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경기 침체에도 폭등하는 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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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에서 가장 괴이한 특징 하나는 아마도 주식시장일 것이다. 주식시장은 마치 경제적 현실을 거스르는 능력이 있는 듯 보인다. 1990년대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연준) 의장 앨런 그린스펀은 주식시장의 “비합리적 활황”을 불평했다.
이제 비합리적 활황은 아주 활개를 치고 있다. 우리는 치명적인 감염병 대유행에 휩싸여 있고 그로 인해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대체로 그 결과로, 세계 경제는 역사상 가장 심각한 경기침체에 빠졌다.
그러나 주가는 계속 치솟았다. 지난해 3월 이래 세계적으로 74퍼센트나 올랐다. 저명한 투자 전략가 제러미 그랜섬은 올해 초 다음과 같이 썼다. “2009년 이후의 기나긴 강세 시장이 마침내 완전한 ‘역대급’ 거품으로 무르익었다.
“극단적으로 가치가 과대평가되고, 가격이 폭발적으로 오르고, 주식이 광적으로 발행되고, 투자자들이 고삐 풀린 투기 행태를 보이는 이번 사태는 금융 역사상 가장 거대한 거품의 하나로 기록될 것이며, [1720년] 영국 남해회사 거품, 1929년의 [대공황을 낳은] 거품, 2000년의 [IT] 거품에 버금갈 것이다.”
이런 끔찍한 상황에서 거품이 왜 생기는가? 첫째 이유는 2007~2009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세계경제가 유지돼 온 방식에 있다.
그동안 경제 성장은 더뎠다. 이는 이윤율이 신자유주의 시대인 1997년에 정점을 찍은 뒤 그 수준을 여전히 넘어서지 못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2010년경에 각국 정부들은 긴축으로 전환했다. 재정 정책, 즉 지출 확대로 경기를 자극하지 않은 것이다. 그 공백을 메운 것은 통화정책을 지배하는 중앙은행이었다.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매우 낮게 유지하고 양적완화 정책을 폈다. 양적완화란 국채와 기업 채권을 마구 사들여서 금융시장에 돈을 푸는 것을 말한다.
이런 정책들 덕에 기업들은 저렴하게 돈을 빌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이윤율이 낮은 탓에 새로운 공장이나 설비에 대한 생산적인 투자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많은 돈이 금융시장으로 갔다.
매입
기업들은 대규모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다시 말해 자신의 주식을 대거 사들인 것이다. 주가를 끌어올리면 투자자들을 기쁘게 하고 최고 경영자들의 부를 불릴 수 있었다.
더 단기적인 요인도 있다. 〈파이낸설 타임스〉에 따르면 “펀드 매니저들은 이미 마음속에서 코로나바이러스 위기를 벗어났다. 백신에 대한 믿음이 커졌다.” 이런 믿음은 섣부른 것임이 거의 확실하다. 그러나 이는 상품이나 제조업 부문에서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에 일조했다.
마지막으로 정치의 영향도 있다. 영국에서는 영국이 그나마 협상이라도 맺고 유럽연합을 탈퇴해서 안도하는 분위기가 있다. 조 바이든의 미국 대선 승리는 더 예측 가능한 미래를 약속하는 듯 보인다.
영국에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감염병 대유행에 대응해 급증하는 공공 지출에 사실상 자금을 조달하는 구실을 했다.
영국 정부는 “길트”로 불리는 재무부 채권을 발행해 돈을 빌렸다.[“길트”는 과거 영국 제국이 금박(gilt)을 입힌 채권을 발행한 것에서 유래한 명칭으로 그 가치가 안정된 것임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파이낸설 타임스〉의 분석에 의하면 이 채권을 구매한 것은 주로 영국 중앙은행이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렇게 보도했다. “영국 중앙은행은 코로나19 위기 동안 길트를 4500억 파운드[약 675조 원]어치 더 사들였다. 이것은 부채 상환 비용을 줄여서 막대한 정부 차입 정책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투자자들은 확신한다.”
현재 바이든은 1조 9000억 달러[약 2100조 원]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약속하고 있다. 민주당이 조지아주(州)에서 상원 두 석을 확보해 상·하원 모두 지배하게 된 덕에 바이든은 이 계획을 실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계획 또한 추가적인 차입으로 자금을 조달할 것이다. 그래서 미국에서도 재정 정책이 통화정책과 만날 수 있다.
부양책이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전망도 주가 상승을 부추긴다. 이 추가적 지출이 갑작스러운 인플레이션을 낳을 수도 있다는 과장된 우려 또한 주가 상승에 일조한다. 인플레이션이 오면 중앙은행들은 금리 인상으로 대응할 수도 있는데, 그러면 주식은 채권보다 더 매력적이 된다.
이렇듯 2007~2008년 경제 붕괴 후 10년이 넘었지만 세계 경제는 생명유지장치를 떼지 못하고 중앙은행과 정부의 개입으로 버티고 있다. 제러미 그랜섬은 경고한다. 이전 거품이 그랬듯이 “이번 거품은 머지않아 터질 것이다.”