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행세” 물리는 구글:
독점을 무기삼는 ‘혁신 기업’의 대명사
〈노동자 연대〉 구독
구글의 “통행세”가 논란이다. 얼마 전 구글은 자사 ‘앱마켓’을 이용해 설치한 안드로이드 앱에서 디지털 상품을 판매할 때 구글의 결제 시스템을 사용해야만 한다고 발표했다.
구글의 스마트폰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는 전체 스마트폰 운영체제의 74.2퍼센트를 점유하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자 4분의 3이 구글의 앱마켓을 이용해야만 각종 서비스를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구글 앱마켓의 디지털 상품 결제 수수료는 30퍼센트다. 지금까지는 이를 게임 결제에만 의무 적용을 했는데 내년부터 영상이나 음악 같은 구독 서비스에도 적용하겠다고 한다. 노동계급 입장에서는 음악, 동영상, 웹툰 같은 디지털 상품의 가격이 오를 수 있다.
이 정책이 겨냥하는 것은 아마도 넷플릭스 같은 경쟁사들일 것이다. 최근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구글 자회사인 유튜브와 넷플릭스는 시장 분할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디즈니와 애플도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에 진출했다.
구글은 자신이 사실상 지배하는 안드로이드 앱마켓을 이용해 경쟁사를 견제하려 한다. 구글의 앱마켓을 통해 앱을 판매하는 기업은 구글의 정책을 따르지 않으면, 앱에서 결제를 받을 수 없게 된다. 넷플릭스 같은 거대 기업은 다소 피해를 보더라도 앱 결제를 포기할 테지만, 신생 기업은 구글의 정책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 애플의 ‘앱스토어’에서는 이미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구글은 “개방성”을 바탕으로 “자유로운” 인터넷 세계를 만들어가는 기업인양 여겨져 왔다. 그러나 독점 기업이 된 지 오래다.
구글은 지금 미국에서 반독점법 소송에 직면해 있다. 구글 검색을 스마트폰과 브라우저들의 기본 설정으로 탑재시키기 위해 애플, 삼성, LG, 모토로라 등 스마트폰 제조업체들과 브라우저 개발사들에게 수십억 달러를 지불해 왔기 때문이다. 구글은 이를 위해 애플에 매년 80억~120억 달러(약 9조~13조 6000억 원)를 지불해 왔다. 그 대가로 아이폰은 미국 내 검색량 절반을 구글에 안겨 줬다. 구글의 수익 대부분은 이 검색 결과에 따라붙는 광고에서 나온다. 스마트폰 운영체제 시장을 양분하는 이 두 업체는 사실 끈끈한 공생 관계이기도 한 것이다.
구글 반독점 소송의 결과가 ‘공정한’ 경쟁을 통한 검색의 발전일 것 같지는 않다. 새로운 경쟁이 시작되더라도 귀결은 또다른 독과점의 출현일 것이다. 야후와 구글, 마이 스페이스와 페이스북, 노키아와 애플 등의 역사가 이를 보여 준다.
사실 독과점은 자본주의 시장 경쟁의 자연스러운 결과다. 자본의 규모가 시장 경쟁에서 유리한 지위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르크스는 자본의 집적(성장)과 집중(다른 자본 흡수)을 법칙이라고 했다.
구글도 독점을 지키는 무기로 인수합병(집중)을 활용한다. 구글은 검색 광고 업체 세 곳을 인수해 경쟁자를 제거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구글의 핵심 무기가 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도 구글이 2005년에 인수한 것이다. 페이스북도 경쟁사인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메신저를 인수했다. 페이스북은 스냅챗도 인수하려다 실패하자 서비스를 배꼈다. 배낀 것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스토리” 기능이다.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거대 기업들은 향후 경쟁사가 될 만한 소기업에 회사를 매각하지 않으면 똑같은 서비스를 런칭해 망하게 하겠다고 협박하곤 한다.
네이버도 독점적 지위로 경쟁사를 견제하기는 마찬가지다. 네이버는 검색 알고리듬을 조작해서 자사 쇼핑 상품과 동영상을 경쟁사의 것보다 우선 노출시키다가 최근 과징금 269억 원을 물었다.
인터넷 기업들이 전통적 기업들과 다를 것이라는 환상과 달리, 이들은 경쟁자 추격이나 시장 지배를 위해 전통적 기업과 기꺼이 협력하고 이들의 공식을 따랐다. 한국에서 구글은 자사 결제 시스템 이용 중 휴대폰 소액결제로 발생하는 이익의 절반을 통신 3사와 나눈다. 구글은 2019년 미국에서만 로비 자금으로 1270만 달러(약 144억 원)를 썼다.
인터넷이 위계나 권력이 작동하지 않는 ‘평평한’ 공간이라는 환상은 시간이 갈수록 근거를 찾기 어려워졌다. 새 시장은 새 독점 기업들이 경쟁자들을 밀어내는 기존의 시장과 닮아가고 있다. 인터넷 공간은 자본주의 법칙에서 예외가 되는 공간이기는커녕 자본주의의 기존 법칙이 그대로 때로는 더욱 극적으로 관철되는 공간임이 드러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