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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플랫폼 기업 규제 완화:
‘혁신’ 기업의 이윤 놀이터에서 짓밟히는 플랫폼 노동자

그간 플랫폼 기업들은 강력하게 규제 완화를 요구해 왔다.

‘타다 VS 택시’ 논란에서 정부는 택시업계에 일단 양보했다. 하지만 정부의 실제 행보를 전체적으로 보면 플랫폼 기업 이익 챙겨 주기에도 살뜰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월 23일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 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은 규제 완화 입법이 지연될 때, 규제 샌드 완화 신청 기업의 임시허가를 연장해 주거나 기존 규제 법령의 적용을 면제해 주는 기간을 무제한 연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즉, 현행법상 위법/법외 사업이라도 일단 각종 규제를 피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1월 규제 샌드박스를 시행한 이후 1년간 195건을 승인했다. 이 중에는 폭발 위험이 있는 수소 충전소를 인구 밀집 도심 지역에 설치하거나,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유전자 검사 등이 포함돼 있다. 국민의 생명·안전을 위협하는 것이다.

올해는 훨씬 적극적으로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이들 중 적잖은 수가 플랫폼 기업들의 규제 완화 요구다.

심지어 정부는 올해부터 대한상공회의소와 지역 상공회의소가 규제 샌드박스 신청을 접수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규제 완화를 부르짖는 기업들에게 규제 완화 심사를 맡긴 것이다. 완전히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는 꼴이다.

게다가 집권 민주당과 한국당 등은 얼마 전 데이터 3법을 통과시켰다. 기업과 정부 기관들이 보유한 개인정보를 결합·판매하고 정부 보유 정보를 민간 기업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개인정보 활용이 관건인 플랫폼 기업들은 특히 돈벌이에 날개를 달 수 있다.

발부리에 차이는 근로기준법

정부는 플랫폼 기업들의 성장을 “공유경제”, “4차 산업혁명”이라며 칭찬해 왔다.

문재인은 신년사에서 기업 가치가 1조 원 이상인 신흥 기업(스타트업)을 가리키는 ‘유니콘’ 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우아한 형제, 쿠팡, 위메프 등이 포함된다. 이 기업들은 모두 플랫폼(배달의 민족, 쿠팡이츠, 위메프오) 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유니콘 기업’의 뿔에 받혀 고통받는 플랫폼 노동자는 안중에도 없다.

플랫폼 기업에게는 이윤 추구의 자유를 주면서, 플랫폼 노동자는 노동권 사각지대에 두려는 정부 ⓒ이미진

지난해 문재인 정부는 가사노동을 중개하는 플랫폼인 ‘대리주부’를 운영하는 ‘홈스토리생활’이 직접고용한 가사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인정했다.(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 부여)

이는 최대 30~50만 명으로 추정되는 가사노동자들을 노동권의 사각지대로 몰아넣는 짓이다.

그간 플랫폼 기업들은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를 양산해 왔다. 플랫폼 기업들은 자신이 노동자를 고용한 게 아니고 중개해 줬을 뿐이라며, 노동자들이 자유로운 근무를 한다고 강조한다.

“내가 원할 때, 달리고 싶은 만큼만”(배달의 민족), “자유로운 업무시간”(쿠팡이츠) 등.

하지만 이것은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가림막이다. 대부분 플랫폼 노동자들은 기업의 통제와 관리 속에서 일한다. 그런데도 ‘자영업자’로 분류돼 노동기본권도 보장받지 못한 채 열악하게 일하는 것이다. 플랫폼 노동자를 ‘디지털 특고’라고도 부르는 이유다.

2020년 1월 15일 국가인권위원회가 플랫폼 노동자 약 8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일주일 동안 평균 5.2일, 하루 평균 8.22시간 일했다. 다른 노동에 비해 결코 더 자유롭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화물 운송은 하루 평균 13시간, 대리운전과 퀵서비스는 9시간 이상 일하고 있다. 다른 일과 병행할 수 있다는 말과 달리 약 64.2퍼센트가 플랫폼 노동만 하고 있다.

또, 배달 업체나 대리운전 업체의 경우 ‘콜’을 거부하는 빈도가 잦으면 불이익을 준다.

“소비자 불만이 들어오거나 별점을 낮게 받으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블랙리스트에 올라가 있습니다. 그렇게 안 되려면 ‘진상’ 손님도 다 참아 내야 해요. 기업들도 노동자가 많이 필요한 시간대와 적게 필요한 시간대가 있습니다. 그래서 자기들 나름대로 공급을 통제해요. 실제로 노동자 입장에서 자유롭게 시간을 선택한다는 건 없는 거죠.”(대리운전 노동자)

‘혁신’ 기업들이 규제 완화 모래밭에서 ‘자유롭게’ 날뛸 때, 노동자들의 조건은 짓밟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