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반대 중국 대사관 앞 집회:
한국 학생들의 홍콩 항쟁 연대를 확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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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7일 오전 11시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중국 시진핑 정부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영상 보기).
시진핑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보안법은 ‘반란, 분리 독립, 테러리즘, 외국 조직과의 연계’ 등에 대한 처벌을 규정하고, 이를 강제할 공안 기구를 홍콩 내에 설치할 수 있게 해 홍콩 내 저항을 탄압하는 도구로 쓰일 것이다.
중국 중앙 정부는 이미 2003년에 홍콩 입법회를 통해 이런 법을 통과시키려 했다가 대중 저항에 밀려 물러선 적이 있다. 그 후에도 홍콩에서는 정부의 민주주의 공격에 맞선 크고 작은 저항이 이어져 왔다. 지난해 격렬하게 벌어진 송환법 반대 투쟁도 그런 저항의 연장선 상에 있다. 이제 시진핑 정부는 아예 입법회를 우회해 법을 제정하고 공표해 버리려 한다. 캐리 람 홍콩 정부는 이와 동시에 중국 국가(國歌)에 대한 모독행위를 처벌하는 국가법(國歌法)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맞서 홍콩 시민들은 5월 24일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홍콩 정부가 코로나19를 빌미로 집회를 금지했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이제 한국에서도 여기에 연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기자회견은 그동안 홍콩 항쟁에 연대해 온 학생 단체들과 홍콩 유학생들이 함께 연 것이다. 중국 정부가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국가보안법을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한 5월 28일을 하루 앞둔 시점이었다. 긴급하게 잡힌 일정이었지만 연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생회, 중앙대학교 교지편집위원회, 한국외국어대학교 생활자치도서관,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등이 공동 주최 단체로 나섰고, 재한 홍콩 유학생들도 공동 제안자로서 동참했다.
비록 유학생들이 기자회견 장소에 직접 오지는 못했지만, 한국인 학생들이 이들의 메시지를 대독했다.
“홍콩인들은 거센 저항을 하고 나서야 송환법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중국 정부는 홍콩인의 자유를 억누르기 위해 송환법보다 훨씬 악한 홍콩 국가보안법을 시행하려 합니다. ⋯ 홍콩의 투쟁을 지지합시다. 독재에 맞서 싸웁시다.” (기자회견 공동 주최자 유학생 에디의 메시지)
“홍콩인에게 자유와 민주는 공기와 같이 소중합니다. 절박한 상황에서 한국 학생분들이 우리를 응원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한국 학생 분들의 응원에서 따뜻함을 느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연세대학교에서 홍콩 항쟁 연대 활동을 건설해 온 김태양 학생은 유학생의 메시지를 대독하면서 “국가보안법은 한국에서도 전혀 낯선 것이 아니다. 국가보안법은 한국에서도 그랬듯이 민주주의를 철저하게 짓밟는 법이 될 것”이며 “홍콩 시민들이 물러나지 않는 만큼 우리도 끝까지 연대하겠다”고 했다.
신정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회원은 홍콩의 민주주의를 걱정하는 듯이 구는 서방 정치인들의 위선을 꼬집었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민주, 자유 운운하며 숟가락을 얹으려 하지만 그럴 자격이 있는가? 자기 나라에서 여성과 이주민을 차별하고 노동자들을 괴롭히는 정책을 펴 온 트럼프는 그럴 자격이 없다. 트럼프는 중국을 견제하는 카드로서 홍콩의 민주주의를 운운할 뿐이다.”
이번 기자회견은 여러 어려운 조건에서 열렸지만 성공적이었다. 홍콩인 유학생들이 직접 오지 못한 것은 ‘중국인들 때문에 코로나19가 퍼진다’는 식의 비난이 일 수 있다는 이해할 만한 우려에서였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감염자들을 속죄양 삼거나 필요 이상으로 동선을 공개하는 등의 권위적인 조처를 취해 왔다.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들도 집회·시위를 제한하려 들고 있다.
한편, 일부 좌파들은 미·중 갈등이 갈수록 첨예해지는 상황에서 미국이 홍콩 문제를 중국 견제에 이용하려 하는 것 때문에 홍콩 항쟁을 선뜻 지지하지 않아 왔다. 그러나 미국이 위선적으로 이 쟁점을 활용하는 것과, 민주주의에 대한 평범한 홍콩 대중의 열망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 운동 내의 일부가 서방 세계에 환상을 갖는 한계를 보이더라도 이 운동을 지지하고 응원하면서 이 운동이 발전하기를 바라는 것이 옳다.
앞으로도 홍콩에서는 큰 집회가 예고돼 있다. 지지와 연대를 이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