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트럼프와 미국 지배계급 사이에 균열이 커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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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괴팍한 행각은 에밀 디 앤토니오 감독의 오래된 다큐멘터리 〈의사진행발언이요!〉를 떠올리게 한다. 이 다큐멘터리의 소재는 1954년 육군-매카시 청문회다.
미국 상원의원 조지프 매카시는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절정에 달한 시기에 반공주의적 마녀사냥을 이끌었다. 그 결과 국가기구, 헐리우드, 대중매체, 민간 기업에서 좌파 인사들과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대거 쫓겨났다.
그 뒤 매카시는 미국 육군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는 선을 넘는 일이었다. 군 장성 출신 대통령 아이젠하워가 대표하는 군부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이었던 것이다. 미국 지배층은 매카시에게서 등을 돌렸다.
디 앤토니오의 다큐멘터리는 매카시의 이러한 몰락을 보여 준다.
한편, 트럼프도 매카시처럼 군 관련 문제에서 선을 넘은 듯하다. 6월 1일 거센 시위가 한창인 와중에 트럼프는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워싱턴 DC에 있는 세인트 존스 교회로 걸어 갔다. 경찰은 트럼프가 지나갈 길을 확보하려고 시위대에게 최루액과 최루탄을 퍼부었다.
트럼프는 국방장관 마크 에스퍼와 전투복을 차려입은 미군 합동참모본부 의장 마크 밀리와 동행했다. 트럼프는 시위를 끝내기 위해 군대를 투입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트럼프는 워싱턴 반대편에 있는 아이다호주와 유타주에서까지 주방위군을 끌어와 3900명을 워싱턴에 배치했다. 그후 트럼프는 전투 준비를 갖춘 병력 1600명을 수도 외곽에 배치했다.
트럼프의 행보는 상당한 반발을 샀다. 민주당 소속 워싱턴 시장이자 흑인 여성인 뮤리엘 바우저는 “연방 경찰이 아무런 도발도 하지 않은 평화 시위대에게 군 장비를 휘두르는” “부끄러운” 짓을 벌이고 있다고 트위터에 썼다.
폭동진압법
며칠 후 국방부 장관 에스퍼가 트럼프의 뜻을 정면으로 거슬렀다. 트럼프가 폭동진압법을 발동해 지역 당국의 의사를 무시하고 미국 전역의 도시에 군대를 투입하겠다고 위협하자 에스퍼는 공공연하게 반대 의사를 표했다. 에스퍼는 워싱턴에 배치된 병력을 줄이려 하기도 했다.
장군 출신이자 에스퍼의 전임자인 제임스 매티스(트럼프가 제국을 잘못 운영한다며 항의의 뜻으로 장관직을 내려놓았다)는 한술 더 떠 이렇게 말했다.
“똑같이 [헌법을 수호하겠다고 — 캘리니코스] 선서한 군인들이 동료 시민의 헌법적 권리를 짓밟으라는 명령을 받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선출된 군 최고 통수권자가 군 수뇌부를 끼고 기이한 사진을 찍을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는 것은 더더욱 상상조차 못했다.”
매티스는 다른 군부 출신들에게 지지를 받았다. 전직 국무장관 콜린 파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지휘한 데이비드 패트레이어스, 오사마 빈라덴 암살 작전을 주도한 장군 윌리엄 맥레이븐, 트럼프의 비서실장을 지내다 그만둔 존 켈리 등이 매티스를 지지했다.
이들도 각자 많은 사람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 그러나 이들은 지배계급 일반이 그렇듯이 미국의 군사력을 미국 제국주의 전체가 아닌 특정 정치인을 위해 동원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매카시는 자신의 목적, 즉 미국 사회가 냉전 태세를 갖추게 하고 조직 노동계급에게 큰 타격을 주기 위해 마녀사냥을 벌였다. 그러나 군대를 건드린 것은 지배계급에게 도를 넘어서는 일이었다. 트럼프도 이를 깨닫고 있을 것이다.
트럼프는 결코 자본가 계급 상층부의 후보였던 적이 없다. 비록 거대 은행과 대기업들이 트럼프의 감세와 규제 완화에 환호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기업주들 중에 내수 중심의 소규모 내지 중간 규모의 기업들이 트럼프를 지지해 왔다.
많은 미국 지배계급 일원들은 이제 트럼프가 감수할 만한 골칫거리인지 의문을 품을 수도 있다. 미국 지배계급은 1960년대 이래 가장 규모가 큰 전국적 저항에 부딪혔다.
트럼프는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해 일부 백인들을 공포에 빠뜨리고 반발하게 해서 재선을 꾀하려 한다. 닉슨도 1968년에 이런 전략으로 성공을 거뒀지만, 지금 미국 사회는 그때보다 다양성이 훨씬 크다.
한편, 분노를 잠재우는 데에 나선 쪽은 민주당 주류다. 흑인 여성인 민주당 소속 워싱턴 시장 바우저는 6월 6일 워싱턴에서 일어난 대규모 시위에서 연설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은 얼간이 같다. 그러나 바이든은 민주당 흑인 지도자들의 지지로 버니 샌더스를 누르고 대선 후보가 됐다. 트럼프의 인종차별 카드는 오히려 그의 몰락을 초래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