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캐리람 정부는 최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민주파 인사 50여 명을 체포했고 시진핑 정부는 이를 즉각 환영하고 나섰다. 지난해 7월 국가보안법 제정 이후 최대 공격이다.
당국은 지난해 입법회 선거(코로나를 이유로 1년 연기됐다)를 앞두고 민주파 세력이 ‘과반 의석을 차지해서 예산 거부 등으로 정부를 마비시키자’ 하고 공개적으로 주장한 것이 “국가 전복” 시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입법회에 명백히 보장된 권한을 단지 자신들과 다른 의도로 사용하려 했다고 문제 삼는 것은 홍콩과 중국 지배자들이 생각하는 민주주의가 허울뿐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이런 중국이 노동자들의 자력 해방을 원칙으로 하는 사회주의 사회가 전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체포됐던 인물 다수는 1월 8일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여권을 압수당했다. 이전부터 홍콩 정부는 전격 체포 후 보석으로 풀어주되 출국을 금지시키는 수법을 썼다. 지속적인 감시와 반복적 탄압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위협하는 것이다.
앞서 국가보안법이 아닌 다른 죄목(불법 집회 조직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거나 수감 중인 저명한 활동가들도 최근 국가보안법으로 추가 기소됐다. 주요 활동가들을 전면적으로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계속되는 탄압을 홍콩 운동의 일방적 패배만으로 봐선 안 된다. 한국의 경험을 보더라도 전두환 정권이 광주에서 자행한 5·18 만행은 당시 청년들을 대거 급진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홍콩과 그 외 지역 중국 청년들의 일부도 이번 탄압을 보며 오히려 더 급진화할 것이다. 한국의 우리도 인내심을 갖고서 새로운 저항이 분출하기를 바라고 또 응원해야 한다.
미국과 유럽연합 등 서방의 지배자들은 이런 탄압을 비판하며 홍콩 운동을 위하는 척한다. 그러나 이들은 중국을 포위·견제하는 것에 홍콩 운동을 이용하려는 것뿐이지 민주주의를 진지하게 지지해서가 아니다.
수백 명에게 단번에 사형을 선고하는 이집트, 여성 차별로 악명 높은 사우디아라비아, 범죄 소탕을 이유로 재판 없이 정적과 범죄자를 처단하는 필리핀, 무슬림혐오와 인종차별로 악명 높은 인도나 브라질 정부 등과는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따라서 서방 지배자들의 개입을 기대하는 것은 운동이 국가 간 경쟁이라는 장기판의 졸로 전락할 위험만 키울 뿐이다. 더욱이 중국 지배자들이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 즉 중국 본토 노동자들이 홍콩에 연대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점에서 전략적 악수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