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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플랫폼 종사자 대책’:
플랫폼 노동자는 노동자 아니라는 기만

12월 21일 일자리위원회 앞에서 열린 정부의 플랫폼 종사자 대책 규탄 기자회견 ⓒ출처 〈노동과세계〉

12월 21일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사람 중심 플랫폼 경제를 위한 플랫폼 종사자 보호 대책”(이하 플랫폼 종사자 대책)을 의결했다.

고용노동부 장관 이재갑은 이번 대책이 “플랫폼 종사자를 제도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대책이 발표되자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자리위원회에 노동계 위원 전원(민주노총, 한국노총, 한국비정규노동센터)과 여성계 위원 등이 이 대책을 반대했지만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표결을 강행해 밀어붙였다. 일자리위원회에서도 노동계 위원들은 고작 들러리에 불과했던 것이다.

민주노총, 대리운전노조, 라이더유니온 등은 정부의 대책이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을 외면한 것이라고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12월 21일 민주노총 특수고용노동자대책회의는 일자리 위원회 앞에서 플랫폼 종사자 대책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도 “‘보호’라는 미명 아래,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12월 22일 진보당도 성명을 내 이번 대책이 “플랫폼 노동자를 법률상 근로자가 아닌, 별도의 신분으로 규정해 권리를 박탈”한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플랫폼 종사자 대책의 기본 방향은 플랫폼 노동자의 근무 조건, 업무 수행의 자율성 등 고용상 지위와 형태가 다양하다는 이유로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다만, 플랫폼 종사자 상당수가 취약층에 해당하므로 최소한의 보호와 약간의 사회안전망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특별법인 ‘플랫폼 종사자 보호 입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플랫폼 노동자들은 고용 조건이나 형태가 무엇이든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야만 먹고살 수 있고, 어떤 형태이든 사용자의 통제 속에서 착취 받고 있다는 점에서 여느 노동자들과 다르지 않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플랫폼 기업과 근로계약을 맺지 않지만 그들의 업무를 수행하며 지시와 통제를 받는다. 플랫폼 기업들은 직접적이든 알고리듬 조작 뒤에 숨어서든 노동자들의 노동을 통제해 왔지만 자신들은 그저 일감과 노동자를 ‘매칭’해 줄 뿐이라며 노동법상 책임을 회피해 왔다. 그래서 플랫폼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내몰렸고, 최저임금보다도 낮은 임금이나 하루 10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도 감내해야 했다. 사회보험도 적용받지 못했다.

정부는 “플랫폼 종사자가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 경우 노동관계법 적용이 우선임을 명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극히 일부에만 예외적으로 노동자성을 인정한다는 것이고 실제 매우 소규모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대리운전의 경우 노조법상 노동자로 인정 받았고 배달 노동자 중 일부가 노조법과 근기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은 바 있다. 정부는 “동일 직종에서도 사업주의 지시·감독의 정도·양태가 상이”하다는 이유를 들어서, 이미 법적으로 근로자지위를 인정 받은 직종에 대해서도 사례를 따져 개별적으로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플랫폼 노동자 중 자영업자로 ‘오분류’된 부문은 고용형태 자문기구를 신설해 이곳이 기존 판례들을 반영해 바로잡도록 한다지만, 이는 노동자성 인정 회피를 정당화하는 구실이나 하기 십상이다. 정부가 공공부문 민간위탁으로 ‘오분류’된 노동자에 한해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지만, 이는 대부분의 민간위탁의 정규직 전환 회피를 정당화했던 것처럼 말이다.

사용자 책임 면제

결국 정부는 플랫폼 기업에 대해서는 사용자 책임을 면해 주고 있는 것이다. 플랫폼 기업에 대해 단순히 직업 소개소로만 규정하는 대목에서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이미 카카오모빌리티는 자신들이 ‘중개 플랫폼’일 뿐이라는 이유로 대리운전 노조의 교섭을 수차례 거부하고 있다.

또, 이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행사도 보장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미 12월 9일 민주당은 특고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는 빠진 정부의 노동법 개악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번 대책에서도 정부는 노조할 권리가 아니라 플랫폼 노동자의 “자유로운 단체 설립’”이나 협동조합 등을 지원하겠다고 한다. “플랫폼 특별법은 플랫폼업체들이 노조법상 사용자가 아니라며 교섭을 거부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행위를 법으로 정당화시켜 주게 될 것이다.”(민주노총 특수고용노동자대책회의)

이런 문제점들 때문에 정부의 이번 대책은 과거 노무현 정부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을 추진했던 것과 마찬가지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화물기사·학습지 교사 등 위장 자영업자들에 대해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는 새로운 범주를 만들어서, 노동자성 인정과 노동권 보장을 피해 가려 했다. 당시 이 법률이 제정되지는 않았지만, 정부 정책은 이런 방향으로 적용돼 왔다.

그래서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특고 직종은 12년 동안 겨우 14개로 늘었고, 가입률은 평균 14퍼센트밖에 안 된다. 여전히 많은 특고 노동자들이 노조 인정을 위해 지난한 투쟁을 해야 한다. 대리운전노조는 노조 설립 신고 후 428일 만에 필증을 받았다.

점진적 개선?

이번 대책은 플랫폼 종사자와 기업 간 공정한 계약을 위해 표준계약서 활용을 주된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표준계약서는 법적 강제력이 없어서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있다. 표준계약서 도입만으로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기에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플랫폼 노동에 대한 사회안전망 확충 대책은 새로운 내용이 아니라 사실상 이번 국회에서 통과시킨 ‘특고3법’을 하겠다는 것이다. 본지가 비판했듯이 특고3법은 여전히 플랫폼 노동자 등 특고에 대한 사회보험 적용을 제한적이고 차별적으로 하고 있다. 게다가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은 2022년에나 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플랫폼, 특고 노동자들은 전속성 기준(한 사업장에서 주되게 일하는지 여부) 때문에 산재보험에도 가입하지 못해 왔는데, 이번 대책에서 정부는 이를 폐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직종·분야별 특수성을 반영한 적용 징수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또다시 직종 “특수성”에 의해 배제될 수 있는 노동자들이 생길 수도 있다.

게다가 정부는 플랫폼 기업의 책임을 그저 노동자에게 수수료나 계약 기간 등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만 한정하고 사용자 책임은 전혀 지우고 있지 않다. 그러면 당연히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에서 누가 돈을 낼 것이냐 문제가 제기될 것이다.

일각에서는 독소적인 일부 조항(예컨대 플랫폼 기업이 ‘직업 소개소’라는 식의 설명 등)을 제외하면 특별법 자체는 플랫폼 노동자 조건을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다.

물론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라이더유니온 등이 요구해 온 이륜차 보험료 부담 완화, 대리운전노조가 요구해 온 보험 중복가입 방지 등도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과제들은 대체로 “검토”나 “방안 마련” 정도로 제시되고 있는 정도다.

그러나 이런 부분적 개선이 이뤄진다 해도 플랫폼 종사자 대책이 갖고 있는 핵심적인 문제점은 그대로 남는다.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이 뒷전으로 밀리면, 보호 대책은 매우 제한적이기 십상이다. 임금이나 노동시간 또는 사용자의 사회보험료 납부 책임 등 조건 개선 문제가 모두 사용자 책임을 강제해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차별과 노동권 배제를 제도화 할 것이 분명할 플랫폼 특별법에 대해서 단호하게 반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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