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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에서 일주일 새 두 명 사망, 한 명 중태:
비용절감과 구조조정이 낳은 비극

현대중공업에서 중대재해가 잇따르고 있다. 일주일 사이에 정규직 노동자 두 명이 사망했고 한 명은 중태에 빠져 사경을 헤매고 있다.

가장 최근 사고는 4월 21일 새벽 4시경에 발생했다. 사망한 노동자는 도장(페인트칠)을 마친 선박 블록을 이동시키려 ‘빅도어’(대형 문)를 열다가 참변을 당했다. 커다란 철문 여러 개가 수동 조작을 통해 미닫이식으로 움직이는데, 문과 문 사이에 끼이고 만 것이다. 노동자는 두개골 파열로 즉사했다.

사측은 피해 노동자를 탓하고 있다. 모든 문을 멈춘 뒤 작업하는 통상적인 방식을 어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파렴치한 책임 전가다.

빅도어 협착 사고는 안전 조처와 투자 부족 때문에 조선소에서 자주 일어나는 산재다. 한 현대중공업 노조 활동가는 이렇게 말했다. “예전부터 [노조] 대의원들은 [해당 작업을] 혼자 하게 하면 안 된다고 여러 차례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사측은 이를 무시했습니다. 오히려 구조조정이나 외주화로 인원을 줄여 왔습니다.”

끼이고 추락하고

공장 전체를 지배하는 ‘빨리 빨리’ 분위기도 사고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사측은 비용을 절감하고 공사 기간을 단축하려고 노동자들을 압박해 왔다.

이것은 4월 16일 사고의 배경이기도 했다. 이날 사고를 당한 특수선 공정의 노동자는 잠수함 어뢰 발사대의 비좁은 공간에서 유압식 문을 정비하다가 문 사이에 목이 끼는 끔찍한 변을 당했다. 이 노동자는 현재 일주일째 의식 불명 상태다.

해당 작업은 사고를 당한 노동자가 원래 맡았던 일이 아니었다. 원래 이 작업을 담당하던 노동자들은 사측이 빨리 작업하라고 무리하게 재촉하자 반발하면서 퇴근했고, 사고를 당한 노동자는 그 빈 자리에 투입된 것이었다. 사측은 경험 없는 노동자를 갑자기 투입하고도 아무런 안전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최소한의 안전 교육도 없었다.

내 동료를 살려 내라 4월 21일 특수선 중대재해 규탄 집회 ⓒ출처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4월 21일 특수선 노동자 중식 집회 특수선 노동자들은 산재 사고의 책임을 밝히고 의식불명에 빠진 동료의 한을 풀기 위해 매일 출근길 홍보전도 하고 있다 ⓒ김경택

노동자는 소모품이 아니다 4월 22일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전날 산재로 사망한 동료를 추모하고 있다 ⓒ출처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이 사고들은 모두 사측의 비용 절감과 노동자 쥐어짜기가 낳은 비극이다.

지난해 9월과 올해 2월에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육중한 철제 뚜껑에 끼이고, 높은 곳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기본적인 인력과 안전 설비가 부족한 탓이었다.

4월 22일에는 1년 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전기를 만들다 추락해 국내 병원에서 치료받던 현대중공업 계열사 노동자가 끝내 사망했다는 비보도 전해졌다.

정부의 책임 방기

사고가 반복되는 데에는 정부 책임도 있다.

4월 16일 사고 이후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은 “노동자가 사망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중대재해가 아니”라는 이유로 현장에 출동조차 하지 않았다. 작업중지 명령이나 안전 점검도 없었다.

4월 21일 사고에 대해서도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은 사고 현장 중심으로 매우 제한적인 작업중지 명령만 내렸다. 비슷한 사고가 날 수 있는 공장 곳곳의 다른 빅도어들은 제외된 것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개악한 산업안전보건법 규정에도 못 미치는 조처다. 문재인 정부는 산재 사고 시 작업중지 범위를 전체 작업에서 “사고 발생 작업과 동일한 작업”으로 축소시켰다.

결국 노조는 사측에 항의해서 4월 23일 전체 공장 작업중지와 안전 점검을 약속받았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이 하루짜리 대처가 매우 불충분한 요식 행위로 끝날까 봐 우려하고 있다.

사용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에 직면해 노사가 고통을 분담해야 하고, 노동자들이 쟁의 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계속되는 산재 사고들이 보여 주듯이, 사용자들은 안전 투자에 더욱 인색하게 굴면서 위기의 비용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려고만 한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를 핑계로 한 화학 물질 규제 완화 요구에 호응하는 등, 노동자의 안전을 팔아 비용을 줄이고 이윤을 챙기려는 사용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도, 그로 인한 경제 위기도 노동자의 책임이 아니다. 계속되는 죽음의 행렬을 막기 위해서는 사측의 무자비한 이윤 추구에 제동을 걸어 안전 투자를 강제해야 한다.

위험한 일터를 방조하는 문재인 정부를 향해서도 제대로 된 코로나19 대책과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 등을 요구하며 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