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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4법과 배달·대리운전 노동자 등:
노동자성 부정. 보호 수준 미미

문재인 정부가 플랫폼 노동에 대한 핵심 정책으로 ‘플랫폼종사자보호 4법’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플랫폼 4법이란 플랫폼종사자 보호법 제정안(이하 플랫폼종사자법), 직업안정법 개정안(이상 장철민 민주당 의원 발의), 고용정책기본법 개정안, 근로복지기본법 개정안(이상 양기대 민주당 의원 발의)을 말한다.

고용노동부는 의원입법 방식이 더 신속하다는 이유를 들어 정부안을 발의하려던 기존 계획을 수정해 장철민 의원안과 양기대 의원안 통과에 주력하기로 했다. 이 법안들은 빠르면 이번 달 내에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수도 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는 향후 플랫폼 산업과 이쪽에서의 고용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본다. 실제로도 플랫폼 노동은 빠르게 늘어나 2020년 정부 통계로도 배달, 대리운전, 데이터 라벨링, 번역 등 플랫폼을 매개로 일을 얻는 노동자가 취업자의 7.4퍼센트인 179만 명에 달한다(물론, 플랫폼 노동이 모든 산업에서 “대세”가 될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은 과장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실업 인구가 크게 느는 동시에 플랫폼 노동으로 유입되는 노동력도 많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플랫폼 산업과 노동을 법률 관계 속에 포함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플랫폼 노동자들을 기존의 노동법 테두리 안에 포함시키지 않고, 이보다는 못한 처우와 유연한(불안정한) 고용 상태에 두려 한다. 대체로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국가가 일부 사회안전망이나 복지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보완하려는 것이다. 유연한 노동시장을 유지해 플랫폼 기업주들에게 큰 부담을 지우지 않으려는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플랫폼 4법은 이런 방향성 속에 놓여 있다. 정부는 이 법들을 통해 저임금과 불안정한 처지에 놓여 있는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대다수에게 노동권을 부여하지 않고 보호 방안도 보잘것없다.

전형적 생색만 내고 실속은 없는 문재인 정부의 무책임 입법 ⓒ출처 서비스연맹

“종사자”와 “중개업자”

정부가 추진하는 4법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플랫폼종사자법이다. 장철민 의원안은 고용과 소득이 불안정한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를 내세우지만, 실제 내용은 매우 불충분하다. 특히 이 법안은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래서 이 법에 따르면 플랫폼 노동자들은 여전히 노동법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 플랫폼 노동자 당사자들과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이 반발하고 있다.

“플랫폼 종사자”라는 표현에서 드러나듯이, 이 법은 대다수 플랫폼 노동자를 노동법에 적용을 받는 노동자들과 다른 존재로 상정하고 있다. 자영업자와 유사성이 크다고 가정한다. 플랫폼 일자리가 “자율성이 극대화”된 노동이라며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도 설명한다.

그러나 플랫폼 노동이 “자율성이 극대화”된 일자리라느니 자영업자라느니 하는 주장은 터무니없다.

자영업자는 자기 사업을 영위하며 노동 과정을 스스로 통제·결정할 수 있는 반면, 플랫폼 노동자는 자신이 판매하는 유일한 상품인 노동력에 대해 통제할 수 없다. “자율성이 극대화”됐다는 말과 달리, 플랫폼 노동자들은 사용자의 지휘·감독 하에 일하고 플랫폼 앱에 자주 접속하지 않거나 업무를 거부하면 징계나 벌칙을 받기도 한다.

즉, 플랫폼 노동자는 다른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사용자나 사용자가 만든 알고리듬에 종속돼 자신의 노동력을 판매할 수밖에 없는 노동계급이다.

그래서 플랫폼 노동자들은 이 법의 제정을 반대하고 있다. 플랫폼종사자법이 통과될 경우, 대다수 플랫폼 노동자들이 “종사자”라는 지위로 규정돼 최저임금 적용, 노조 설립과 인정, 법정노동시간 등 여러 권리에서 제외되리라 우려하는 건 완전히 옳다.

플랫폼종사자법은 근로기준법, 노동조합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의 적용을 인정받은 노동자의 경우에 해당법을 우선 적용하겠다고 명시해 놨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법이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부정한다는 우려는 과도하다’고 한다.

그러나 해당 노동법을 적용받으려면 플랫폼 노동자들이 스스로 지난한 법적 다툼을 해야만 한다. 재판에서 이기는 것도 쉽지 않고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런 상황에서 플랫폼종사자법이 적용되면, 현장에서는 사용자들이 이 법을 근거로 노동자성을 부정하고 “종사자”(유사 자영업자)로 대우할 것이 뻔하다.

플랫폼종사자법이 제시하고 있는 권익 보호 방안도 너무 미비하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잦은 업무 조건 변경과 갑작스러운 해고로 인해 고통을 겪어 왔다. 그러나 플랫폼종사자법은 고용안정을 보장하지 않는다.

또한 플랫폼종사자법은 플랫폼 기업주를 기본적으로 사용자가 아니라 플랫폼 종사자의 노무 제공을 “중개 또는 알선”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이 부분은 뒤에 설명할 직업안정법과 짝을 이룬다.) 플랫폼 운영자의 의무도 종사자에게 계약 내용을 투명하게 알리고, 계약 변경 또는 해지 시 일정 기간 전에 공지하라는 수준일 뿐이다. 이런 정도로는 변덕스러운 플랫폼 알고리듬의 횡포를 막을 수 없다.

직업안정법 개정안은 플랫폼종사자법과 맞물려 있는 법으로, 플랫폼 기업의 사용자성을 부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직업소개소 등을 규정하는 직업안정법에 노무중개 제공플랫폼 특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특례는 노무중개 제공플랫폼을 “계약 정보를 제공하거나 계약 체결을 중개”하는 존재로 규정한다. 이는 플랫폼 기업들이 사용자로서 져야 할 책임을 회피하며 자신들은 그저 “중개업”일 뿐이라는 주장을 고스란히 받아들여주는 것이다.

직업안정법 개정안은 플랫폼 기업 의무를 그저 노동자에게 이용약관과 조건을 제공하고, 노무내용, 플랫폼 이용 수수료 등을 사전 통지하는 수준으로 정하고 있는데, 플랫폼 기업들이 형식적 사항을 준수했다는 걸 내세워 자기 책임을 회피하는 데나 도움이 될 것이다.

한편, 양기대 의원이 발의한 고용정책기본법 개정안과 근로복지기본법 개정안은 국가나 지자체가 플랫폼 노동자에 대해 고용정책과 일부 복지사업(휴게시설 마련, 심리 상담, 의료사업 등)을 추진할 수 있다는 원론적 내용을 담았다. 구체적 내용은 전혀 없다. 이런 식은 흔히 알맹이 빠진 빈껍데기가 되기 일쑤이므로, 생색내기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커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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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