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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사측의 외주화·노동조건 악화 위협:
특수선 노동자 전환배치 반대한다

현대중공업 사측이 특수선(군함)사업부에서 용접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을 전환배치하려고 한다. 사측은 이 노동자들을 LNG추진선에 들어가는 연료 탱크인 이중연료(DF)탱크 제작 공정에 투입하려고 한다. 노동자들은 전환배치에 불만이 있고, 일부는 반대하고 있다.

사측은 1년만 파견 나갔다 복귀하는 거라고 말한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다. 왜냐하면 사측이 처음에는 ‘전출’이라고 했다가 노동자들이 반발하자 말을 바꿨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동자들은 그간 직·간접적으로 비슷한 사례들을 경험했다.

아마 노동자들이 떠난 자리는 하청 노동자들로 채워질 것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특수선 부문에 하청 노동자들이 많이 늘어 왔다. 단기 계약직인 물량팀 노동자들도 들어와서 일한다. 그래서 전환배치 대상자인 노동자들은 외주화가 진행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하락할 수 있다.

DF탱크 제작은 노동강도가 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LNG를 보관해야 하는 특성상 DF탱크에 사용되는 철판은 니켈 함유량이 많다. 그러면 일반 선박의 철판보다 용접성이 떨어져서 작업 조건이 까다롭다. 그래서 용접 노동자는 용접과 그라인더 작업(용접 부위를 가는 일)을 반복해야 한다. 니켈 함유량이 많으면 잘 갈리지도 않아서 그라인더 작업이 더 어렵다.

일반적인 철판 용접을 하면, 용접을 거의 다 하고 그라인더 작업을 별도의 노동자가 한다. 하지만 DF탱크 제작에서는 용접 작업자가 그라인더 작업을 병행할 수밖에 없다.

노동자 안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용접하면 온갖 유해 물질이 나온다. 철판과 용접 기술의 종류에 따라 다른 물질이 나온다. 그런데 현대중공업은 DF탱크를 처음 제작하기 때문에 어떤 유해 물질이 나오는지 자료가 없다. 노동자들이 아무 대책 없이 유해 물질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

원래 DF탱크는 현대삼호중공업에서 하청 노동자들이 하던 일이다. 그런데 하청 노동자들의 이직이 잦아 불량률이 높았다. 안정적 수급을 바라는 현대중공업은 제작을 직접 하기로 했다.

현대삼호중공업에서 가져온 DF탱크 물량의 일부는 현대중공업 공장에서 만들지만, 일부는 인근에 있는 세진중공업에서 만든다. 사측은 두 공장의 생산성을 비교해 노동자들을 더 압박하려 할 수도 있다.

구조조정

게다가 이번 전환배치는 대우조선 인수합병과도 관련 있을 수 있다. 사측은 특수선 물량이 없으니 ‘유휴인력’을 해결하려면 전환배치가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전에도 특수선의 특성상 항상 물량이 있진 않았다. 그래도 일반 선박과는 다른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을 함부로 다른 곳에 보내지 않았다. 특수선 물량이 없으면 일반 조선 물량을 투입해 인력을 유지해 왔다.

그런데 지금 와서 ‘유휴인력’을 운운하면서 전환배치를 시도하는 것은 대우조선 인수합병을 앞둔 구조조정의 일환일 수 있다. 지난해 인수합병 계획이 발표될 때부터 대우조선 특수선 부문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현대중공업 특수선 부문을 구조조정 할 수 있다는 말이 있었다.

노동자들은 자본가들의 수익성을 위해 여기저기 넣었다 뺄 수 있는 기계 부품이 아니다. 사측은 당장 전환배치 추진을 중단하라. 노조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 현대중공업지부와 현장 활동가들은 전환배치에 반대해 항의를 조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