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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왜 자꾸 미뤄지고 있는가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에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환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갈수록 임기 내 전작권 환수는 요원해지고 있다.

한국은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한 직후 맥아더의 요청에 따라 미군에 작전통제권을 넘겼다. 한국전쟁 이후에도 작전통제권은 주한미군사령관(한미연합사령관)에게 위임됐다. 1994년 평시작전통제권이 환수됐으나, 전작권은 환수되지 않은 채 오늘날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언제 전작권이 환수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2020년 10월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양국 국방장관들은 전작권 환수 일정을 합의하지 못하고, “[전작권 환수] 조건들이 충분히 충족되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11월 주한미군사령관 로버트 에이브럼스는 “지금 전작권 전환 시기를 말하는 것은 시기 상조”라고 말했다. 에이브럼스는 여건상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전작권 환수는 어렵다고 한 것이었다.

주한미군사령관 로버트 에이브럼스. 미국에게 전작권은 한미동맹의 부차적·형식적 요소일 뿐이다 ⓒ사진공동취재단

앞서 박근혜 정부 시절에 한·미 두 정부는 ‘연합작전을 주도할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초기 대응능력’, ‘한반도와 역내 안보 환경’ 등을 전작권 환수의 조건으로 합의했고, 문재인 정부도 이를 그대로 계승했다. 그리고 이 조건들이 전작권 환수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들이 보기에, 한국군의 작전통제권을 여전히 주한미군사령관이 갖고 있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다. 미국 정부는 평범한 한국인들의 요구나 압력으로부터 훨씬 자유롭기 때문이다. 즉, 전작권은 한국 정부가 돌려받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미국이 한국군의 작전통제권을 갖고 있는 게 한·미 관계가 일방적인 종속 관계임을 보여 준다고 할 수는 없다. 분명 세계 최강 미국과 그 파트너인 한국의 관계가 대등하지는 않으나, 한국 지배계급도 그 나름의 이해관계를 갖고 한미동맹을 지지해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작권 문제는 한국이 냉전 시절에 안보를 주한미군에 크게 의존해 왔고 수십 년 동안 한미동맹을 통해 국제적 위상 제고와 경제성장을 도모해 온 역사적 맥락과 관련된 문제다.

한국 정부가 전작권을 온전히 행사하게 된다고 해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날 확률이 획기적으로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한국 정부도 미국 못지않은 호전성을 보여 긴장을 높인 적이 많았다. 예컨대, 1999년 서해교전이 발발한 주된 원인 중에는 당시 김대중 정부가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호전적인 강경 대응을 한 점이 있었다. 그리고 2010년 연평도 상호 포격 사태 직후 이명박 정부는 북한을 상대로 폭격기까지 동원한 대대적인 보복을 감행하려고 해, 오히려 미국 정부가 한국을 말려야 했다(당시 미국 국방장관 로버트 게이츠의 증언).

무엇보다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제국주의 경쟁이 지속되는 한 한반도의 불안정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고 간헐적인 군사적 긴장과 전쟁 우려는 계속될 것이다.

또한 전작권이 환수돼도, 한미연합사는 해체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가 전작권 환수 후에도 명칭만 미래연합사로 바꾼 채 유지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따라서 작전통제권이 온전히 한국 정부의 손으로 돌아오더라도 한미동맹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도, 한반도 불안정이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

조건

문재인 정부가 조건들이 충족되면 전작권을 돌려받기로 미국과 합의했기 때문에 한국은 그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애써야 한다. 그런데 ‘연합작전을 주도할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과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초기 대응능력’을 갖추다는 것은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의 지속과 한국의 어마어마한 군비 증강을 의미한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대규모 한미연합훈련들이 잇달아 취소됐는데, 이것이 전작권 환수가 미뤄지게 된 한 계기가 됐다. 그러나 이는 바꿔 말해, 전작권 환수가 대규모 한미연합훈련들이 재개될 명분이 된다는 얘기다.

앞서 2017년 6월 대통령 문재인은 한미정상회담에서 전작권을 조속히 “전환”하기로 하면서, “상호 운용 가능”한 미사일방어체계(MD) 전력과 “연합방위를 주도”할 핵심 군사능력을 확보하기로 약속했다. 당연히 “상호 운용 가능한” 미국산 첨단 무기를 한국이 많이 수입하겠다는 얘기다. 지난 10월 한미안보협의회에서 당시 미국 국방장관 마크 에스퍼도 한국의 미국산 무기 구매를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그리고 전작권 환수 조건에 “역내 안보 환경”이 있다는 점은 미국이 한국에 대중국 견제에 더 많이 협조하도록 요구하는 데도 이롭다. 지금 미국이 전작권 환수에 소극적으로 구는 것은 이 점과 연관돼 있을 것이다.

이처럼 미국은 한국이 미국의 세계 패권 전략을 뒷받침하기를 바라며 이를 위해 한미동맹 강화와 한국의 군비 증강을 원해 왔다. 그리고 이 문제를 전작권 환수와 연계해 왔다. 따라서 “자주 국방”을 위한 문재인 정부의 군비 증강 등이 한미동맹의 요구에 화답하는 꼴인 것이다.

그러나 비록 지금 미국이 전작권 환수에 소극적으로 나오지만, 앞으로 영영 한국군 전작권을 쥐고 있으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전작권 환수 문제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강화라는 맥락과도 관련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방부는 미군이 지역적 경계를 넘어 전 세계에서 역동적이고 통합적으로 운용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지금 이와 관련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군 재배치가 논의되고 있다.

미군의 이런 “역동적 전력 활용” 개념은 주한미군의 역할 재조정을 예고한다. 즉,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을 위해 한반도에 붙박이로 고정된 역할 비중은 전보다 더 줄어드는 반면에 한반도 바깥의 상황에 더 자주, 더 유연하게 대응하는 군대가 되는 것이다.

미군의 전략 변화는 동맹국들이 현지에서 더 많은 “안보 분담”을 해야 한다는 미국의 요구와 맞물린다. 그럴수록 해외 주둔 미군이 자기 주둔지의 안보 부담을 덜고 자유롭게 움직일 여지가 확보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작권 환수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강화되는 데 필요한 조처가 될 것이다.

따라서 전작권 환수는 당연히 이뤄져야 할 조처이나, 이것이 한반도 상황에 커다란 진전을 낳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전작권 환수가 추진되는 맥락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 까닭이다. 그리고 전작권 환수를 명분으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군비 증강과 친제국주의적 협력에 반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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