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민간위탁 노동자 보호 가이드라인’:
직접고용도, 처우개선도 없는 빈 껍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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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6일 고용노동부가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올해 2월 27일 정부는 사실상 민간위탁 노동자 정규직화는 포기하면서, 그 대신 상반기 중에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고용 승계, 합리적 임금 수준 등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연말이 돼서야 뒤늦게 발표한 이번 가이드라인은 그 내용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모두 가이드라인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도 직접고용 방안은 없었다. 게다가 약속한 적정 임금 수준도 제시하지 않았다.
노동부는 또다시 민간위탁 업무의 다양성, 복잡성 때문에 일률적 기준을 낼 수 없었다며 변명했다. 그러고는 적정 임금 수준을 제시하기 위해 2020년에 실태조사와 연구용역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임기 말까지 조사만 하겠다는 것이다. 20만 명에 달하는 민간위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와 처우 개선 열망을 마지막까지 꺾어 버린 것이다.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은 이렇다: 공공기관 내 민간위탁관리위원회를 설치해 가이드라인 이행 상황을 점검하겠다, 위탁 계약을 할 때 근로조건 보호 관련 확약서를 제출하도록 하겠다, 계약서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용유지 노력 및 고용승계”를 명시하도록 하겠다, 임금체불과 착복을 막기 위해 노무비는 수탁기관의 전용계좌에 별도로 지급하도록 하겠다.
그러나 형식적인 확약서로 노동자들의 조건이 개선될 리 만무하다. 이미 존재하는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에서도 근로조건 보호 확약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지만, 실제 이행하지 않는 곳이 많다.
노무비를 따로 입금하도록 해 투명성을 높이더라도, 경쟁적 입찰 제도 때문에 인건비 자체가 하향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위탁업체들이 사업을 따내려면 위탁 가격을 어떻게든 낮게 써내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는 위와 같은 기초적 조처들마저 “사업의 성격상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는 제외 가능”하다는 조항을 곳곳에 덧붙여 놨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원래 가이드라인 초안에는 위와 같은 우려를 줄일 일부 방안이 논의됐지만 최종 가이드라인에서는 모두 삭제됐다고 한다.
최대한 민간위탁 업체의 이윤을 건드리지 않고 정부 부담도 지지 않으려는 무책임한 가이드라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