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 능력 강화하는 일본 :
동아시아를 더한층 위험한 화약고로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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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 아베 정부가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적 기지에서 위협이 감지되면 선제공격이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공격 ‘가능성’만으로도 공격을 개시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일본이 공격을 받았을 때 반격한다(전수방위)는 개념에서 더한층 벗어나는 것이다.
일본의 행보는 동아시아에서 벌어지는 제국주의 국가 간 긴장과 갈등을 더 고조시킬 것이다.
지난 수십 년간 일본의 전수방위 원칙은 무너져 왔고, 그 결과 오늘날 일본은 세계 5위의 군사 대국이 됐다.
일본의 군사대국화는 특히 아베 정부하에서 날개를 달았다. 아베 집권 이후 일본의 군사비는 8년 연속 증가해 2020년 군사비는 역대 최대인 5조 3000억 엔(약 60조 원)에 이른다.
그러나 전수방위 원칙 때문에, 자위대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전력을 가졌음에도 탄도미사일과 같은 공격용 무기가 없고, 장거리 투사 능력도 부족했다.
아베는 군사대국으로 나아가는 데 족쇄가 된 것들을 확실히 없애고자 했다. 그래서 집단적 자위권을 도입하고 개헌을 시도해 왔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군사적 공격성을 강화해 왔다. 2018년 “방위대강”에서 일본은 헬기 구축함인 ‘이즈모함’과 ‘가가함’ 두 척을 경항모로 개조하고 여기에 스텔스전투기 F-35B를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또,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로 전용할 수 있는 ‘극초음속 활공탄’도 개발 중이다. 항공모함과 사거리가 긴 탄도미사일은 일본도 제작할 능력이 있지만, ‘공격적’ 군사력으로 여겨져 직접 보유하지는 않고 미국에 의존하던 것들이다.
그런데 이제 “적 기지 공격 능력을 보유”하겠다고 대놓고 밝히고서 이런 일들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적 기지 타격 능력 보유가 공식 결정되면 미국산 미사일 재즘(JASSM, 사거리 900킬로미터)이나 토마호크와 같은 미사일 도입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이런 각종 무기 체계 도입은 일본이 미국의 중국 견제 전략, 즉 미사일방어체계(MD)와 더 긴밀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6월 〈마이니치〉 신문은 “미국은 동아시아에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검토 중인데, 일본에 (미군 미사일을) 배치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위대의 지상 발사형 중거리 미사일 보유도 물밑에서 협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제국주의 간 경쟁
일본의 이런 시도는 동아시아에서 악화돼 온 제국주의적 긴장과 갈등을 배경으로 한다.
아베 정부는 중국의 군사력 증강이 일본에 커다란 위협임을 숨기지 않아 왔다. 2020년 일본 방위백서는 ‘중국의 군사적 위협’을 설명하는 데 가장 많은 비중을 할애하며, 중국이 “계속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국방비를 증액[하고] … 군사력의 질·양을 광범위하고 급속히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본은 중국이 태평양과 인도양 같은 더 먼 바다로 영향력을 확대하려 하면서 일본 주변 해·공역에서 활동을 늘리는 것을 크게 우려한다. 이런 배경에서 지난 10년간 센카쿠(댜오위다오) 열도 주변에서 중국과 일본은 하루가 멀다 하고 서로 전투기를 발진시키며 위험을 고조시켜 왔다.
일본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론도 펴지만 핵심은 북한보다 중국이다.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촉발한 세계경제의 급속한 추락은 국가 간 경제적·지정학적 경쟁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무역, 남중국해, 대만·홍콩 문제 등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일본은 중국을 견제하려고 일본의 군사적 구실을 더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대응 실패와 경기 추락, 잇따른 부패 스캔들로 아베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것도 한 배경인 것으로 보인다.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보통 국가’로 만들겠다는 기치는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전통적인 수단이었다.
한편, 한국 국방부는 일본의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 추진에 대해, 일본이 헌법상 전수방위 개념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정부는 일본이 한국의 양해를 구하지 않고 한반도(북한)에 들어와 전쟁을 벌이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백악관 전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턴의 회고록을 보면, 문재인은 트럼프에게 북한과 싸우게 됐을 때, 한국은 일본과 하나가 돼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병력이 한국 땅에 발을 들이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미국·일본의 부차적 파트너로서 협력해 온 까닭에, 일본의 군사대국화와 한반도 개입 문제에 결코 일관되게 반대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 준다.
실제로 한미동맹 강화 기조 속에서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에 조금씩 편입돼 왔다. 지난 8월 9일에 발표된 ‘2021~2025년 국방중기계획’에는 한국의 MD를 전보다 한층 강화하는 계획이 포함돼 있는데, 이는 미국 주도의 MD에 참여하게 될 가능성도 높이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한국이 미국을 매개로 일본과도 군사적으로 더 긴밀한 관계를 맺게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일본(과 미국)의 공격 능력 강화 시도는 동아시아를 점점 더 위험한 화약고로 만들어 평화를 위협할 뿐이다. 이미 이 지역에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는 상대방을 겨냥해 군사력 배치를 늘리고, 공격성을 더해 왔다. 일본의 행보는 이런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