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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우파는 물론이고 문재인 정부와도 싸우자

새해 시작부터 문재인 정부의 모순과 약점들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코로나 확산과 서울 동부구치소의 집단 감염 사태는 K방역의 실체와 문재인 정부의 무책임을 드러냈다. 민주당 당대표 이낙연이 꺼내든 이명박·박근혜 사면론은 여권의 자중지란을 불렀다. 일명 ‘정인이 학대 사망 사건’은 경찰의 부실 수사와 관련해 정부에 악재가 되고 있다.

특히, 생지옥을 연상시키는 동부구치소 집단 감염은 지난해 추미애 법무부의 완벽한 직무유기가 낳은 참사다. 국가가 관리하는 집단 수용시설이 재소자에게 방역 마스크를 지급하지 않았다. 확진자와 미확진자가 한 방에서 생활하는 일이 벌어졌고, 으레 그랬듯이 구치소 측은 외부로 나가는 서신을 차단했다. 심지어 개인의 마스크 구매까지 막았다. 이 정도면 고의에 의한 직무유기가 의심될 정도의 사태이고, 명백한 정부 책임이다.

그동안 추미애는 자기 아들의 탈영 무마 의혹 제기에 “소설 쓰고 있네” 하며 사건을 덮기에 바빴는데(결국 추미애 라인의 검사들이 불기소 처분했다), 정작 소설에나 나올 법한 끔찍한 직무유기 범죄가 국가의 수용시설에서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K방역의 성공”이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얻은 가장 큰 반사이익이었다. 3월, 8월, 11월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질 때마다 코로나 방역 쟁점이 지지율 하락의 방어선 구실을 했다. 그런데 이제 코로나 감염 3차 유행이 시작되고, 동부구치소의 재앙적 실태가 드러나면서 코로나 문제도 정부 불신의 요인으로 바뀌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개혁” 거짓말로 진보 진영을 포섭하려 하지만, 위기에 몰리면 몰릴수록 우파와 기업주들에게 더욱 아부하며 구원의 손길을 요청한다 ⓒ출처 청와대

1월 6일에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항공 인수 문제를 다루는 대한항공 임시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 측이 반대표를 던졌다. 대한항공 주주의 이익에 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명분이었다. 물론 인수안은 무난히 통과됐다. 이미 정부 차원에서 결정해 재계의 동의를 얻은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 기관인 국민연금 측이 공개적으로 정부 방침과 반대되는 의견을 밝힌 것은 구조조정을 둘러싼 정부 내 이견이 있음을 보여 준다. (대규모 구조조정은 거의 언제나 지배계급의 내분과 이로 인한 국가 기구들 내 갈등을 일으킨다.)

정인이 아동학대 사망 사건도 정부에 악재다. 이미 지난해 한 차례 화제가 된 적이 있었으나 최근 SBS 〈그것이 알고싶다〉의 보도로 재점화됐다. 서울 양천경찰서가 정인이를 진찰한 소아과 의사, 이웃 주민 등에게 세 차례나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받고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것이 문제 되고 있다. 16개월된 유아가 상상하기도 힘든 끔찍한 고통 속에서 죽어갔는데도 경찰이 그것을 막을 기회를 스스로 놓쳐 버린 것이다.

경찰은 정인이가 사망한 뒤에야 비로소 수사에 들어가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고, 양천경찰서 담당 경찰관들에게 (경미한) 징계를 내렸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야 부검이 이뤄졌다. 양천경찰서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다룬 경찰청의 경찰개혁TF 팀장이었다. 수사를 맡은 서울남부지검은 재차 부검을 의뢰해, 현재 아동학대치사죄로 기소된 양부모들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로 고쳐 기소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

정인이 학대 사망 사건 논란이 경찰 수사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는 배경에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갈등과 경찰 수사권 강화를 “검찰 개혁”이라며 강행 추진한 정부에 대한 반감과 반격 의도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경향신문〉의 신년 여론조사에서는 지난해 가장 과잉 논의된 쟁점으로 검찰 개혁이 뽑혔고, 〈서울신문〉에서는 공수처가 권력 수사를 엄정하게 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정권의 레임덕을 막으려고 기를 쓴 바로 그 문제에서 신뢰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사면론도 문제가 됐다. 민주당 대표 이낙연이 국민 통합을 위해 둘의 사면을 문재인에게 적극 건의하겠다고 밝힌 것 때문이었다. 최근 문재인·민주당·이낙연이 모두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와중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사기극을 벌이는 한편, 또 다른 돌파구로서 우파에게 추파를 던진 것이다. 당연히 지지층에서 반발이 일었고 친문재인 신문 〈한겨레〉조차 비판을 가했다. 이런 반발들 때문에 문재인-이낙연 교감설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문재인과 이낙연의 관계, 박근혜 대법원 확정 판결이 1월 중순으로 예정된 점 등을 고려하면, 둘 사이에 교감이 있었고 이낙연이 총대를 멨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이낙연의 대선 경쟁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 쟁점에서 친문 계열의 눈치를 보며 두루뭉술한 태도를 취했다. “사면은 대통령 고유의 권한이고 정치인 사면은 통치 행위[로서] … 대통령이 결단할 영역[이다.]”

대통령 권한을 이용해 부정·부패를 저지른 자들을 사면한다면, 그것은 문재인이 ‘촛불 대통령’을 참칭하는 일을 말로라도 그만둔다는 상징적 행위가 될 것이다(실천은 진작에 그랬다). 공교롭게도 청와대-검찰 갈등 때문에 이명박·박근혜를 구속시켰던 검사들은 지난해 수난을 겪었다.

이명박·박근혜를 사면해야 국민 통합이 된다는 말은 이들이 포용하고자 한 국민이 누구인지 보여 준다. 이낙연은 지난해 연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약속했지만, 그 법은 입법 과정의 끝으로 갈수록 누더기가 되고 있다.

기업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서다. 이낙연이든 (사면 문제로) 이낙연을 비판하는 민주당 친문 정치인들이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누더기가 되는 것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그들의 공통된 계급적 본질을 보여 준다. 민주당은 우파 야당과 언론 탓으로 돌리고 싶어 하지만, 우파 야당·언론은 (민주당이 강행 통과시킨) 공수처법 개정안에도 격렬하게 반대했었다.

〈노동자 연대〉 신문이 일찍부터 지적해 왔듯이, 최근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은 본질적으로 개혁 배신에 대한 실망과 환멸에 따른 대중의 이반 때문이다. 게다가 개혁 사기극이 들통나고 있는데도 민주당은 우파에게 아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개혁(또는 그 최소치인 적폐 청산)이 과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어줍잖은 진영논리로 부패 혐의를 가리더니, 이제는 진영논리를 반성한다면서 적폐 세력과 화해하려는 것이다. 물론 진보진영 포섭하기를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우리는 문재인 정부가 위기에 처하자 누구에게 진짜 손길을 내미는지를 보고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포퓰리즘 전략을 추구해 왔지만, 진정한 성격이 자본가 계급의 정부임을 반영한다. 대중은 더욱 이반할 것이고, 그럴수록 자본가들(지배계급)은 문재인 정부의 유용성에 회의감이 들기 시작할 것이다. 즉, 진보진영(특히 노동계)의 저항을 무마하는 것이 이 정부의 주된 사명이자 상대적 장점이라는 점도 약화될 수 있다. 노동자 운동이 만만찮은 저항에 나설 때는 문재인 정부의 모순과 본성을 (이해해 주려 하지 말고) 더욱 직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