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 노동통제...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전 세계 이케아 노동자들은 어떻게 싸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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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는 현재 약 50개 나라에 400곳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노동자만 20만 명을 고용한 것으로 추산된다. 생산 하청업체들까지 합치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한국에서도 매장이 4곳으로 확대됐고, 평택에 대규모 물류창고도 건설할 예정이다.
한국의 이케아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고 투쟁에 나서면서 열악한 노동 실태가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 이는 한국만의 일도 아니다. 글로벌 기업 이케아는 전 세계에서 저임금 불안정 노동을 확산해 왔다.
이케아 생산 하청업체의 노동 환경을 조사한 ILO 보고서(2015년)는 등나무 가구를 만드는 제3세계 이케아 하청 노동자 중 상당수가 최저임금조차 못 받으며, 특히 여성의 처우는 더 열악해 3분의 2 이상이 최저임금 미만이라고 지적했다. 1990~2000년대에 이케아는 제3세계에서 아동 노동을 착취해 큰 비판의 대상이 돼 왔다.
한편, 유럽과 미국에서도 이케아에 맞선 저항은 계속돼 왔다.
2011년 미국 버지니아주(州) 이케아 공장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섰다. 이 노동자들은 저임금·장시간 노동에 비인간적인 노동 통제까지 겪어 왔다.
당시 한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가족 사망으로 출근을 못할 때 - 벌점 1점, 휴식 시간이 아닐 때 화장실 가기 – 벌점 1점. 벌점 5개면 문서 경고를 받고 9개면 해고 당합니다.”
어떤 노동자는 관리자가 화장실을 못 가게 해 결국 옷에 지렸는데, 옷을 갈아입으러 휴게실에 갔다는 이유로 벌점을 받았다.
국제운수노련이 유럽의 이케아 제품 운송 노동자들의 조건을 조사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운송 노동자들은 한 달에 200유로(약 300만 원)도 못 버는데, 몇 주 혹은 몇 달간 트럭에서 잠을 자며 일을 해야 했다.
한 루마니아 트럭 노동자는 이 보고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계약서에는 우리가 시간당 8.50유로(약 1만 3000원)를 받는다고 써 있는데 거짓말입니다. 그 정도를 벌지 못해요. 게다가 제가 어디서 먹고 잡니까? 제 트럭 운전실이에요. 이렇게 두 세 달을 사는 건 정상이 아니에요.”
노조 탄압
이케아는 미국·아일랜드·포르투갈에서 노동조합 결성을 방해하기도 했다. 중간 관리자들이 위압과 협박을 가했다. 프랑스에서도 이케아 사측이 노동자들을 뒷조사하려고 경찰 문건에 불법적으로 접근했다는 혐의가 폭로됐다.
이에 대해 이케아 사측은 잡아뗐지만, 우연히 노조 탄압과 관련한 내부 문건이 발견되면서 악랄한 실태가 드러났다.
미국에서 이케아 사측은 악명 높은 ‘잭슨 루이스’ 로펌을 고용해 노조 탄압 계획을 짜 왔다. 이 로펌은 노동조합을 “제3자”, “외부인”으로 묘사해 비노조원과 이간질시키고, 업무 평가를 핑계로 노조 활동가를 해고하는 방법을 상세히 조언했다.
그럼에도 미국 등지에서는 이런 방해 행위들을 뚫고 노조가 건설됐다.
최근 영국 글래스고의 이케아 사측은 코로나19 와중에 유급병가 수당을 후퇴시키려 했다. 그리고 이런 사측의 계획을 폭로한 노동조합 대표를 “기밀 유지” 위반이라며 해고했다. 영국 전역의 이케아 매장에서 이 조처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비록 복직은 못 했지만, 이런 항의들에 밀려 이케아 사측은 노조 대표에게 상당한 위로금을 지급하는 양보를 내놨다.
이탈리아, 프랑스, 캐나다 등에서도 이케아 노동자들은 파업과 저항을 벌여 왔다.
한국의 이케아 노동자들의 저항은 전 세계에서 횡포를 부리는 ‘가구 공룡’ 이케아에 맞선 글로벌 노동자 저항의 일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