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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공헌 기업’ 이케아의 이율배반, 노동자는 죽어 나가요”

이케아 코리아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고 있다. 이케아 노동자들은 이케아 매장에서 계산, 물류, 고객 응대, 식당 일들을 담당하고 있다. 대부분 시간제인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이다. 노동자들은 저임금, 불안정 노동에 시달려 왔다.

이케아는 스웨덴의 가구 제조 판매 기업(현재 본사는 네덜란드)으로 한국에는 6년 전 첫발을 떼 현재 매장 네 곳을 운영하고 있다.

이케아는 특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기로 유명하다. 이케아는 환경 보호, 안전하고 공정한 노동 환경, 지역 주민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기업 가치로 내세우고, 성소수자 인권과 성평등을 지지한다고 밝힌다.

하지만 이케아 노동자들은 “고객에게는 그렇게 이미지 광고를 해놓고 정작 우리의 피를 빨아먹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린다.

특히 낮은 임금에 대한 불만이 높다. 이케아 노동자들은 대부분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다. 이케아 코리아 노동자들은 해외 이케아 매장 노동자들이 받는 주말수당, 특별수당은 못 받아 왔다.

게다가 임금 인상이 상당히 억제되는 직무급제를 적용받고 있다. 그마저도 업무 평가로 인상 폭이 정해지고, 업무 평가를 낮게 받으면 시급이 50원이나 100원밖에 오르지 않은 경우도 허다하다.

업무 평가도 노동자를 쥐어짜고, 임금을 떨어뜨리는 주범이다.

“‘이케아 가치’라는 게 있어요. 관리자 그룹이 하는 일을 저희 같은 노동자에게 기획해 오라는 거예요. 중간 관리자 일을 ‘제가 해보겠습니다’ 하고 자발적으로 떠맡으면 업무 평가를 좋게 주는 구조인 거예요. 연세가 있고 그런 기획 못 하는 분들은 매번 최하점을 받는 거죠.”(정윤택 마트노조 이케아지회 지회장)

직종마다 있는 평가 기준도 비현실적이다.

창고에서 물건을 가져오는 물류 노동자의 경우 5분 안에 물건 하나를 꺼내야 한다. 그런데 창고 끝에 가는 데만 6분이 걸린다.

계산 담당 노동자들의 경우 고객 한 명을 몇 분 안에 상대하는지가 평가 기준이다. 대량 구매하는 고객이라도 상대하게 되면 성과가 떨어진다. 노동자가 고객을 선택할 수도 없는데 말이다.

이케아 사측은 노동자끼리 임금 공개를 금지한다. 임금이 “프라이버시”라는 것이다. 임금 공개 시 해고를 비롯한 징계가 가능하다. 이는 해외 기업들이 노동자들을 통제하려 자주 써먹는 방식이다.

이케아 사측에게 유리한 건 “글로벌 기준”을 들이대고, 불리한 건 한국 “현지화”인 것이다.

사회 공헌을 자랑하는 스웨덴 기업 이케아(본사는 네덜란드), 그러나 자기들 유리한 것만 "글로벌 기준"을 들이대고 불리한 건 "현지화"하고 있다 ⓒ양효영
이케아 광명점은 아시아 최대 크기 매장이다. 주말에는 쇼핑을 즐기러 온 가족 단위 고객들이 넘쳐난다. 그러나 시간제·탄력근로제로 노동자들은 늘 인력 부족에 허덕인다. 한 노동자는 "코로나 국면에도 이케아는 엄청 성과를 냈는데 우리에게는 돌아오는 게 없다"며 토로했다 ⓒ양효영

시간제 노동과 탄력근로제

시간제 노동과 탄력근로제는 노동자들의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을 파괴해 왔다.

이케아 사측은 시간제 노동자를 사측이 원하는 시간에 퍼즐 맞추듯이 배치해 인건비를 줄여 왔다.

이케아 전체 노동자의 60퍼센트가 주 16시간, 20시간, 25시간, 28시간, 32시간 등 시간제로 일하고 있다.

투잡을 뛰거나, 가족을 돌보거나 하는 일 때문에 시간제를 택하는 노동자도 있지만, 시간제로 시작해서 풀타임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노동자들도 있다.

그런데 근무 스케줄이 사측 마음대로 조정되다 보니, 심지어 16시간 시간제 노동자가 주 4일을 출근하는 경우까지 생긴다. 사측이 하루에 4시간씩 잘게 쪼개서 근무 스케줄을 짠 것이다.

한 이케아 노동자는 “4시간 근무하려고 2시간씩 걸려 출근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교통비가 더 깨지는 거죠” 하고 토로했다.

게다가 6시간, 7시간, 8시간 불규칙하게 스케줄이 배당되고, 고용을 유지하려면 이케아 ‘스케줄 가용성’을 늘리라는 압박도 들어온다. 주 2일, 3일 고정으로 일하던 노동자에게 하루 더 근무 일정을 늘리라고 압박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루 이틀 근무 일정을 늘리면, 몸은 일주일 내내 이케아에 묶여 있지만, 임금은 16시간, 20시간어치밖에 못 받는다.

여기에 탄력근로제가 결합돼 더욱 심각한 노동조건 악화를 낳고 있다. 사측은 일감이 몰릴 때 추가 수당 지급 없이 노동자를 부려먹어 왔다.

이렇듯 시간제, 탄력근로제는 이케아 사측에게 무제한의 유연성을 주지만 노동자의 삶은 경직되게 만들고 있다. 이케아 노동자들은 연차조차 2개월 전에 내야 한다!

인력 부족도 심하고, 짧은 시간에 노동강도가 너무 높아 몸이 상하는 노동자도 많다.

인건비=“불필요한 비용”? 인력 쥐어짜기를 포장하는 이케아 ⓒ양효영

명절 선물

“회사가 6년 동안 저희에게 ‘이케아 가치’라고 떠들던 얘기들이 있어요. 사회적 기업을 추구한다는 거예요. 회사가 임금을 낮게 책정하는 이유는 고용을 한 명이라도 더 해서 지역사회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거래요. 너무 이율배반적으로 느껴지는 거예요. 여기 현재 일하는 직원들은 죽어가고 있는데요. 원래 광명점 노동자가 700명이 넘었어요. 그런데 580명대로 줄었어요. 못 견디고 떠난 거죠.” (정윤택 마트노조 이케아지회 지회장)

이런 불만 속에서 올해 2월에 노조가 생겼다. 전체 이케아 매장 노동자가 2000명 정도인데, 빠르게 성장해 현재 750명을 넘어섰다.

노조가 생기고 난 후 이케아의 현실이 널리 알려지자, 사측도 노동자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 “글로벌 기준”을 이유로 명절 선물도 없었는데, 올해 추석과 노동절에 선물도 나왔다. 더 이상 관리자 눈치를 보지 않고 할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노동자들에게 큰 변화다.

“저는 4년 차인데, 여기 창립 멤버들이 다 하시는 말이 6년 다녔지만 노조 생기고 제일 좋았다고 해요.”(정윤택 지회장)

노조는 의무 휴업일 보장, 하루 최소 6시간 이상 근무, 출근 사이 14시간 휴식 보장,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7개월간 이어진 임단협 교섭에서 사측은 노동자들의 요구를 충분히 수용하고 있지 않다. 현재 노동자들은 몸벽보를 입고 근무를 하고, 매장 안에서 팻말 시위 등을 벌이고 있다.

몸벽보를 부착하고 근무하는 이케아 노동자 ⓒ양효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