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줄잇는 중대재해:
안전 조처 무시하고 사고 책임 증거 조작한 사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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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일 현대중공업 특수선(군함)사업부에서 산재 사고가 발생해 정규직 노동자가 중태에 빠졌다. 2월 22일 비정규직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한 지 불과 두 달 만이다.
사고를 당한 노동자가 사경을 헤매고 있는 와중에 중대재해는 또 발생했다. 4월 21일 새벽 4시경 야간 작업 중이던 50세 노동자가 대형 문에 끼여 두개골 파열로 즉사한 것이다.
사고 책임 조작
4월 16일 사고를 당한 노동자는 잠수함 어뢰 발사대의 비좁은 공간에서 유압식 문을 정비하다가 문 사이에 목이 끼는 끔찍한 변을 당했다.
이 작업은 사고를 당한 노동자가 원래 맡은 일이 아니었다. 원래 이 작업을 담당하던 노동자들은 사측이 빨리 작업하라고 무리하게 재촉하자 반발하면서 퇴근했고, 사고를 당한 노동자는 그 빈 자리에 투입된 것이었다.
경험 없는 노동자를 갑자기 투입하고도 사측은 아무런 안전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최소한의 안전 교육도 없었다. 현대중공업지부 대의원이자 특수선 노동자인 김경택 씨는 이렇게 말했다.
“원래 이 곳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사고를 예방하는 간단한 조처를 취한 뒤 일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측은 재해자에게 이런 최소한의 정보도 알려 주지 않았습니다.”
잠수함 바깥에 설치돼 있어야 하는 족장(배 건조를 위한 발판)도 없었다. 이로 인해 사고 직후 노동자를 구출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상태가 더 악화했다.
“잠수함 안에서 일하면 입구로 나오기가 어렵습니다. 사고가 나면 잠수함 벽면의 미사일 구멍 같은 곳으로 나가야 하는데, 이 때 족장이 필요하죠.”
더 분한 것은, 사측이 사고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려 했다는 것이다. 사측은 파렴치하게도 노동부에 제출하는 표준작업지도서를 조작했다. 표준작업지도서는 작업 방법과 위험 요소 등을 명시한 문서다.
그뿐만 아니라 그날그날의 작업 내용이 담긴 작업 지시서도 조작했다. 사측은 마치 사고를 당한 노동자가 처음부터 이 일에 배치될 예정이었고 위험 요소를 인지했던 것처럼 조작했다.
대의원들은 해당 문서의 원본들을 확보해 이런 사실을 적발했다. 사측은 노동부와의 면담 자리에서 노동자의 부주의를 탓했지만 문서 조작이 드러나면서 처지가 궁색해졌다. 활동가들은 조작 책임자들을 처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빨리 빨리’ 압박
“세월호 참사 6주기인 4월 16일에 사고가 났습니다. 지금 사측이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은 6년 전에 정부의 책임 회피와 똑같습니다.”
노동자들은 이렇게 적힌 팻말을 들었다. “우리는 소모품이 아니다” “노동자는 한 번 쓰고 버리는 1회용 마스크가 아니다!”
금속노조는 4월 21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노동부 울산지청이 이 사고를 중대재해로 규정하지 않고 작업중지 명령이나 개선 지도를 하지 않으려 했다고 규탄했다.
코로나19 확산과 세계 경제 위기의 심화 속에서, 사측은 비용 절감을 위해 작업 속도를 높이는 등 노동자들을 쥐어짜고 있다. 사측은 노동자들끼리 경쟁을 붙여 누가 더 비용을 아끼고 공사 기간을 단축했는지 비교하게 만든다.
사측은 이번에 사고가 난 잠수함에서도 무리하게 작업을 진행하려고 했다. 이윤 때문에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은 뒷전이 된 것이다. 사측의 무자비한 이윤 몰이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를 위협하고 있다.
특수선사업부 활동가들은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면서 항의를 벌이고 있다. 매일 출근길 홍보전을 벌이고 특수선 본관 앞 점심 시간 집회도 했다. 관리자에게 문서 조작을 항의하는 조합원들도 있었다.
활동가들은 항의를 전체 공장으로 확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지와 연대로 힘을 보태자. 돈벌이에 눈이 멀어 노동자 목숨을 파리 목숨쯤으로 여기는 현대중공업 사측을 강력 규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