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보도
하청 사망 직후에도 안전 사고 연이어:
사람이 죽어 나가도 돈벌이 지속에만 혈안인 현대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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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2일 현대중공업에서 하청 노동자가 높은 곳에서 작업하다 떨어져 사망했다. 산재 사망임이 명확했고 사망 선고를 내린 의사도 추락사라고 진단했다. 그런데도 검찰은 사인을 확인해야 한다며 부검을 위한 시신 탈취를 시도했다. 사측의 산재 은폐 시도에 협력한 것이었다.
유족과 원하청 활동가들이 맞서 싸운 끝에 2월 26일 강제 부검 시도는 철회됐다.
그런데 이러는 동안에도 사측은 안전을 무시한 채 위험한 작업을 강행했다. 2월 26일 하루에만 3건의 안전 사고가 발생했다. 무리하게 쌓아 둔 철판이 이동 중에 이탈하고, 누전 때문에 불이 나고, 노동자의 손가락이 철판 사이에 끼었다. 하루 뒤인 27일에도 손가락이 크게 골절되는 사고가 있었다. 하루하루가 사고의 연속이다.
특수선(군함) 공장에서는 안전 규정을 무시한 3곳이 발견돼 노조가 작업중지를 시켰다. 노동자들이 올라가서 일하는 큰 철판 블록 옆에 안전 난간이 없었던 것이다.(사진 1)
어떤 곳에서는 쇠파이프가 아닌 로프로 난간을 만들어 놓고 일을 시켰다. 사측은 난간 설치 시간을 아껴 어떻게든 작업 속도를 높이려 했던 것이다.(사진 2)
또, 간격이 1미터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하는 철판 블록들이 가까이 붙어 있었다. 이러면 철판을 들어서 이동할 때 서로 부딪혀 큰 사고가 날 수 있다. 사측은 공장 안의 면적을 더 ‘효율적’으로 이용하려고 이랬을 것이다.(사진 3)
한편, 하청 노동자가 사망한 지 사흘밖에 안 된 때에, 사측은 사고가 났던 철제 구조물(트러스) 관련 작업을 다시 강행했다.
2월 22일 사망 사고 이후 고용노동부는 트러스 조립·설치 작업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이에 노조가 항의해서 트러스 해체 작업까지 중지 범위를 확대시켰다.
사측은 마땅히 사고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그런데 그러긴커녕 트러스 해체·이동을 지시했다. 사측은 고용노동부에 안전을 위해 트러스를 옮겨야 한다고 둘러댔다. 그러나 사실은 선박을 예정대로 진수(처음 물에 띄우는 일)하려고 그랬을 뿐이다.
결국 노동자들은 동료를 죽음에 이르게 만든 열악한 현장에서 다시 일해야 했다.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은 이런 상황을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작업중지 해제를 승인했다. 과연 정부는 노동자의 안전을 지킬 생각이 있는가?
형식적 조처
사측은 안전 사고를 줄인답시고 ‘안전 지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안전 지수가 떨어지면 특별 관리를 한다는 것인데, 안전 지수가 떨어지면 노동자들이 피해를 보게 될 거라며 협박만 하지 별다른 안전 조처는 안 한다.
사측은 자신이 만들어 놓은 안전 관리 절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 예를 들어, 사망 사고가 많이 발생한 몇 년 전만 해도 사측은 안전을 좀 더 꼼꼼하게 관리했다. 관리자는 매일 정해진 시간이 되면 위험 작업 허가서에 안전 담당자의 서명을 받아 현장에 게시했다.
물론 이렇게 한다고 안전 관리가 완전해질 수는 없었다. 그러나 사측은 이조차도 점차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 위험 작업 허가를 받지 않고 질식 위험이 있는 곳에서 작업하다 적발돼도 큰 문제 없이 넘어가곤 한다.
얼마 전 특수선 부문에서 관리자가 직접 작업하다가 신호수 없이 지게차를 몰았다. 이것은 안전 규정 위반이다. 노조는 이 사실을 적발한 뒤 즉시 작업중지를 시켰다. 그런데 사측이 작업중지를 풀기 위해 내놓은 대책은 노동자들에 대한 안전 교육뿐이었다. 안전을 책임져야 할 관리자가 스스로 안전 규정을 어겼는데, 왜 노동자들이 교육을 받아야 하는가? 사측은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려고 한 것이다.
이처럼 사측의 안전 관리는 형식적이고 책임 회피적이다. 이것은 사측의 이윤 추구와 관련 있다. 지난해 초 사측은 조선사업부에서 수천억 원의 적자가 날 것이라고 떠들었다. 그런데 실제로는 약 80억 원 흑자가 났다고 한다.
사측이 뽑아내는 막대한 이윤은 모두 노동자를 쥐어짠 결과다. 최근 LNG선박을 중심으로 수주가 조금 늘었지만 여전히 불안한 조선업 경기 속에서 사측은 노동자들을 더욱 쥐어짜려고 한다.
사측은 더 적은 인원이 더 많은 일을 하도록 강요한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근육통에 시달리고 주말에는 피로 때문에 잠만 자기 일쑤다. 몸살이 나서 하루 휴가를 사용하는 노동자도 많다. 하청 노동자들은 이렇게 열악한 조건 속에서 일할 뿐 아니라 상습적인 임금 체불에도 시달리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사측은 다양한 방식으로 비용을 줄이려고 한다. 마스크 필터 등 필수적인 안전·보건 도구의 공급량도 줄었다. 공사 기간을 단축하려는 사측의 압력 때문에 많은 인원이 혼재 작업을 해서 작업이 더 위험해졌다.
사측은 빡빡하게 정해 놓은 출퇴근·휴식 시간을 엄수하라고 노동자들을 압박하기도 한다. 노동자들은 충분히 쉬지 못하고, 그만큼 피로도가 쌓여서 집중력이 떨어진다. 이런 일이 누적될수록 안전 사고 위험이 커진다.
구조조정
구조조정도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2016년 크레인, 기계 수리 업무 등 일부 업무가 분사화(정규직 업무를 떼어 내 하청 기업화하는 것)됐다. 숙련된 정규직 노동자들의 업무가 비정규직화된 것이다.
비정규직화된 부문에서는 더 노골적으로 비용 절감이 이뤄지고 안전이 무시됐다. 실제로 분사화 이후 크고 작은 사고가 계속 이어졌다. 2월 26일에 발생한 사고 3건 중 2건도 분사된 업체와 관련 있었다.
노동안전을 담당하는 한 노조 간부는 분사화 이후 많은 신호수가 해고됐다며, 생생한 사례를 들었다. “원래 10톤 이상의 지게차에는 반드시 신호수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어떤 지게차가 높은 속도로 신호수 없이 가길래 붙잡았습니다. 알고 봤더니 지게차 운전수는 분사된 업체 소속이었습니다.”
이처럼 사측은 노동자의 안전을 무시하고 있다. 노동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윤 창출에 혈안이 돼 있는 자본의 행보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사측의 노동강도 강화 시도에도 맞서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봐야 한다.
지난해 정부가 개정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은 작업중지권 범위를 축소시켰다. 3년 전 노동자 한 명이 몸에 불이 붙어 사망하는 끔찍한 산재 사고가 벌어지자 전 공장이 작업중지가 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매우 제한적으로 작업중지가 이뤄졌다. 고용노동부는 그조차도 사측의 편의를 봐줘 금세 풀어 줬다.
문재인 정부도 한국 자본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기업의 이윤을 안전보다 우선하고 있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스스로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사측과 정부의 이윤 추구에 도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