금지,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등 노동자 저항권 제약, 최저임금 인상을 억제하는 최저임금제도 개악 등 다른 노동개악 법안들도 통과시키려 할 수 있다. 규제 완화와 의료 민영화를 담은 데이터 3법도 지속 추진할 것이다. 연말 임시국회에서 추가 개악 처리를 경계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노동개악 저지를 위한 실질적 총파업에 나서야 한다.

11월 30일 전국민중대회 ⓒ조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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