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취재
‘인권 존중 기업’ 이케아의 위선적인 노동 통제:
1인 다역 업무에 임금은 최저, 이뿐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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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가구 제작·판매 기업 이케아 한국지사 노동자들이 투쟁 중이다. 노동자들은 대부분 시간제인 무기계약직이다. 이케아 사측은 최저임금 수준으로 임금을 지급하면서, 유연한 시간제 근무로 노동자들의 삶을 불안정하게 하고, 탄력근로제로 추가 수당도 없이 노동자들을 부려 왔다.
노동자들은 식사 시간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고 연차조차 2개월 전에 내야할 정도(노동법 위반이다)로 자율성이 없었다. 시간제로 운영되는 극도로 불규칙한 근무 스케줄에 안정적인 일상은 꿈도 꾸기 어렵다. (이케아의 시간제 노동, 유연근무 실태에 관해서는 본지 345호 “‘사회 공헌 기업’ 이케아의 이율배반, 노동자는 죽어 나가요”를 보시오.)
노동자들은 올해 2월부터 마트노조 이케아코리아지회를 만들고 하루 6시간 이상 근무, 유급 휴게시간 보장, 임금 인상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수차례 교섭에도 진전이 없자, 11월 29일부터 전 조합원 태업에 들어갔다.
이케아코리아지회는 이 태업을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말한다. 그동안 이케아 노동자들이 비정상적으로 심각한 업무 강도에 시달려 왔기 때문이다.
취재팀은 이케아 광명점을 찾아 노동자들의 실태를 들여다봤다.
평일 낮 시간대인데도 이케아 광명점은 사람들이 많았다. 이 곳은 전 세계 이케아 매장 중 세 번째로 크다. 제품 종류만 1만 개에 달하고, 매장 규모는 5만 9000제곱미터로 축구장의 8배 크기라고 한다.
그러나 넘쳐나는 물건과 방문객 사이에서 이케아 노동자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커다란 전시 공간(‘쇼룸’)에 이케아 노동자는 겨우 1~2명밖에 없었다. 이케아 사측이 적은 인력을 최대한 쥐어짜고 있기 때문이다.
이 노동자들은 ‘세일즈’ 노동자로, 제품 안내와 구매 상담을 담당한다. 그런데 그 외에도 안내판 교체, 청소, 물품 정리 등 온갖 일들을 떠맡고 있다.
제품에 쌓인 먼지를 닦고 터는 일도 세일즈 노동자의 몫이다. 사측이 청소 용역업체의 청소 횟수를 하루 한 번에서 일주일에 한 번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노조의 태업 지침에는 2인 1조로 사다리 작업하기도 포함돼 있다. 세일즈 노동자들은 안내판 교체 작업을 혼자 해야 했는데, 그러다 떨어져서 갈비뼈가 부러지는 일들도 있었다고 한다.
세일즈 노동자들의 책상에는 작은 의자가 있다. 노조를 만들고 나서 생긴 것이다.
그런데 의자가 있어도 앉을 새가 없다. 대부분 시간제라서 짧은 근무 시간 동안 다양한 업무를 정신없이 해야만 한다. 이케아 사측은 그만큼 착취율을 높이고 시급을 절감할 수 있다.
한 세일즈 노동자는 겨우 숨을 돌리며 말했다. “너무 바빠서 거의 앉을 시간이 없었어요. 계속 돌아다녀 가지고.”
인력 부족 때문에 손님도 불만을 쏟아낸다. 아무리 둘러봐도 직원이 없다 보니 기다리다 못한 손님이 직원 책상 위의 전화기에 재다이얼을 눌러서 전화를 받은 아무에게나 따지는 일도 있다.
“가장 위층인 ‘쇼룸’부터 보고 손님들이 계산대로 내려가잖아요. 그런데 손님들이 뭘 물어보고 싶어도 사람이 없으니까 그런 불만이 쌓이고 쌓여서 저 밑에 계산대에서 터지는 거죠. 노조 만들고 나서는 [이것이 사측이 말하는] ‘불필요한 비용이냐’고도 제기했어요.”(정윤택 이케아지회 지회장)
밀려드는 계산에 화장실도 못가다
이케아 내부 식당은 노동강도가 매우 높은 곳 중에 하나다.
인력 부족으로 한 노동자가 여러 일을 담당하는 건 이 부서도 마찬가지다. 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음식 계산, 카트 정리, 테이블 관리, 청소, 설거지에 코로나19 QR 체크인 안내까지 1인 다역을 떠맡고 있다.
순식간에 계산 줄은 10명 넘게 늘어났다. 계산 노동자 두 명이 감당하기에는 벅차 보였다. 밀려드는 계산 때문에 화장실도 가기 어렵다. 화장실을 가려면 다른 노동자에게 부탁해야 하는데, 그러면 관리자에게 문의해야 한다. 부담스러워서 잘 못 하는 노동자들이 많다.
노동자들은 ‘화장실 자리 비움’ 팻말을 1년 동안 요구했지만 사측은 들어 주지 않는다.
설거지 업무는 식당 노동자들이 말하는 가장 고된 업무다. 화려한 식당 한 켠에서 노동자 한 명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끝없이 쏟아지는 설거짓거리를 해치우고 있었다. 언뜻 봐도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많은데, 정윤택 지회장은 “오늘은 태업 중이라 그나마 컨베이어 속도를 제일 느리게 해 놓은 것”이라고 말한다.
“예전에는 이렇게 느리게 놓고 작업하면 관리자들이 와서 속도를 올렸어요. 그러면 끝에서 그릇이 밀려서 쏟아지고 깨지고 그랬죠.”
주방에서 요리하는 노동자들은 인력이 부족해 2인 1조로 들어야 할 무거운 집기·기름통을 혼자 나르곤 했다. 게다가 이케아가 “지구를 아낄” 도심형 농장이라며 식당 내부에 대형 채소 재배 시설까지 들여놔 노동자들은 농사까지 떠맡게 됐다.
식당 노동자들은 다른 부서와 달리 휴게시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없다. 그래서 운 나쁘면 쉬는 시간이 점심시간 이후로 배치돼 밥을 굶고 일할 때도 있다.
높은 업무 강도 때문에 식당은 퇴사율도 높다. 인력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퇴사가 잦고, 이는 남은 노동자들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돌아온다.
지게차
영업 개시 전, 물류 노동자들은 수많은 상품들을 창고에 채워 넣는다. 부피가 큰 가구도 진열하다 보니 창고 높이가 매우 높다. 가장 높은 층 진열대 물건은 밑에서 잘 보이지도 않을 정도다.
지게차 등으로 물건을 올리고 내리는 물류 노동자들은 2인 1조로 근무하는 게 필수적이다. 하지만 인원이 너무 없다 보니 지게차 운전자가 바깥으로 고개를 내밀어 물건 위치를 확인하며 작업하는 경우도 있다. 물류 노동자들은 그나마 자신들이 숙달돼서 여태까지 사고가 없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노동자들의 임금은 동종 물류업계 노동자의 평균 임금 축에도 끼지 못할 정도로 저임금이다. 이케아 노동자들은 대부분 최저임금 수준을 받고 있다.
이처럼 이케아는 저임금 시간제 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굴러가고 있다. 적은 인원이 분주하게 일하는 방식이 몸에 밴 노동자들은 “태업이 더 힘들다”며 웃어 보였다.
반면, 이케아코리아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올해 매출이 지난해 대비 33퍼센트 늘어 6634억 원을 기록했다. 이런 이윤 증대를 기반으로 팝업 스토어와 신규 매장 확대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케아는 평택에도 아시아 최대 규모 물류 창고를 세울 계획이다.
그러나 이케아 노동자들은 이 성장의 과실을 전혀 나눠 갖지 못했다. 오히려 골병과 삶의 불안정을 얻었을 뿐이다.
이미 글로벌 기업 이케아의 착취와 노동법 무시는 여러 나라에서 비판과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정윤택 지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미국, 아일랜드, 포르투갈에서도 이케아의 노조 탄압 행위가 있었다고 해요. 중간 관리자들이 방해·위압을 가했던 거죠. 노조가 항의했는데 사측은 ‘자기들은 노동 친화적이고 어쩌고’ 매번 하는 말을 반복했어요. 그런데 우연히 노조 탄압 내부 문건이 발견된 거죠. 이처럼 이케아가 노동자를 무시하는 건 한국만의 일도 아닌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