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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제 회피 꼼수:
3개월짜리 ‘파리목숨’ 단기계약직 늘리는 현대중공업

올해 1월부터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에도 주52시간제가 적용됐다. 우파 언론들은 주52시간제 확대 적용이 기업을 어렵게 한다며 벌써부터 앓는 소리를 한다. 이들은 노동자들이 계속 장시간 노동으로 뼈 빠지게 일하길 원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탄력근로제·특별연장근로 등을 확대해서 주52시간제가 시행돼도 사용자들이 임금을 삭감하고 장시간 노동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을 터줬다. 이런 방향 속에서 사용자들은 임금을 낮추거나 비정규직을 늘려서 노동조건을 공격하고 있다.

ⓒ출처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현대중공업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사측은 주52시간제가 적용되는 1차 하청 노동자를 줄이고 고용이 훨씬 더 불안정한 단기 계약직을 늘리고 있다. 정부가 50인 미만 사업장(5인 이상)의 주52시간제 시행을 유예해 준 상황을 이용해 소규모 업체의 단기직 고용을 늘린 것이다. 인건비 부담을 늘리지 않고 장시간 노동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이성호 지회장은 말했다. “지난해 건조부에만 11개 단기업체가 생겼습니다. 이들은 3개월밖에 계약하지 않습니다. 건조부 외업(야외 작업) 쪽에서는 전체 하청 노동자 중에 1차 하청 노동자가 70퍼센트 정도였는데, 단기업체가 늘어 1차 하청이 절반 정도입니다.”

단기 계약 노동자들은 4대 보험에도 가입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최소한의 보장도 해 주지 않은 채 노동자들을 쓰다 버리는 소모품 취급하는 것이다. 게다가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원청 사측이 제공하는 명절 상여금, 연말 성과금 등에서도 제외된다고 한다.

이것은 기존 노동자들에게도 임금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사측은 원청이 하청 노동자들에게 지급하던 보너스와 학자금을 하청업체가 지급하도록 떠넘겨서 노동자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안 그래도 만성적인 임금 체불에 시달리고 있는 하청 노동자들은 업체 사장들이 보너스를 제대로 주겠냐고 의심하고 있다. 당연히 이런 상황은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압박이 될 것이다.

한 마디로 사측은 일이 많을 때는 바짝 일을 시키고 일이 없을 때는 책임 지지 않아도 되는 단기계약직을 늘려서 비용을 아끼고, 다른 노동자들의 조건도 압박하려 한다.

탄력근로제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는 앞으로 탄력근로제가 도입될 수 있다고도 우려한다. 실제로 조선소 하청업체 사장들(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 사내협력사 협의회)은 지난해 말 기자회견을 열고 주 52시간제 시행 반대,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를 요구했다.

문재인 정부는 재계의 요구를 수용해 결국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로 늘렸다. 노동자들은 노동조건이 악화하고 임금이 줄어드는 고통을 겪게 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열어 준 길을 따라 현대중공업 사측을 비롯한 사용자들이 노동자들의 조건을 공격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단결해 싸워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