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50년에도:
특고·플랫폼·영세사업장 노동자는 “근로기준법 배제 말라”
〈노동자 연대〉 구독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 준수를 요구하며 분신한 지 50년이 지났다.
근로기준법(이하 근기법)은 노동자에게 최소한 보장해야 할 노동조건을 규정해 놓은 법률이다. 근로시간의 상한, 휴게시간, 유급휴가, 부당해고 금지 등.
사용자들은 이런 법률조차 무시했지만,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많은 사업장에서 근기법 적용을 쟁취했다.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고 잘 싸운 사업장들에서는 근기법을 상회하는 조건을 쟁취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도 곳곳에서 근기법 위반 실태가 적발되곤 한다.
올해 상반기 노동부가 비정규직을 많이 고용하는 300인 이상 제조업체 588곳에서 근기법 위반 여부를 점검한 결과 293곳에서 모두 572건의 위법사항이 적발됐다. 임금이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근로계약 미체결, 휴일·휴가 위반 등이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최근 5년간 상위 20대 건설사 모두 근기법을 위반한 사실이 폭로됐다.
이 외에도 수많은 위반 사례들이 적발되지만 사용자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심지어 사용자들은 코로나19 확산 위기를 이용해 노동자들의 조건을 끌어내리려 하거나 아예 법을 개악하려고도 한다. 탄력근로제를 확대하는 근기법 개악 시도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근기법 테두리 밖 노동자들도 여전히 많다.
근기법 자체가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 의무를 면제해 주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11조는 상시 4인 이하 작업장에 대해서는 대통령령으로 근기법의 일부만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약 580만 명으로 추산되는 5인 미만 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을 더욱 열악한 조건에 처하게 한다. 2019년 헌법재판소는 “일부 영세사업장의 열악한 현실을 고려”한다는 이유로 5인 미만 사업장에 해고 제한을 적용하지 않는 현행법이 합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사용자들의 이윤을 걱정해 주느라 노동자들을 열악한 처지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영세 사업장 노동자 중 많은 수는 근로계약서조차 작성하지 않고 일하고 있다.
이런 허점을 이용해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실제 5인 이상이지만 서류상으로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위장 신고)도 성행하고 있다.
위장 자영업자
특히나 사용자들은 근기법 상 여러 의무들을 회피하기 위해 기존 고용 노동자들을 개인사업자로 둔갑시켰다. 화물기사, 택배 노동자, 건설 노동자, 학습지 노동자 등이 구조조정 속에서 개인사업자로 전환됐다.
자영업자로 위장된 특수고용 노동자 특성상 그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지만, 최대 221만 명으로 추산(한국노동연구원 2019)되며 그 수는 점점 늘어 왔다. 최근 늘어난 플랫폼 노동자들도 특수고용 노동자들과 처지가 같다.
사용자들은 이런 방식을 통해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사용자 부담금을 아끼고, 최저임금이나 유급휴가 지급 의무도 지지 않을 수 있었다. 해고하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계약 해지’라는 명목으로 일감을 주지 않으면 됐고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됐다.
근기법 보호에서 제외된 노동자들은 더욱 열악한 처지로 내몰렸다. 택배 노동자들이 주 52시간을 훌쩍 뛰어넘은 주 평균 71.3시간을 일하다 과로사 해도 기업주들은 근기법 위반으로 처벌받지 않는다. 사업주가 마땅히 부담해야 할 보험료, (차량 등) 대여료 등을 노동자 개인이 부담하다 보니 지출도 많다. 음식배달 라이더는 플랫폼 앱 사용료, 중개업체 수수료, 유류비 등으로 월 평균 46만 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성남시 조사)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근기법 사각지대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데 미온적이다.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언급도 없고,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은 한사코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특수고용 플랫폼, 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